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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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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의장 단독 인터뷰] "공유경제, 괴로워도 글로벌 흐름 적응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1.24 07:40

"전 세계 흐름에 효율성 떨어지면 손해는 국민에 돌아가"
"4차 산업혁명 시대 韓금융, 中·日에 10년 뒤떨어져"
"모험자본 육성, 기술집약형 중소 벤처 활성화 시켜야"
"원전, 文정부 끝나면 비중 더 커져...재생에너지↑ 필요"
"소득주도성장, 비용지불·보완책도 만들어...일관성 중요"
"노영민 실장, 新산업 동향 밝아 경제활력 회복 큰 힘"

▲김진표 의원이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 이석용 기자)


김진표(사진)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 4선 중진 의원인 그는 문재인 정부 주류의 핵심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인수위원회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 인수위 부위원장을 맡았다. 현 여권 주류의 국정철학과 정책방향에 대한 이해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문파(親 문재인)라이브에이드 신년회’의 특강자로 나서기도 했다. 그 때 소득주도 성장 전략에 대해 명쾌한 강연을 해 그 자리에 참석한 친문재인 진영 1000여명으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행정고시 13회 출신인 그는 특히 내각 경제팀과 사회팀을 이끄는 경제와 교육 등 2개 분야 부총리를 역임했다. 정무 감각과 정책 조율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제 부총리 출세코스인 장관급 국무조정실장, 차관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등을 하면서 역량을 키운 것이다. 국회에서는 뜨거운 정치 쟁점들에 대해 입장 차이가 큰 여야 간 협상과 조정 능력을 발휘했다. 민주당, 통합민주당 원내대표로서 당의 원내사령탑도 맡았었다.

본지는 지난 2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단독으로 김 의장을 만나 1시간 넘게 국정 전반에 대해 인터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공유경제 도입, 금융혁신, 에너지 전환, 소득주도 성장 등 현안에 대해 그의 구상 등을 들었다. 그는 관료 출신 정치인의 한계, 국가 지도자의 필요 역량 및 자질 등에 대해도 자신의 입장을 소상하게 밝혔다. <편집자주>


▲김진표 의원(사진=에너지경제신문 이석용 기자)


- 의장께서 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소속 의원 7명 등과 함께 지난 17일~19일 2박 3일 일정으로 중국 벤처단지인 심천을 다녀오셨는데 특별한 소감이랄까 교훈이 있습니까?

△ 빠듯한 일정 속에 세계 드론 생산의 70%를 차지한 DJI, 핸드폰 배터리 공유경제 모델로 성공한 라이디안, 인터넷 서비스를 강화해 유통마진을 80% 낮춰 약품 가격을 떨어뜨린 해왕제약 등 6개 현지 기업을 둘러봤습니다.

현지 경제전문가, 관료 등과 기업환경 등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심천에서는 하루에 300개 기업이 창업되고 한 달에 한 개 꼴로 유니콘기업, 다시 말해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 원) 이상인 스타트업 기업이 생깁니다. 이곳에서 중국의 역동성, 다양성을 보고 왔습니다. 이런 역동성을 만들어내는 중국의 행정, 금융의 효율성도 배웠습니다.

그래서 동행했던 의원들이 2월 국회 때 경제 활력 회복 관련 법안들을 반드시 처리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자는 결의를 했습니다.


- 구체적으로 듣고 보신 중국 기업 혁신 사례를 설명해주십시오.


△ 라이디안은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로 중국시장에서 크게 성장하면서 많은 돈을 벌고 있는 기업입니다. 보조 배터리를 가지고 다니면 엄청 부담스러운데 이걸 안가지고 다녀도 백화점, 음식점 등에서 일정한 돈을 내면 충전 배터리를 공유할 수 있어요. 이게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이에요. 이 회사는 중국을 넘어서 한국에도 진출하려고 해요.

이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공유경제입니다. 중국은 공유경제에서 한국보다 훨씬 발전된 곳이더군요. 그 기반이 모든 주문 구매결제 등을 모바일로 하는 위챗페이, 알리페이입니다. 우리가 중국보다 신용카드 보급률이 높아서 아직은 서울페이 같은 것이 확대되지 않는데 이게 4차 산업혁명시대의 지급결제 수단으로 맞는 것입니다.

