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최아름 기자] 2018년은 2017년부터 예고됐던 부동산 시장 규제와 공급책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건설 호재’로 여겨지는 대북 관계 화해 무드와 함께 국내 현장에서는 부동산 관련 세금에 대한 개편이 있었다. 한 해의 첫 포문을 열었던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는 결과 없이 마무리 됐다. 4월 남북정상회담을 기점으로 건설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접경지 토지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기도 했다. 이 달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강화되기도 했다. 여름에는 해외에서 악재가 터졌다. SK건설이 라오스에서 만들고 있던 수력발전 댐이 무너지면서 큰 피해를 입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지방 건설사가 쓰러지는 일도 있었다.
주택 공급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정부에서는 이전과 다른 공급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12월 첫 분양을 시작하는 ‘신혼희망타운’과 함께 3기 신도시에 대한 발표가 이뤄졌다. 1년 간 있었던 건설·부동산 분야의 10대 뉴스를 정리해봤다.
◇ 해외현장 악재로 마무리 된 대우건설 인수
호반건설은 지난 1월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모로코 화력발전소 현장에서 발생한 3000억 원의 손실로 대우건설의 인수는 무산되고 말았다. 호반건설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우려하며 대우건설 인수 포기를 결정했다.
당시 시공평가순위 13위에 있던 호반건설이 3위를 기록한 대우건설을 인수한다는 소식에 대우건설 내부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컸다. 호반건설은 당시 인수에 필요했던 자금 1조 5000억 원을 금융기관의 차입보증서 없이 마련하면서 풍부한 현금성 자산을 증명하기도 했다. 인수는 결국 불발됐지만 호반건설과 아파트 브랜드 ‘베르디움’에 대한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 당시 대우건설 인수 의지를 내비친 곳은 국내 건설사 중에는 호반건설이 유일했다.
◇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4년만의 부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4월부터 본격적으로 중과됐다. 4년 만의 부활이다. 서울, 경기 과천, 성남 등을 포함한 조정대상지역에서 양도세 중과가 이뤄지게 됐다. 부동산 거래로 차익을 얻게 되는 경우 기본 세율은 6∼42%다. 2주택자와 3주택자는 각각 10% 포인트, 20% 포인트가 추가로 부과된다. 다주택자의 기준에서는 수도권, 광역시, 세종시 외 지역에 3억 원 이하의 주택이 있을 경우에는 주택을 소유했다고 보지 않는다.
길게 집을 가지고 있을 때 얻을 수 있는 장기보유특별공제 대상도 까다로워졌다. 지난 4월까지는 3년 이상 주택을 보유할 경우 기간에 따라 양도 차익의 10∼30%에 대한 세금 부과를 하지 않았다. 4월부터는 다주택자는 이 같은 특별공제를 적용받을 수 없게 됐다. 임대사업자로 신고를 하는 경우에는 양도세 중과와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양도세 중과가 시작되기 전 3월에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유주택자 수는 3만 5000여 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 평창에서 불어온 훈풍…남북호재에 건설업계 ‘들썩’
올해 초 남북관계 화해의 서막을 연 평창 동계올림픽 때부터 북한 접경지에는 때 이른 봄바람이 불었다. 이후 이어진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전세계는 대한민국과 북한 간의 관계에 주목했다. 경기 파주, 강원 고성 등 전통적으로 북한과 인접한 지역의 토지 거래가 활발해졌고 일부에서는 기획부동산까지 들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경기 파주시의 경우 상반기 입주하는 아파트의 가격이 최대 1억 원 상승하는 등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과 가깝다는 점도 부동산 시장 상승에 한 몫했다.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는 4·27 남북정상회담 직전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철도 교통이 불비하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말에 철도와 관련한 건설업계에 대한 관심이 높았고 특히 현대건설은 북한 사업에 경험이 있어 남북경협 호재를 받는 건설사로 주목 받았다. 에스와이패널 등 일부 중소 건자재 업계도 북한과의 관계 완화로 모듈형 주택 등을 북한으로 공급하는 등 크고 작은 호재가 있었다. 지난 12월 26일에는 남북 관계자가 함께 참석한 가운데 경의선, 동해선 착공식이 진행됐다.
◇ SK건설 시공 라오스 댐 붕괴로 한국 건설업 ‘불명예’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SK건설이 한국서부발전과 함께 건설에 참여한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이 무너지면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7월 23일 발생한 사고로 안재현 SK건설 사장이 사건 파악과 수습을 위해 급파됐다. 당시 SK건설측은 댐이 90% 이상 건설된 상황에서 라오스의 우기에 내린 다량의 강우로 인해 댐의 상부가 휩쓸려 나갔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해외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조사단을 별도로 파견하기 어렵고 해외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국내 기업에 대한 제재 조치를 내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라오스 정부와 각국 전문가로 구성된 댐 사고 원인 조사단은 새해 초 조사 결과를 내놓게 된다. 이 사고로 국내 기업의 동남아시장 진출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SK건설은 라오스 댐 사고 이후 3분기 실적까지 부진한 결과를 낳으며 올해 준비하고 있었던 주식시장 상장을 미루게 됐다.
