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제재, 차바하르 항구는 제재 예외?...'인도·중국 때문'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2018.11.08 11:2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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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사진=AFP/연합)


미국이 이란에 대한 원유 제재를 복원하면서도 8개국의 예외를 인정한 가운데 이란 남동단 파키스탄 국경과 가까운 차바하르항(港)에 대해서도 제재 예외를 인정했다. 

미 국무부는 "차바하르항의 개발과 이 항구에 연결된 철도 건설, 이 항구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하는 비(非) 제재 품목의 선적·하역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7일 밝혔다. 이어 "아프간은 이란산 석유, 석유제품을 이 항구를 통해 계속 수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걸프 해역 입구에 있는 물류 요충지인 차바하르항의 제재 예외를 미국에 끈질기게 요구한 쪽은 인도였다.

인도는 2016년 1월 이란 핵합의가 이행되자 그해 5월 이 항구를 개발하는 데 5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이란과 협약하고 현재 2단계 공사 중이다. 차바하르항이 열린다면 인도가 ‘앙숙’ 파키스탄을 거치지 않고도 아프간과 중앙아시아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륙 국가인 아프간 정부도 대외 원조와 교역의 통로가 될 수 있는 차바하르항이 필요하다. 이에 대응해 파키스탄은 중국과 손잡고 이 항구에서 동쪽으로 불과 약 70㎞에 떨어진 과다르항을 개발하고 있다. 일대일로 사업을 추진하는 중국은 서아시아의 물류 요충지 과다르항을 개발하는 데 투자하는 대가로 향후 40년간 운영권을 확보했다. 중국은 과다르항에 군함까지 파견하려고 한다.

이란의 모든 항구를 제재하려던 미국은 차바하르항을 두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차바하르항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자니 우방 인도가 손해를 볼뿐 아니라 과다르항(파키스탄)을 차지한 중국의 서아시아 지역에 대한 영향력만 키우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차바하르항의 제재로 중국이 운영하는 과다르항이 서아시아 교역과 안보의 ‘허브’가 된다면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의 교두보가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이 항구가 막히면 미국의 아프간 재건 사업도 차질을 빚게 되고 아프간이 파키스탄에 접근하게 될 공산이 커진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고려로 차바하르항을 제재에서 제외하면 원유 수출을 비롯한 이란의 대외 교역을 완전히 봉쇄한다는 대이란 제재에 구멍이 뚫리게 되는 셈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8일 이를 두고 "미국이 딜레마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이런 정치·경제적 이유로 파키스탄 과다르항의 확장을 막으려는 인도는 미국에 차바하르항의 제재 예외를 요구했고 결국 이에 성공한 것이다. 

미국은 이란 제재도 중요하지만 파키스탄과 손잡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데 더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제재 예외를 승인한 차바하르항과 연결되는 철도 사업은 러시아가 수주할 예정이다.

이란 최고지도자의 측근 알리 아크바르 벨라야티 외무담당 수석보좌관은 7월 러시아를 방문해 "러시아가 이란을 떠나기로 한 서방을 대체할 것"이라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차바하르항을 잇는 철도 건설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도리어 경쟁국에 이득이 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란 역시 미국이 제재하는 이란 최대 항구인 남부의 반다르압바스항의 우회로를 확보하게 됐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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