신용카드는 융자도 되고 잔고 없이 쓸 수도 있지만 신용 낮으면 사용하기 어려워요. 불필요한 가맹점 수수료도 내야 하잖아요.

어떻게 보면 중국은 우리보다 낮은 단계의 금융이지만 위챗이 일반화해 전자결제 시스템이 확산하면서 4차 산업혁명시대에 빠르게 적응, 공유경제 활성화의 기반을 만들고 있습니다.


- 우리도 신산업으로 주목받는 공유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하고 있는데 운송 관련 공유경제 도입에 택시업계의 반발이 거셉니다.

△ 공유경제의 대세는 막기 힘듭니다. 경제라는 게 삶의 질도 그렇고 국제적인 흐름에 비해서 효율성이 너무 떨어지면 모든 국민이 손해를 보는 거니까 괴롭지만 새로운 변화 흐름엔 적응해나가야 합니다.


- 의장께서 이끄시는 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가 지난해 10월 중순 출범한 뒤 불과 두달여만에 경제활력 회복 방안을 마련, 정부의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 반영하셨지요.

△ 네. 기술혁신형 중소벤처산업을 육성하고 벤처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방안, 즉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금융혁신 방안과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을 제안한 것입니다. 기술집약형 또는 기술혁신형 중소벤처산업을 육성하려면 가장 중요한 게 금융혁신입니다.

지난 20년간 금융이 지나치게 안정성 위주로 운영하다보니까 기업금융 비중이 외환위기 이전 80%에서 현재 47%로 떨어졌습니다. 그 차이는 아파트 담보대출, 즉 가계대출이 늘어난데 원인이 있습니다. 결국 아파트 가격이 수도권 중심으로 뛰면서 경제 운용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최근 우리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는 이유를 금융분야에서 찾아보면 전 국민의 여유자금을 맡아 운용하는 금융권이 자금을 지나치게 아파트 담보대출 등 비생산적인데 쓰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제 금융혁신을 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는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 어렵습니다. 최근 우리 금융기관이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핀테크, 즉 금융과 IT 융합을 통한 서비스 산업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나 일본에 10년쯤 뒤떨어져 있어요. 금융혁신이 시급한 이유지요. 금융혁신의 방향은 한마디로 말하면 융자에서 투자로 전환해 기업금융의 비중을 현재 47%에서 65% 정도로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선진국 평균은 60~70%입니다. 더 나아가 기업금융의 98%가 현재 융자인데 이를 기술집약형 중소 벤처가 생길 수 있도록 투자 중심으로 바꿔나가야 합니다. 그러려면 다양한 형태의 모험자본을 육성할 필요가 있어요.

기술 집약형 중소 벤처의 창업, 성장을 돕고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업종별, 분야별 전문 벤처캐피탈을 키워나가는 것입니다. 그게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 담겨 있습니다.

▲김진표 의원(사진=에너지경제신문 이석용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홍남기 경제 부총리 등 당정청이 연초부터 경제 산업계와 소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좀 더 가까이서, 많이 듣고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는 것이지요. 방향이 맞는 것 같고 기업인 기를 북돋우는데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다만 이게 투자 확대, 일자리 창출 등으로 이어질지 의문입니다만.

△ 우선 당정청이 하나로 경제활력을 강조하는 행보를 보이는 것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언론에 나온 ‘언론만 보면 우리경제가 망할 것 같습니다’ 라는 기사를 또 다른 언론이 비판할 만큼 우리 경제에 대한 비판의 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현재 정부는 행정절차 신속 처리를 통한 반도체 특화클러스트 프로젝트 조기 추진, 그리고 6조 40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민자사업 조속 추진 등 민간투자 지원 강화를 통해 투자 분위기를 확산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역대 최고 수준인 상반기 61%의 재정 조기집행, 9조 5000억 원의 추가 공공투자로 투자의 물꼬를 터주면 투자 확대로 이어지리라 봅니다.

여기에 지역밀착형 사회간접자본(SOC) 8조 6000억 원 이상 투자도 조기 추진할 것입니다.