◇ 지방 부동산 시장 냉각에 건설사까지 ‘휘청’
수도권과 지방 부동산 시장이 양극화하면서 일부 지방 건설사는 부도 위기에 처했다. 지난 상반기 서울 부동산 매매시장이 지속해서 상승하던 것과 달리 지방에서는 미분양 사태가 연이어 일어났다. 8월 14일 현금 유동성 악화로 부도처리된 흥한건설은 ‘사천 흥한 에르가’ 등에서 중도금을 제때 받지 못해 위기에 처하게 됐다. 무리한 사업 확장과 대출 규제 강화로 계약자들이 제때 중도금을 납부하지 못하면서 부도에 이르렀다. 경남 사천은 중견 건설사인 KCC건설 역시 1000가구 이상의 대단지를 분양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던 지역이다. 경남, 울산의 경우 입주 물량 증대로 아파트 매매가가 지속 하락하며 부동산 시장의 냉각을 경험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일부 지방 건설사의 경우 지방 부동산 시장의 미분양이 늘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방에 대한 부동산 규제 완화를 호소했다.
◇ 양 날의 칼 후분양제 시행 논란
지난 6월 정부는 민간·공공부문에서 후분양제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후분양제 시행에 대한 부동산 업계의 의견은 엇갈렸다. 일부 전문가들은 민간에게 후분양제 도입을 강요할 경우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후분양제의 특성상 건설사가 초기 비용을 모두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자금 융통 능력이 부족한 중견 건설사의 경우 아예 사업을 시작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수요자에게 후분양제는 양날의 칼이다. 실제 만들어진 아파트를 보고 분양을 결정할 수 있어 부실 시공에 대한 위험이 적지만 현 시세에 2년 뒤의 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는 선분양제와 달리 금융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후분양제를 도입하고 있는 곳은 경기도다. 2020년부터 착공하는 공공분양 아파트에는 후분양제가 적용되고 민간분양까지 영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발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다양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지만 가장 눈길을 끌게 된 것은 올해 9월 발표된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이다. 9·13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3억에서 6억 원에 달하는 과표 구간을 신설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시세 18억 원에 해당하는 주택 역시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됐다.
공공택지 내 민간 분양 아파트 전매 제한 기간은 최대 8년으로 늘었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시세의 70% 이하에 공급되는 주택은 전매제한 최대 8년, 거주 의무 기간은 최대 5년으로 늘어나게 됐다.
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 규제도 강화됐다. 투기지역 내에서 새롭게 주택을 구입하는 목적으로 대출을 받을 경우 집값의 최대 40%까지 대출을 받게 됐다. 투기지역 내에서는 1주택자도 실거주 목적이 불분명할 경우에는 대출을 제한받게 됐다.
◇ ‘로또 분양’ 논란 낳았던 신혼희망타운
위례신도시 등 주요 수도권에 공급돼 ‘로또 분양’ 논란을 낳았던 신혼희망주택이 12월 공급을 시작했다. 우려됐던 시세 차익과 관련해서는 국토부가 수익형 모기지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일단락 됐다.
신혼희망타운은 혼인기간이 7년 이내인 신혼부부, 예비 신혼부부, 만 6세 이하 자녀를 둔 한부모 가정이 입주 대상이다. 소득 기준도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130%를 넘을 수 없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위례신도시에 분양하는 ‘신혼희망타운’의 경우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제시한 수익공유형 모기지가 연동되면 매각 금액 일부를 주택도시기금에 납부해야 한다.
◇ 건설현장 옆 무너지는 건물들…상도유치원·금천구 오피스텔 사고
국내에서도 붕괴사고가 있었다. 특히 서울 상도동에서 일어났던 건설현장 붕괴사고는 바로 옆에 있었던 유치원이 붕괴되면서 건설현장 붕괴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키웠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 오피스텔 현장에서 있었던 땅 꺼짐 현상 역시 안전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공사현장 옆 붕괴 사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모이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2018년 국정감사 당시 건설업체 최고경영자를 소환해 해당 사고에 대한 질의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이어 일어났던 붕괴 사고로 후속 조치 등에 대한 협의체가 발족되기도 했다.
◇ 12만 가구 육박…3기 신도시 발표
지난 12월 19일 남양주, 하남, 과천, 인천 계양 총 4곳에 대규모 택지와 신도시 등을 조성하는 방안이 발표됐다. 3기 신도시와 과천 택지지구만 12만 2000가구 규모다. 이날 서울 내 소규모 공급 계획까지 함께 발표되면서 공급에 목마른 서울·수도권 일대에서 집값 안정의 목표를 이룰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였다. 3기 신도시 발표에는 광역 교통 대책까지 함께 제시됐다. 그러나 수도권 인근에 대규모 택지가 생기면서 기존 주민이 삶의 터전을 잃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어 3기 신도시가 예정대로 추진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