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ㅣ그린란드를 읽다-①] 눈물 흘리는 얼음섬...'기후변화 이젠 현실이다'

정종오 기자 ikokid@ekn.kr 2019.01.01 01:30:28

  •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에너지경제신문은 2018년 12월 말 북극권에 있는 그린란드(Greenland)를 찾았다. 기후변화 바로미터(기준, barometer)를 갖고 있는 곳이다. 그린란드 빙하가 녹으면 전 세계 해수면은 6~7m 상승할 것이란 진단이 나왔다. 기후변화는 눈에 확 띄게 나타나지 않는다. 조금씩 진행된다. 미래의 일이 아니다.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신년호 특집을 시작으로 기후변화 현장을 보여주는 ‘그린란드를 읽다’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그린란드 일루리샛 디스코 만의 빙산. 따뜻한 바닷물이 유입되면서 서서히 녹고 있다. [사진=정종오 기자]

▲빙산은 전체의 10∼15%만 물 위에 떠 있다. 나머지는 물 속에 잠겨 있다. ‘빙산의 일각’이란 말이 실감난다. [사진=정종오 기자]


[누크·일루리샛(그린란드)=에너지경제신문 정종오 기자] 그린란드가 녹고 있다.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다. 면적은 216만㎢이다. 한반도의 9.8배 정도이다. 인구밀도는 가장 적다. 국토의 81%가 얼음으로 덮여 있다. 그린란드 얼음이 서서히 녹으면서 전 세계가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14일~22일까지 그린란드 수도 누크(NUUK),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으로 지정한 아이스피오르드(Icefjord)가 있는 일루리샛(ILULISSAT)을 찾았다. 

▲그린란드 일루리샛 디스코 만의 빙산. 바위산을 연상케 한다. [사진=정종오 기자]

▲그린란드 일루리샛 디스코 만의 ‘아이스피오르드’.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이다 .[사진=정종오 기자]


누크에 도착한 12월15일부터 눈은 계속 내렸다. 온통 하얗다. 눈 위에 눈이 또 쌓였다. 눈의 여왕이 만든 얼음 왕국이다.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착각이 든다. 그 속을 차가 달린다. 그 곁을 사람이 걸어간다. 하늘엔 눈이 내리고 땅엔 크리스마스트리가 빛을 뿜는다. 창밖엔 초록빛이다. 매일매일 휘감듯 북극광, 오로라(Aurora)가 펼쳐진다. 그린란드는 우리나라와 12시간 차이 난다. 누크는 그린란드 전체 인구 5만6000명 중 1만7000명이 거주하는 가장 큰 도시이다.

그린란드는 남극을 빼고 가장 많은 대륙 빙하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그 빙하가 지구온난화로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린란드가 녹으면 전 세계적으로 어떤 변화에 휩싸이게 되는 것일까.


◇ 그린란드, 솟아오르고 있다

그린란드 대륙 빙하가 녹으면서 그린란드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현재 그린란드는 융기, 즉 솟아오르고 있다. 빙하가 녹으면서 짓누르고 있던 무게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린란드는 지구 중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이 때문에 중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질량이 줄어들면 중력은 약해지는 게 상식이다. 그린란드 빙하에서 녹은 물은 전 세계 다른 지역으로 흘러간다. 그린란드 빙하가 녹으면 남태평양 도서국 등의 해수면이 높아지는 이유이다.