민간·공공·지자체 대규모 투자의 물꼬를 터 전방위적으로 경제 활력을 회복하도록 할 것이고, 이것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그리 되면 올해 경제정책의 성과도 나타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 대통령이나 경제 부총리는 결국 기업이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얼마 전 신년사에서 "이미 오래 전에 낙수효과는 끝났다"고 했습니다. 반도체 등 주력산업을 대기업이 이끌고 있는 상황인데 대통령의 이런 진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수출 대기업의 낙수효과가 점차 약화하고 있다는 것은 일반 상식이 되었습니다. 기업투자 10억 원 당 고용이 2000년 23명에서 2014년 13명으로 떨어져 낙수효과가 사라지고 있어요. 수출 10억 원 당 고용도 2000년 20명에서 2014년 8명으로 줄어 수출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 또한 낮아지고 있습니다.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낙수효과를 내세우면서 했던 대기업 중심 경제정책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습니까?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양극화에서 가장 심한 나라가 됐잖아요. OECD 35개국과 비교하면 지니계수와 5분위 배율은 각각 31위, 상대적 빈곤율은 33위로 최하위권에 있습니다.

사실 우리 경제는 97년 외환위기 이후 20년간 매 5년마다 경제성장률이 1% 포인트씩 하락하는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져있습니다. 수출 대기업 중심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동력을 찾는 것이고, 저는 그것이 ‘기술혁신형 중소벤처기업 육성’이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 문재인 정부가 친노조 성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규제 개혁도 말로만 외칠 뿐 실제 규제 혁파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정청의 친기업 행보 만으로 기업과 제대로 소통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요.

△ 우리 정부는 보수정권에서 유명무실했던 노사정위원회를 다시 가동하고 있습니다. 주 52시간 근무에 대해서도 협의를 거쳐 현실에 맞게 조율하면서 안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최근에는 민주노총의 논의 참여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경제부총리 시절 주 5일 근무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노동계와 정말 오랜시간 같이 밤새워가면서 서로의 입장을 듣고 이해하고 타협했던 경험이 있는데요. 지금 주5일근무제 실시로 모두의 삶의 질이 정말 많이 높아졌잖아요.

문재인 정부에서 노사정위원회가 분주하게 가동되고 있고, 최저임금문제와 주 52시간 근무 등의 현안에 대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때문에 앞으로 가장 현실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규제 개혁이라는 것은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전 어떤 정부보다도 빠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진표 의원(사진=에너지경제신문 이석용 기자)


- 문 대통령이 신년회견에서 현 경제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국민의 삶 속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이 옳은 방향이라는 것을 확실히 체감토록 하는 것이 올해 목표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보완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소득주도 성장’의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올해는 선거가 없는 드문 해로 국정이 선거에 흔들릴 일이 없습니다. 문 대통령도 연말 임기 반환점을 맞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국정 운영에 전념할 수 있고 성과를 낼 수 있는 마지막 절호의 기회라 생각합니다. 올해는 소득주도 성장의 성과가 나타날 수 있을까요? 나타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체감할 수 있겠습니까?

△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속성상 모든 국민에게 한꺼번에 시행되기 때문에 시행 초기에 많은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 효과는 최소 2~3년은 걸려야 나옵니다.

높아진 임금이 소비증가로 나타나고 또 학습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기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이 중요합니다.

최저임금 인상의 경우 지난 대선 때 대선후보가 모두 공약했던 내용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탄생했습니다. 2017년 5월 9일 투표하고 다음날부터 인수위원회 없이 임기가 바로 시작되었지 않습니까? 최저임금 인상은 그렇게 바로 시행되게 된 것이죠.

인수위원회가 있었다면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충분히 세우고 정책이 시행되었을 겁니다. 지금은 소득주도 성장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으로 지난해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사업이 시행되었습니다. 지난 연말에는 카드수수료 인하가 있었죠. 전국에서 자영업자 분들이 카드수수료 인하와 관련해서 감사하다는 현수막도 붙이지 않았습니까?

