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20일(토)
에너지경제 포토

김민준 기자

minjun21@ekn.kr

김민준 기자기자 기사모음




[김민준의 눈] 해외자원개발에 정치권은 빠져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10.11 10:48
김민준 에너지부 팀장

▲김민준 에너지부 팀장


‘2018 국감’이 시작됐다. 오는 16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석탄공사 등의 국정감사가 진행된다. 에너지 공기업 국감에서는 실패한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책임추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석유공사, 광물공사, 가스공사 등 자원 공기업 3사는 총 51개국 169개 사업에 41조4000억원을 투자해 14조5000억원을 회수하고 손실액 15조9000억원, 부채 51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참담하다. 

문제는 해외자원개발 실패의 가장 큰 책임이 이명박(MB),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에게 있다는 것이다. 석유공사를 보자. 석유공사가 인수한 캐나다 하베스트는 유전 회사로 알려져 있다. 이 오래된 유전에는 기름이 거의 없다. 펌프잭을 통해 끌어올리는 것의 98%는 물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기름이 거의 없는 유전에 석유공사는 4조5000억원이 넘는 거액을 투자했다. 구매 전 하베스트가 더는 석유가 나오지 않는 유전 회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MB의 지시로 이를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쿠르드 유전도 마찬가지다. MB 집권 초기인 2008년 여름 석유공사는 쿠르드 지역에서 5개 유전 개발권을 확보했다. 최대 72억 배럴의 매장량을 기대한다고 장밋빛 전망을 발표했다. 석유공사 몫만 20억 배럴로 대한민국 전체가 2년 반 동안 쓸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의 원유였다. 그 대신 석유공사는 쿠르드 지역에 약 2조원을 투자해 발전소와 고속도로 등 사회기반시설을 지어주기로 약속했다. 유전개발 착수금 2200억원은 또 따로 냈다. 현재 석유공사는 1조5000억원의 비용을 날렸고 회수한 금액은 겨우 66억 원에 불과하다. 원유 생산이 가능한 유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리한 쿠르드 유전개발 사업을 진행했던 배 모 과장은 엄청난 중압감에 시달리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MB가 집권하던 2008년부터 2013년 초까지 국가유가는 100달러를 넘기도 했던 고유가 시절이었다. 기름이 있다고 알려진 유전가격 역시 천정부지로 뛸 때였다. 해외자원개발을 통해 국부를 창출하겠다고 공언한 MB는 무리하게 해외자원개발에 뛰어들었고 전혀 기름이 나지않는 유전을 사들여 국민 세금을 낭비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어땠을까. 부임 초기인 2014년부터 국제유가는 폭락해 한때 20달러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는 해외자원개발 자체를 언급하지 못하게 했고 가지고 있던 유전들을 내다 팔기에 급급했다. 

해외자원개발과 관련해 에너지업계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표현한다. 자원개발도 주식투자와 마찬가지로 저점에 사서 고점에 팔아야 하는데 이들 두 정부는 최고점에 샀다가 저점에는 사들이지도 않고 있는 것마저 팔아버렸다. 답답한 노릇이다. 반대로 정치권이 개입하지 않은 민간기업인 SK이노베이션과 포스코대우 등은 해외자원개발로 현재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는 반드시 해외자원개발을 통해 에너지를 확보해야 한다. ‘잃어버린 10년’ 동안 해외자원개발의 기반은 뿌리 채 흔들렸다. 특히 국민에게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만들었다. 해외자원개발이 지금의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런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고 투자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권이 개입하지 말고 전문가, 민간 주도 사업진행이 가능하도록 보장해줘야 한다. 특히 박근혜 정부 때 사라진 해외자원개발의 마중물 역할을 해왔던 성공불융자제도를 확대하고 해외자원개발 기업들의 세제지원과 전문인력 양성기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