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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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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北·美 대화 재개 위한 치열했던 15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9.20 14:35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일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을 노동당 본부 청사에서 만났다고 조선중앙TV가 6일 보도했다. 사진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작별인사를 나누는 김 위원장의 모습.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국이 북미대화 재개 계획을 발표하기까지 지난 5일부터 남북미 간의 치열한 3각 소통이 이뤄졌다.

시작은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등이 대북 특사단 자격으로 북한을 다녀온 지난 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의용 실장은 이튿날 브리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밝힌 사실상의 대미 메시지를 공개했다.

완전한 비핵화 의지 재확인, 종전선언과 주한미군 철수 및 한미동맹 약화의 무관성 등이 주 내용이었다. 2021년 1월까지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중에 북미 간 적대관계 청산 및 비핵화 실현을 하면 좋겠다고도 했다.

종전선언에 대한 미국의 거부감을 완화할 수 있는 내용과 트럼프 대통령의 ‘성취욕’을 자극한 김 위원장의 언급이 전해지자 외교가는 바쁘게 움직였다.

정의용 실장은 6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통화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 그러나 예상됐던 정 실장의 방미 일정이 잡히지 않자 김 위원장 메시지에 미국이 큰 감흥을 보이지 않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후 한미 간 소통의 바통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지난달 막 임명된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이어받았다.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과 연결할 수 있는 비핵화 조치가 무엇일지가 핵심 의제였다.

비건 대표는 10∼12일 1차로 서울을 찾은 이도훈 본부장과 3차례 이상 협의를 했고, 중국·일본 방문 일정까지 소화한 뒤 15일 다시 서울을 찾아 이 본부장과 회담 및 만찬을 했다. 이 과정에서 북미대화 재개를 위해 미국이 원하는 바가 우리 측에 전달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남북정상회담 직전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 간에 유선 소통이 이뤄졌다. 한국시간 17일 오전 이례적으로 40분간 통화한 데 이어 그날 오후에 다시 유선으로 대화했다.

미국의 상응조치를 전제로 한 영변 핵시설 폐기용의, 국제 전문가 참관 하의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 등 평양 공동선언에 담긴 북측 비핵화 조치가 사전에 한미 조율을 거친 방안이라면 미국의 의중 타진이 강경화-폼페이오 소통 때 이뤄졌을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남북정상의 공동선언이 나온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환영 취지 트위터 글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북미대화 재개 계획 발표가 신속하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강 장관이 평양 체류 중 남북정상 합의 내용을 곧바로 폼페이오 장관에게 알렸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복기해 보면 지난 5일 특사 방북 이후 한미 소통뿐 아니라 비핵화와 관련한 북미, 남북 간 소통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지난 7일 판문점 채널을 통해 미측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하는 내용의 이 친서 전달 전후로 북미간에도 현재의 교착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논의가 뉴욕 채널 등에서 이뤄졌을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아울러 남북간에도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비핵화 논의에 대한 물밑 사전 조율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 대통령이 방북 당일인 18일 아침 "이번 방북으로 북미대화가 재개되기만 한다면 그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한 것은 사전 조율 결과에 기반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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