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영화 ‘극한직업’과 스타트업의 공통점

에너지경제 ekn@ekn.kr 2019.02.11 09:5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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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터바인 이정협 팀장.


[팀터바인 이정협 팀장] 스타트업을 컨설팅하는 일을 하다 보니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난다. 최근 함께 식사를 했던 스타트업 대표가 필자에게 "영화, 극한직업 보셨나요?"하고 물으며, 보지 않았다면 꼭 한번 보라며 영화가 참 스타트업을 많이 닮았다고 추천했다.

명연기를 펼친 배우가 있다거나 영화의 스토리가 좋다는 것도 아니고 ‘영화가 스타트업을 닮았다’라는 말을 난생 처음 들었기에, 설연휴에 짬이 나 바로 영화를 보러 갔다.

타이틀이 ‘극한직업’인 것처럼 이 영화 속 형사들은 마약범을 잡기 위해 치킨집을 인수해 운영하며 고생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경찰 이야기를 다룬 대부분의 영화들이 그렇듯 형사들은 매우 힘든 과정을 거쳐 권선징악을 이루어 낸다. 따라서 이 영화의 타이틀이 말하고자 하는 ‘극한직업’은 단순한 경찰로서의 고생이 아니라 영화 속 치킨집과 같이 본업과 거리가 아주 먼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을 묘사한다.

이 부분이 스타트업과 아주 많이 닮았다. 우선 스타트업의 대표를 포함해 그 팀원들은 정말, 정말로 많은 일을 한다. 사업 아이템의 구상부터 시작해 재무, 회계, 인사, 노무, 복지, 총무, 보안 등 하지 않는 일을 찾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

스타트업이 아무리 초기의 기업이고 그 규모가 작다고 하더라도 엄연한 기업이기 때문에 중견 또는 대기업에 비해 절대적인 업무의 양을 적을 수 있어도 업무의 종류와 수는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대기업에 종사하는 직원들을 보면 짧게는 1~2년에서 길게는 십 수 년 동안 한 부서에서 비슷한 종류의 일만 한다.

반면 스타트업, 특히 초기의 스타트업은 다르다. 짧게는 1~2 시간에서 길어봤자 하루 이틀 단위로 계속해서 업무가 바뀐다. 어제는 세무신고를 준비하면서 세무사와 통화하던 직원이 오늘은 시제품을 확인하기 위해 공장에 들린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하는 스타트업을 극한 직업이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다. 영화 속 형사들이 고생을 하며 범인을 잡듯 스타트업 자체가 사실 대부분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성장해 나간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이 왜 극한직업인 것일까? 스타트업은 늘 기회에 목마르다. 좋은 기술과 서비스를 가지고 있더라도 이를 상용화하고 건강한 재무 구조를 기반으로 한 매출을 만들고 이익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몇몇 스타트업은 현재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활용해 해볼 수 있는 이익 창출의 기회에 노출 됐을 때 매우 공격적으로 그 기회를 잡기 위한 반사 작용을 보인다.

필자에게 ‘극한직업’이라는 영화를 추천해준 스타트업의 대표도 화학 공정 개발과 소재 개발 및 생산에 특출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 본래는 3D 프린터에서 사용되는 소재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스타트업을 운영한다. 하지만 최근 중국 심천에서 마스크팩 브랜드를 론칭했다.

이 스타트업의 대표는 피부미용 등에 관심이 높다고 하기 어려운 평범한 30대 남자다. 그런 그가 중국에서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한 이유는 바로 기회를 봤기 때문이다. 그는 기회를 봤을 때 오랜 시간을 들여 위험 요인을 파악하거나 시장의 세부적인 사정까지 분석하기 보다는 ‘못먹어도 고’라는 패기로 ‘퍼스트 펭귄’과 같은 모험을 감행했다.

그는 이제 중국에 마스크팩을 팔기 위해 왕홍(중국의 SNS 유명인)에 대해 공부하고 중국 시장에서의 코스메틱 브랜드 마케팅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 그야말로 ‘극한직업’이다.

필자의 주변엔 이런 극한직업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많다. 마음에 드는 수준의 모바일앱 외주 개발업체가 너무 비싸 자체 개발팀을 꾸려서 앱을 개발하고는 시킬 일이 없어지자 외주 앱 개발을 시작한 스타트업, 대표가 암호화폐에 투자하면서 블록체인을 아는척 했다가 다른 회사가 블록체인과 관련해 도와달라는 말에 블록체인 컨설팅 회사를 차린 스타트업 등 ‘대체 어쩌다 저일까지 하게 된거지?’라는 생각을 품게 한다.

분명 멋진 용기임에도 애석하지만 이런 스타트업들은 주변으로부터 ‘한 우물만 파지’, ‘잘 되기도 전부터 다각화를 하는 것이냐’ 등 따가운 반응을 받기 십상이다. 하지만 부디 걱정은 하지 마시길 바란다. 스타트업은 이번 아이템이 망해도 다른 아이템으로 다시 일어선다. 영화 극한직업 속 고반장(배우 류승룡 역)처럼 스타트업은 절대 ‘죽지 않는다’.



-팀터바인 이정협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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