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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다더니'...정치권vs재계, '농어촌상생기금' 놓고 기싸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11.12 15:47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에너지경제신문=류세나 기자] 국정감사 시즌에 이어 국내 주요기업 임원진들이 한 달여 만에 또 국회로 불려간다. 이번엔 농어업인과 농어촌 경쟁력 제고를 목적으로 조성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 대기업이 나서 통 큰 후원을 약속하라는 것이 국회 호출의 주된 목적이다.

12일 정·재계에 따르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중심으로 오는 15일 국회와 정부, 그리고 대기업 고위 임원진간의 회동이 준비되고 있다. 이는 지난 달 국정감사와 경제5단체 간담회 등 한 달 새 같은 이슈로만 벌써 세 번째 마련된 자리로, 재계에서는 정부의 기금 참여 독려가 점차 노골화되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반면 정치권에선 기업들이 FTA 등 시장개방에 따른 실질적 수혜는 취하고 정작 상생엔 뒷짐만 지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둘러싼 양측의 보이지 않는 기싸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기금 내라’ 한 달 만에 주요기업 경영진 줄소환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날 자리엔 국회에선 황주홍 농해수위 위원장과 여야 간사 등이 참석하고, 정부 측에선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참여할 예정이다.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대기업 15곳의 사장급 인사들에도 행사 일정을 통보해 둔 상태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기업들에 행사는 물론 참석자에 대한 사전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시간과 장소, 참석자 명단을 기업들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구설을 낳고 있다. 국회가 지목한 경영진은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 정진행 현대차 사장, 최광철 SK 사회공헌위원장, 송대현 LG전자 사장, 소진세 롯데지주 사회공헌위원장 등으로,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 여부를 결정 지을 수 있는 책임자급이다. 보다 책임 있는 답변을 듣기 위해 전무, 부사장급을 불렀던 국감 당시보다 직책을 보다 올려 소환한 것으로 보인다.

5대 기업 한 관계자는 "이렇다 할 사전 일정 조율 없이 특정임원을 콕 집어 특정일 간담회 일정에 참석하라고 하니 당혹스러운 게 사실"이라면서 "임원진 일정 등도 있는 만큼 해당 임원이 참석할 수 있는지 여부는 아직 확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 또한 "내부적으로 좀 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아직 누가 참석할지 여부 또한 결정되지 않았지만, 참석해서 회사 입장을 잘 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 채워지지 않는 ‘상생기금’ 곳간…"대기업 적극 나서야"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한·중 FTA 등 시장개방으로 피해를 입은 농업분야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2015년 여·야·정 합의에 따라 설치됐다. 농어촌 주민들의 도농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농·수협과 공기업, 민간기업 등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매년 1000억 원씩, 10년간 총 1조 원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 계획대로라면 올 연말까지 2000억 원이 모였어야 하는데, 10월 말 현재 누적 금액은 목표액의 4분의1 수준인 476억1763만 원에 불과하다. 기금 출연을 출처별로 살펴보면 공기업이 전체의 95% 이상을 냈으며, 대기업의 출연 비중은 2% 미만인 것으로 확인된다.

저조한 참여율에 대해 재계는 '농어촌상생기금'인 만큼 해당지역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기업들만 출연금을 내는 걸로 알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또 현재 기업별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사회공헌활동도 있어 해당 기금에까지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변도 있었다.

이에 대해 국회 농해수위 황주홍 위원장은 앞서 지난달 말 열린 경제5단체 간담회 자리에서 "일각에선 민간기업에 기금 참여 독려하는 것을 두고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들도 있는데 이는 특별법에 따른 적법한 절차이고, 또 이미 당시에 경체단체들과도 상생협력에 대한 사전교감이 있었던 내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노섭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운영본부장은 "지난달 경제5단체장과의 간담회 이후 10여군데의 공공기관과 기금출연 협약을 맺었는데, 목표액을 맞추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최근 기업들을 직접 돌며 기금 마련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대기업의 참여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농어촌상생기금의 민간기업 출연에 대한 법적인 의무조항이 없고, 유인책도 적다는 점에서 이번 고위 임원진 간담회에 따른 효과도 당장 유의미한 결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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