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엘리엇'...KCGI-한진家 맞대결에 '주주행동주의' 주목

나유라 기자 ys106@ekn.kr 2019.02.06 11:2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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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3월 정기주총 앞두고 우호세력 확보 작업 개시
표 대결 승패 여부 떠나 행동주의 투자 개시 고무적
타이거펀드, 소버린 등 해외헤지펀드 ‘먹튀’ 사례 많아

▲(사진=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KCGI(일명 강성부 펀드)가 한진그룹 조양호 일가를 상대로 총공세를 펼치면서 주주 행동주의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워지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업지배구조 전문가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는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우호 세력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KCGI는 이미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에 한진칼과 한진을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을 신청했다.

소액주주들과 직접 접촉해서 표를 결집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하게 드러낸 셈이다.

KCGI는 지난해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진칼 지분 10.81%와 한진 지분 8.03%를 확보해 양사의 2대 주주가 됐다.

KCGI는 지난달 21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공개 제안서를 발표하면서 ‘오너 리스크’ 해소를 주장, 조양호 회장 일가를 경영에서 배제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또 이 제안에 동참을 희망하는 주주들의 의견을 모을 예정이라며 자신들이 개설한 ‘밸류한진’ 홈페이지에 주주들의 이메일을 받는 코너도 설치했다.

이어 KCGI는 3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석태수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하고 감사 1명과 사외이사 2명을 새로 선임할 것을 제안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서를 한진칼에 보냈다.

KCGI는 이 제안서에서 작년 50억원이던 회사 이사의 보수 한도 총액을 30억원으로 줄이고 계열회사 임원을 겸임하는 이사의 보수 한도는 5억원으로 제한하자고 요구했다.

한진 측은 KCGI의 제안에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KCGI의 주주제안이 3월 주총에서 직접적인 성과를 낼지는 아직 단언할 수 없다. 한진칼 지분 7.34%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경영 참여형 주주권을 이사해임 등은 빼고 정관변경 같은 최소한의 수준에서만 행사하기로 한 만큼 KCGI로서는 국민연금의 전폭적인 지원을 낙관하기 어렵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승패 여부를 떠나 이번 KCGI 사례는 경영권 개입 정당성을 확보한 국내 펀드의 행동주의 투자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그간 한국에서 주주 행동주의는 ‘먹튀’나 ‘약탈 자본’처럼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해외 헤지펀드가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면서 단기 시세 차익을 챙긴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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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글로벌 헤지펀드 타이거펀드는 1999년 SK텔레콤의 지분 6.66%를 취득하고 경영 개입에 나섰다가 그해 말까지 지분 전량을 재매각해 약 6300억원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또 2003년 SK의 지분 14.99%를 확보한 영국의 소버린자산운용은 최태원 회장의 퇴진 등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다가 역시 지분 매각으로 약 8000억원의 차익을 얻었다.

2004년에는 영국계 펀드 헤르메스가 삼성물산의 지분 5%를 사들이고 우선주 소각 등을 요구한 사례가 있었다. 헤르메스는 삼성물산 주가 조작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고발을 당했지만 무죄 판결을 받았다.

또 2005년에는 미국의 ‘큰손’ 투자자 칼 아이칸이 헤지펀드 스틸파트너스와 연합해 KT&G의 지분 6.59%를 확보해 1500억원의 차익을 올리기도 했다.

2015년에는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가 삼성물산의 지분 7.12%를 취득하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반대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에 전문가들은 KCGI가 당장 3월 정기주총에서 한진그룹 일가에 패배한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한진그룹의 기업가치 제고 등 성과를 보여준다면 한국형 주주 행동주의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KTB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과거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 개입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지만 최근 한진그룹에 대한 KCGI의 개입 시도는 총수 일가의 ‘갑질’ 이슈와 맞물려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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