올해 중반 이후에는 근로장려세제(EITC)가 확대 개편됩니다. 이것이 가장 강력한 대책인데요. 확대 개편되고 나면 소득주도 성장을 체감하는 분들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소득주도 성장의 성과는 경제정책의 일부이고 문재인 대통령께서 경제활력을 강조하시면서 말씀하신 내용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는 상반기 중 성과가 창출될 수 있도록 16대 중점 추진과제를 선정했었죠. 16대 중점과제의 주요내용을 간단히 설명드리면 첫째는 민간·공공·지자체를 아우르는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조속히 추진해 경제심리를 회복하고 경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고 둘째는 우리 경제의 4대 핵심별 특화된 혁신전략을 수립 추진해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셋째는 해결이 지연된 이슈들, 즉 핵심규제들을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통해 매듭지어 문제해결 능력을 한단계 높이는 것이고 넷째는 사회안전망 확충과 함께 사회기대보다 빠르게 추진된 일부 정책을 보완해 우리사회의 포용성을 강화하고 정책신뢰를 제고하는 것입니다.

특히 중소벤처산업에서 창업-성장-회수-재도전이 이루어지는 선순환 생태계를 보강하기 위해 금융·세제 지원과 제도 개선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추진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나아가 자동차·조선·디스플레이·석유화학 등 주력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조업 혁신전략도 제안됐습니다.

대통령께서 강조하는 것처럼 올해엔 정부정책의 성과가 나타나야 한다는 데 동의를 하고요. 현재 정부가 보여주는 모습은 아주 좋다고 생각합니다.


- 한국경제가 진보정권에서 노동계에 발목 잡혀 한치 앞을 나가지 못한다는 일각의 견해가 있습니다. 자동차업계 등 대기업의 귀족노조 문제가 마치 노사갈등의 전부인 것처럼 비춰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얼마 전 국민은행 파업이 민원 차질 없이 끝나 거꾸로 금융권의 구조조정 필요성만 나타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광주형 일자리 합의도 무산됐습니다. 생산성에 비해 과도한 임금인상 등이 문제라는 주장도 있지요. 노사정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지난해 말 고용노동 정책을 비롯한 경제사회정책과 관련 노사정 대화를 통해 조율하기 위한 사회적 대타협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공식 출범했습니다.

특히 경사노위 출범은 탄력근로제·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국민연금 등 산적한 당면 과제와 관련 사회적 대화를 통한 상생과 연대의 정신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의 약속이자 의지입니다.

소통과 협력의 노사관계와 사회관계 정립을 통해 포용적 성장국가로 가는 밑거름이 되길 바랍니다. 일부의 극한 대립·투쟁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산적한 노동 현안들이 합리적으로 해결되도록 해야 합니다. 대화기구에 참여하지 않은 일부 단체들도 대화기구를 통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도록 해야 합니다.


-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과 함께 "평화가 경제"라며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경제협력 기대감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북한 핵 관련 국제적인 제재가 유지되고 있는데 이 제재가 언제쯤 거둬질 수 있을까요? 그런 제재가 사라진다면 남북간 경제협력이 정말로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까요?

△ 북미회담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북미간 무력충돌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던 시기가 2년도 채 안됩니다. 남북관계도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지켜봐야 하지만 북미관계도 마찬가지거든요.

남북문제, 북미관계 등 이런 문제들이 사실은 정말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요. 신중에 신중을 기해 풀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북미회담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고 남북관계가 한 단계 더 개선된다면 우리 경제에 주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선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것입니다. 남북 간 경제협력은 우리 대한민국 경제에 새로운 엔진을 다는 것과 같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 탈원전 공방이 치열합니다. 여권이 ‘에너지 전환’을 얘기하며 탈원전은 장기 과제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원전 가동 중단 및 폐쇄,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그리고 에너지 전환 속도 등에 비춰볼 때 야권의 주장에도 설득력이 있다는 게 시중 여론입니다. 탈원전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 에너지경제신문이니까 이 문제를 깊이 있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 세계에서 원전 비중이 제일 큰 나라 중 하나입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원전 지지세력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부인할 수 없어요.

