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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야구 보스턴 레드삭스에 있는 데이빗 프라이스 알아? 4.2이닝 4실점으로 강판됐지만 홈 팬한테 격려박수 받은 선수 말이야."
최근 지인과 야구 이야기를 하던 중 데이빗 프라이스에 대해 알게 됐다. 이 질문을 받고 야구 광팬인 필자 입장에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상대방 팀에게 4점이나 줬다는 건 결코 좋은 성적이 아니었다. 만약 필자가 집에서 TV로 야구를 봤는데, 내가 응원하는 팀의 선발선수가 5이닝도 안돼서 강판당했다면 박수보다는 분노가 먼저 치밀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 선수가 기립 박수를 받을 수 있었던 건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프라이스는 올해 정규시즌에서 16승 6패를 거둘 정도로 특급 에이스다. 그런데 유독 포스트시즌만 가면 실력도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기립박수 직전 경기까지 통상 포스트시즌 선발 10경기에 등판해 승리 없이 9패, 평균자책점도 6.03으로 부진했다. 프라이스가 포스트시즌 선발투수로 나가면 한 번도 이기지 못한 것은 물론 상대방에게 점수를 퍼준 셈이다.
지난 15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2차전 역시 프라이스는 고개를 떨궜다. 4이닝 동안 1개의 홈런을 포함해 안타만 4개를 줬고 볼넷도 4개나 됐다. 그런데도 홈팬들이 격려 박수를 보낼 수 있었던 건 당시 보스턴이 5대 4로 휴스턴을 앞서면서 프라이스의 ‘패전투수’ 행진도 중단됐기 때문이다. 5이닝도 던지지 못하고 강판되면서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패전투수는 면한 만큼 앞으로도 더 잘 던져주길 바라는 팬심이었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숫자만 보고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에만 익숙하지 않는지, 과정보다는 ‘결과’에만 급급하며 살지는 않는지 말이다.
이는 나 뿐만 아니라 여의도 증권가도 마찬가지다. 증권사 입장에서 당국은 자본시장 활성화에는 별 관심이 없고 잘못한 것 혼내기에만 급급한 저승사자다. 그런데 당국은 억울하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커지기 위해서는 1분 1초가 시급한 걸 알지만, 그렇다고 원칙과 기준을 무너뜨리고 어떤 사업이건 다 허용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서로의 나쁜 점만 보고 지적하기 바쁘다 보니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시너지가 날 수 없다. 과연 서로가 올해 잘한 일이 하나도 없는가. 당국은 지난 1월 코스닥 활성화 대책 발표를 시작으로 9월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회계처리 감독지침도 내놨다. 이러한 정책들이 당장 코스닥지수로, 주가로 나타나는건 아니지만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억눌렀던 불확실한 항목들을 바로 세웠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국내 증권사 역시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해외 시장에서 글로벌 금융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물론 이 말이 현재 생활에 안주하며 비난을 하지 말라는 건 아니다. 정당하게 비판할 건 하되 비판만큼 ‘칭찬’도 하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자는 말이다. 올해도 벌써 2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각자 자신의 역할에서 최선을 다한 금융투자업 종사자들에게 올해도 잘 싸웠고 내년에도 응원한다는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