▲그린란드 일루리샛 디스코 만의 빙산. 높이는 약 60∼70m 정도이다. 점점 작아지고 줄어들고 있다. 사진=정종오 기자]


그린란드천연자원연구소(Greenland Institute of Natural Resources) 페르난도(Fernando Ugarte) 박사는 "그린란드는 빙하가 녹으면서 땅이 솟아오르고 있고 약한 중력 때문에 이곳에서 녹은 빙하의 물은 전 세계 다른 곳으로 뻗어나간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실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그레이스(Grace) 위성이 관측 데이터를 통해 확인한 바 있다. 이른바 ‘빙하의 눈물’ 시대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그린란드에서 시작된 기후변화가 전 세계로 뻗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 북극권, 지구온난화 더 빨라

북극권은 지구 온난화 속도가 다른 지역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핀란드 바우라스테(Tero Vauraste) 북극경제이사회 의장은 "최근 관련 보고서를 보면 지구 평균온도는 2~3도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북극권의 평균 온도는 4~6도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북극권 지구온난화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 빠른 이유는 무엇일까. 김성중, 김백민 극지연구소 박사는 이를 ‘북극 온난화 증폭’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김 박사는 ‘북극 노트(Arctic Note)’라는 책에서 "해빙(바다 얼음)이 녹아 해수로 바뀐 자리에서는 태양에너지를 더 많이 흡수해 이 지역의 기온이 더 빨리 올라가게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린란드 정부도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을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 그린란드 외무부에서 일하는 공무원 닉(Nice Baek Heilmann)은 "그린란드는 사냥과 수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많다"며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에 따라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이를 면밀히 분석하고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2016년 그린란드 한국 명예영사에 임명된 핀(Finn Meinel) 변호사도 "누크에 살면서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을 실감하고 있다"며 "따뜻한 바닷물이 유입되면서 갈수록 얼음이 줄어드는 것을 체감한다"고 토로했다. 그린란드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 김인숙 씨는 "이미 해수 온도의 변화로 그린란드에서 잡히는 어류의 종류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란드 일루리샛 디스코 만의 빙산이 우리가 타고 있는 배 앞을 가로막고 있다. [사진=정종오 기자]


◇ 빙하, 10년 동안 10km 후퇴


12월18일 누크에서 캉거루수악(Kangerlussuaq)를 거쳐 일루리샛으로 향했다. 38인승 쌍발기 작은 비행기를 탔다. 캉거루수악에 도착하기 직전 비행기 안에서 본 그린란드는 온통 설국(雪國)이었다. 일루리샛은 인구 4500명이 살고 있다. 이곳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이스피오르드가 있는 곳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이곳에서 약 20년 동안 관광 컨설턴트 일을 하고 있는 콘라드(Konrad Seblon)는 나에게 책자를 하나 건넸다. 그는 책자의 한 곳을 가리키면서 "일루리샛 앞에 있는 디스코(Disko) 만은 30년 전만 하더라도 겨울에 두꺼운 얼음이 얼었다"며 "지금은 겨울철에 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린란드 일루리샛 디스코 만의 빙산. 다양한 모습을 연출한다.[사진=정종오 기자]


19일 오전 11시. 배를 타고 디스코 만 빙산(Iceberg) 탐험에 나섰다. 12월의 일루리샛은 해가 뜨지 않는다. 하루 종일 어둡다. 빙산 탐험에 안내자로 나선 ‘월드오브그린란드(World of Greenland)’ 라스(Lars)는 "내년 1월 말에나 해를 다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루리샛 항구에서 배를 타고 30분 정도 갔을 때 우리 앞을 각양각색의 빙산이 가로막았다. 장관이었다. 뾰족한 것에서 울퉁불퉁, 실크무늬를 품은 빙산 등 다양했다. 라스에게 물었더니 큰 빙산은 높이가 100~200m에 이를 정도로 높다고 알려줬다. 우리 앞을 막은 빙산은 60∼70m 정도였다. 라스는 "시간이 갈수록 빙산이 점점 작아지고 그 규모도 줄어들고 있다"며 "그린란드에 따뜻한 바닷물이 유입되면서 녹아드는 게 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린란드 ‘빙하의 눈물’은 그린란드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전 지구촌이 함께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서두르지 않는다면 인류의 미래를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우리는 빠져 들고 있다.

▲그린란드 일루리샛 디스코 만의 빙산. 일루리샛은 12월에 해가 뜨지 않아 24시간 어둡다. [사진=정종오 기자]







이미지
배너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