그런데 국가백년대계를 위해서 원전을 무한정 늘릴 수 없습니다. 우리 자손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줘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야에서 우리가 성공했다고 해서 우물 안 개구리가 돼 소아병적으로 집착하면 새로운 기술이나 변화 발전에 적응하지 못합니다. 변화에 대한 투자를 미리 못하면 큰 흐름에서 세계 경제 발전에 뒤떨어집니다.

그런 점에서 독일의 모범 사례를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독일은 세계에서 가장 앞장서서 에너지문제 관련 빠른 변화를 했고 이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3%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때 짓고 있던 원전 5기가 있었고 이를 완성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걸 다 짓고 나면 문재인 정부 끝날 때 원전 비중이 더 커집니다. 그런데 문제가 된 것은 그동안 설계수명이 끝난 것을 다시 수리해서 10년 또는 20년 연장 사용한 것입니다. 일본에서 문제가 된 원전도 설계수명을 연장사용했을 때 피해가 컸어요.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출범 때부터 원칙을 정했어요. "설계수명 더 연장하지 않고 수명 끝나면 그 원전 폐기한다" "현재 짓고 있는 것 외엔 더 안 짓는다""그 때까지 시간 충분하고 전력예비율이 25%나 되고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이 세계에서 제일 싸다. 이런 점들 고려해보면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여력이 있다" "그래서 현재 짓고 있는 건 다 짓고, 설계하거나 아직 짓지 않는 건 중단하고,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먼저 하자" 등이 바로 그 것입니다.

근데 최근 송영길 의원이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얘기를 꺼냈는데 그건 이미 건설 중단키로 한 설계단계 원전입니다. 큰 원칙은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제 우리가 신고리 5~6호기는 건설 초기 단계였는데 중단해야 한다는 영남 여론이 많아 그걸 무리하게 건설하지 않고 공론화해서 그 결과 계속 건설하기로 결정했잖아요.

신한울 3~4호기도 그렇게 하자고 송영길 의원이 주장한 것인데 그런 단계로까지 발전시키는 것은 큰 원칙에 위배된 것입니다. 지금 대원칙은 원전을 더 이상 새로 안 짓는다, 지금 짓고 있는 건 다 짓는다, 그래도 문재인 정부 끝나면 시작할 때보다 원전 비중이 더 커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빨리 해야 할 일은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원전해체산업을 육성하는 것입니다. 이게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정책의 핵심입니다. 조금 불안하더라도 이 정책은 지켜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김진표 의원(사진=에너지경제신문 이석용 기자)



- 탈원전 공방 관련 야당과 언론에 섭섭한 점도 많겠습니다.


△ 야당이나 언론에 부탁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두 가지에 대해 여야나 보수 진보 가리지 않고 생각이 같습니다. 안보와 장기 경제발전 모델인데요. 이걸 흔들지 않아요.

우리의 경우도 에너지와 관련 야당 보고 막상 원전을 새로 짓고 신재생에너지 투자하지 말잔 얘기냐고 물어보면 아니라고 합니다. 우리 보고 왜 급하게 하냐고 하는데 지금 짓는 건 짓고 새로 짓는 건 중단하고 그 돈을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자는 게 잘못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죠.


- 최저임금 논란 등으로 ‘소득주도 성장’ 정책기조의 명칭이 ‘포용 성장’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정책에서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으나 기조적으로 정책 변화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기조적인 정책 변화 없이 문 대통령이 말씀하신대로 올해 국민생활 속에서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올릴 수 있을까요?


△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은 모든 국민에게 동시 법률로 함께 적용되니까 시행 초기엔 여러 부작용과 문제가 등장할 수밖에 없어요.

지난 수십년간 재벌 중심의 경제를 꾸려왔고 그게 효과를 나타냈지만 그 땐 베끼기 성장이었습니다.

90년대 이후에는 그게 잘 안 들어 맞았어요. 외환위기 이후 20년간 경제가 내리막길인 이유는 우리가 이미 선진국 경제가 됐는데 똑같은 재벌 중심의 성장 전략을 쓰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조업은 재벌이 제일 잘할 수 있으니 그 성장정책을 썼는데 그 때 성장전략이 저임금 장시간 근로였어요. 이것은 베끼기 성장에 유효한 것입니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창의융합형 노동인력이 필요할 때입니다. 그래야만 생산성이 높고 세계경제를 이끌어갈 수 있어요. 그런 경제를 만들려면 전체적인 제도와 시스템이 바뀌어야 합니다. 임금 낮게 주고 장시간 일하는 방법으로는 안 됩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지요.

