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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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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에너지] 기후변화총회 고춧가루 뿌린 美…"화석연료 확대" 으름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12.13 08:04

러시아 등 4개국과 'IPCC 보고서' 채택 강력 반발
美, COP24에 실무급 관리·상원 대표단만 파견
효율적 석탄 이용법 행사도 개최…곳곳 '코웃음'
비영리단체 "무역 박람회처럼 만들어" 날선 비판
BBC "금세기 말까지 3도 이상 따뜻해질 것" 지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AFP/연합)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개최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가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을 포함한 4개국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 채택에 반대하면서 이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보고서에서 재앙적 수준의 지구 온난화를 피하려면 "사회의 모든 측면에서 빠르고, 영향력이 크며, 전례 없는 변화에 나서야 한다"면서 10년 안에 탄소배출을 절반 가까이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많은 국가들은 4개국이 반대하는 모습에 당혹감과 실망감을 나타냈다. 이번 회의는 세부 이행규칙을 마련하는 데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여겨지기 때문에 구체적인 이산화탄소 감축 기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은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조금씩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가고 있다. 지속적인 석탄의 사용으로 인해 지난 2년간 중국 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했지만 현재 친환경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로 거듭났다. 한국도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계획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의 피해를 입는 몰디브와 싱가포르는 이번 COP24에서 이산화탄소 감축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나오길 바란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하는 4개국의 강력한 반대로 이번 회의는 새 국면을 맞이할 모습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방송에 따르면 8일 밤 폴란드에서 열린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 도중 미국은 러시아, 사우디, 쿠웨이트와 함께 기후변화에 관한 보고서 표현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보고서 결과를 받아들이는 합의가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미국 등 4개국은 보고서에 관한 언급을 약화해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고 WP가 보도했다.

특히 보고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석탄 화력발전과 석유 탐사에 적극적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기후변화 기조와 일치한다는 분석이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조만간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때 도입된 탄소 배출에 관한 규제를 완화할 예정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 이론을 음모론으로 치부하며 매우 강력히 부정해왔다. 그는 2012년 트위터에 "지구온난화의 개념은 중국인들이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4년에는 "지금이 7월 말인데 뉴욕은 엄청 춥다. 지구온난화가 대체 어디있느냐"며 "우리는 당장 지구온난화가 필요하다. 기후변화야, 지금이야!"라고 조롱했다.

취임 직후에는 국제사회 합의인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업적으로 평가되는 클린파워플랜, 즉 청정 에너지 계획 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올해 들어서는 오바마 정부에서 금지했던 연안 석유 시추를 대대적으로 허용하고 캘리포니아주(州) 등이 주도한 자동차 연비 강화 정책도 폐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로 인해 초래될 엄청난 피해를 경고한 미 연방정부의 ‘기후변화 보고서’에 대해서도 지난달 26일 기자들과 만나 "나는 그걸 믿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바 있다. 또한 지난 1일 막을 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미국을 제외한 19개국 정상들이 지구 온난화에 대한 대처 약속을 재확인하는 코뮈니케에 서명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코뮈니케에 미국의 반대 입장과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 사실을 언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또 2주 동안 열리는 이번 COP24에도 고위 관료를 보내지 않고 실무급 관리들과 상원 및 업계 대표단만 파견했다. 심지어 미국 대표단은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화석연료의 사용을 늘려야 한다"며 지난 10일(현지시간) ‘가능한 깨끗하고 효율적인 화석연료 이용법’이라는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 발표자로 나선 웰스 그리피스 백악관 에너지 및 기후 고문은 200여명의 사람들 앞에서 "우리는 어떤 나라도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경제적 번영과 에너지 안보를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WP는 그의 연설이 끝나기도 전에 회의장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으며, 행사를 지켜보던 한 여성은 "웃기지도 않는다"고 소리쳤다고 전했다.

미 국무부는 성명서를 통해 ‘더 깨끗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미국의 기술적 진보와 혁신’을 전 세계에 보여주기 위해 행사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은 미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일자리를 창출할 뿐 아니라 경제적이고 믿을 수 있는 에너지의 활용 역시 가능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비영리단체 ‘기업의 책임(Corporate Accountability)’ 대변인 제시 브래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COP24를 ‘무역 박람회’처럼 만들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또 모두가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얘기하고 있을 때 "미국은 전 세계를 향해 우리에게 석탄과 석탄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기술이 있으니 우리에게 와서 기술을 사라"고 홍보한 점에 대해 지적했다.

국제 비영리단체 천연자연보호위원회 소속 환경보호론자 제이크 슈밋은 ‘서커스’를 하고 있는 나라가 비단 미국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해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모두 기후변화에 대한 유엔의 과학적 평가를 무시하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 채택을 거부한 4 개국을 비판했다.


◇ 기후변화총회서 엇갈리는 입장…실생활 속 온실가스 감축 방안은?

기후변화총회에 참석한 국가들이 온실가스 감축 이행을 둘러싸고 엇갈린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영국 BBC방송은 한편 우리가 실생활 속에서 기후변화 위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했다.

우선 식단을 바꾸면 기후변화, 물 부족·오염 현상을 제한할 수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인구는 증가하고 있으며 사람들이 벌어들이는 평균 소득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식품 체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증가시킨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붉은색 육류’(red meat) 섭취를 줄이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가축을 기르는 일은 곡식 농사보다 환경에 더 많은 피해를 입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일부 연구원들은 비건(vegan·엄격한 채식주의자)이 되는 것이 비행기를 덜 타거나 전기차를 사는 것보다 지구를 위해 더 좋다고 말한다. 또 버려지는 음식을 반으로 줄이기만 해도 농업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16% 감축할 수 있다. 업계 주도의 변화가 필요하지만, 활동가들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만 구매함으로써 우리의 몫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교통은 세계 탄소 배출량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므로 우리가 돌아다니는 방식도 중요하다. 대중교통 이용, 걷기, 자전거 타기, 그리고 전기차 운전 등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같은 관점에서 보면 직접 출장을 다니는 것보다 화상 회의를 하는 것이 더 좋다. 만약 출장을 가야 한다면 비행기 이용보다 기차·버스 탑승이 환경에 도움이 된다.

회전식 건조기 대신 빨랫줄을 사용해 옷을 말리는 행동도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집을 단열 처리하거나 작은 집으로 옮겨가는 일도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다.

수십 년 동안 연구원들은 최악의 영향을 피하기 위해 금세기 말까지 세계 기온 상승을 2도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지난 3년간 기후 과학자들은 생각을 바꿔 기온 상승을 1.5도 아래로 유지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지난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이번 세기말(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고, 1.5도 선을 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우리는 기후변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상태라고 BBC는 진단한다. 파리협정에 서명한 모든 국가들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 약속을 지키더라도, 세계는 여전히 금세기 말까지 3도 이상 따뜻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이미 세계는 산업화 확산 이전보다 1도 정도 더 따뜻해졌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2100년 기온은 3~5도가량 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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