생산성에 부응하는 임금을 줘야 합니다. 우리나라 평균 임금이 OECD 27위, 28위 수준입니다. 생산성은 10위권입니다. 따라서 임금을 10위권까지는 몰라도 16위, 17위까지는 가자는 것입니다.

야당도 최저임금 시급 1만원에 반대하지 못합니다. 속도 싸움인데요. 문재인 정부가 5년으로 늦췄습니다. 근로시간 단축 문제의 경우 변동근로시간제도와 관련 노사정 협의를 통해서 서로 간 의심을 풀고 현재 3개월로 돼 있는 걸 6개월 또는 1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협의 중입니다. 이를 바꿀 수 없는 것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효과 때문입니다.

하반기로 가면 갈수록 그 성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최소 2년이 걸립니다. 임금이 높아져서 생산성 향상으로 가고 소비 투자가 늘어나려면 2년이 필요합니다. 이제 그 2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충분한 비용을 지불했고 보완책도 만들었습니다. 이 정책은 보완은 하되 일관성 있게 가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 우리 정치사에서 관료, 특히 지도자의 가장 큰 덕목, 즉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경제 관료 출신 중 큰 정치를 한 분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또 경제 관료가 국가 지도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보완해야 하는 자질과 역량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우선 두가지 측면에서 봐야 합니다. 일반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우리 정치 문화의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선진국, 특히 미국, 영국, 독일 등의 정치 선거 때 내세우는 공약이나 여야 간 싸우는 내용, 예컨대 영국 브렉시트 처리 과정 등을 보면 선진국들은 무지하게 구체적이고 자세한 각론에 대해 다툽니다. 총론에서부터 방향이 틀어져서 싸우는 경우 잘 없습니다. 브렉시트 경우도 탈퇴는 하는데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탈퇴하는가로 다툼이 있습니다.

미국 대선 공약을 들여다 보면, 오바마 케어 등도 그 전체를 놓고 다투는 총론 싸움은 아니고 그 비율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 우선 순위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각론적인 걸 가지고 정치적 견해를 달리합니다.

각론 선택이 정치 쟁점이 된다는 것은 유권자들이 그런 사람들을 정치인으로 뽑아준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문화가 되면 관료 출신이 아니더라도 언론인이든 학계든 전문성 가진 사람이라야 국가 경영에 참여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총론 위주의 사회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관료 출신들이 정치권에 가서 잘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우리 정치문화가 발전해야 하는 측면이 있는 것입니다.

좀 더 각론 위주의 구체적인 생활 경제, 유권자 삶의 질을 개선하는 아주 구체적인 정책 선택 쪽으로 정치 쟁점화 하는게 선진정치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그러지 못해서 관료 출신들이 정치권에 진출해서 장점을 내세우기 어렵습니다.

또 관료라는 건 안정 추구의 속성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관료의 가장 큰 장점이 고용안정이니까요. 정치는 선거로 선택받는 것이기에 필수적인 덕목이 자기 희생과 솔선수범입니다. 필요하면 자기를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덕목은 관료 출신에 좀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게 관료 출신 중 정치권에 큰 정치인이 적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치하면서 관료의 장점을 살리는데 노력해왔다고 자부합니다. 총론만 이야기하는 정치는 잘 안하려고 해왔습니다. 야당 원내대표 때도 의원총회에서 늘 강조하는 얘기가 대안이 없으면 비판하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반드시 대안 제시하며 비판해야 국민이 우리를 신뢰한다는 것이었죠. 항상 대안을 가지고 비판하는 노력을 해왔던 겁니다.

그 다음에 정치는 도전이 본질이기 때문에 당내 선거에서 기회 있을 때마다 도전 안한 적이 없습니다. 작년 당 대표 선거에도 도전했고 18대 국회 당 최고의원 선거 때도 주변에서 나가달라고 부탁해 나가서 당선됐습니다.

자기희생, 솔선수범 자세로 가야한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는데 그런 탓인지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문파라이브에이드 신년회’의 특강자로 나선 제가 참석자 1000여명으로부터 뜨겁고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습니다. 정치에서는 도전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습니다. 정치의 본질이 경쟁이기 때문입니다.


- 우리 정치 문화에서 특별히 개선돼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


△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요즘 주요 소통 수단입니다. 특히 유튜브나 종편 방송을 많은 사람들이 소통 수단으로 활용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치가 지나치게 희화화하고 있습니다.

각론 위주의 정치로 바뀌어야 하는데 총론 위주 정치에서 누가 욕 잘 하나, 누가 신조어 잘 만들어서 폴리테이너 역할 잘 하나에 관심 갖게 합니다. 정치가 지나치게 엔터테인먼트쪽 요소만 강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쪽으로 너무 강조되다 보면 선진국 정치처럼 구체적이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생활 정치를 할 수 없어요. 현장으로 가서 아주 정직하고 구체적으로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을 놓고 정치권이 경쟁해야 합니다.


- 대통령께서 최근 노영민 비서실장을 임명한 뒤 곧바로 노 실장에 직접 경제 관계자들과 소통하라는 말씀까지 하셨는데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 노 실장은 대통령께서 강조하시는 ‘경제활력 회복’에 큰 힘이 될 겁니다. 제가 원내대표 할 때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았던 인연이 있고요. 저랑 똑같이 17대 국회에 들어왔었고 2004년부터 17대, 18대 국회에서 8년 동안 저와 함께 신성장 산업포럼이라는 연구모임을 함께 했어요. 국회에서 제일 왕성하게 활동하는 연구모임으로 인정받은 포럼이었습니다.

노 실장은 경제 전반에 대한 지식은 물론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산업분야 한국 실정과 전 세계 동향에도 밝습니다. 우리가 부족할 수 있는 현장감을 채워줄 좋은 인적네트워크도 가지고 있지요.

중국 대사로 있으면서도 짧은 기간이었지만 굉장히 왕성한 외교활동을 해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노 실장이 등단시인이거든요.중국에 갈 때 두보와 이백의 한시를 100개 넘게 외워가지고 갔다고 그래요. 중국에 가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한 구절 씩 적어주고 서명해서 중국 외교가나 정가에서 아주 화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그 어떤 중국대사보다 왕이 등 중국 주요 인물들과 소통을 잘 했다고 봅니다.


- 문재인 정부 1기 경제정책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전 경제 부총리, 이른바 김앤장 시절 경제 정책을 놓고 불협화음이 있었습니다. 2기 경제팀인 김수현 정책실장과 홍남기 부총리 체제에선 그런 불협화음 없이 팀워크를 잘 가져갈 수 있을까요?

△ 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초기 내각과 청와대 간 관계에선 어떻게 보면 그런 현상이 불가피했습니다. 당시 청와대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었어요. 내각 인선을 한 뒤 청문 절차를 거쳐 내각을 공식 출범시키는 4개월이나 걸렸으니까요. 그건 문재인 정부가 받아야 할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2기 체제에선 그런 점을 고려해서 경제정책의 경우 홍남기 부총리 중심의 원팀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했습니다. 경제 정책 현안이 생기면 그와 관련된 사람들이 다 모여서 협의함으로써 당정청이 하나로 가야 합니다. 그렇게 가는데 제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언론에서 암만 침소봉대해도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


- 의장께서 차기 총리 물망에 오르고 있는데요. 제안을 받으셨습니까?

△ 제안 받은 일 없습니다. 지금 이낙연 총리가 잘 하고 계십니다. 이 총리가 더 하실 가능성이 많습니다. 지금 시점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이 총리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문재인 정부 중반기 국정을 이끌 내각 출범을 위해 개각이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개각의 방향, 인선의 기준은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개각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인사권입니다. 제가 이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는 것 같습니다.


대담 : 구동본 부국장 겸 정경에디터
정리 : 허재영 기자 huropa@ekn.kr
사진 : 이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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