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팔수록 손해보는 정유업계..."믿을건 파라자일렌뿐"

김민준 기자 minjun21@ekn.kr 2019.02.11 14: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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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마진 갈수록 하락 1달러대 형성…손익분기점 4달러 아래
PX는 2017년 톤당 834달러서 작년 추가 상승 1300달러대 수준

▲국내 정유업계가 정유사 실적과 직결되는 정제마진이 낮아지면서 신음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정유업계 효자 노릇을 했던 파라자일렌(PX)이 올해도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 주면서 한숨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정유사 실적과 직결되는 정제마진이 낮아지면서 신음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정유업계 효자 노릇을 했던 파라자일렌(PX)이 올해도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 주면서 한숨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1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지난 1월 넷째 주 기준 배럴당 1.7달러(1910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는 전주(2.5달러)에 비해 0.8달러가 하락한 수준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격과 정제비용 등 비용을 제한 것이다. 정제마진이 주간 기준으로 1달러 수준으로 하락한 건 2009년 12월 첫째 주(1.79달러)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정제마진 하락세는 뚜렷하다.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 기준으로 지난해 1월 평균 정제마진은 배럴당 6.1달러였다. 국내 정유사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 수준이다. 정제마진이 이보다 낮아지면 휘발유 등을 판매할수록 정유사들은 손해를 본다.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지난해 11월 넷째 주 배럴당 3.8달러로 떨어진 이후 두 달 넘게 하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 4사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등 정유 4사의 지난해 4분기 합산 영업손실은 1조136억원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업계 1위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분기 278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는데 석유 사업에서만 5540억원의 적자를 봤다. GS칼텍스는 2670억원, 에쓰오일은 2924억원, 현대오일뱅크는 175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3분기까지 영업이익을 이어오던 정유업계가 정제마진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정제마진 하락으로 정유 4사의 올해 1분기 실적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정제마진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미국산 셰일오일의 공급과잉을 꼽는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두바이유 가격보다 낮아지면서 북미 정유 업체가 휘발유 등 관련 제품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서부텍사스산 원유 선물은 배럴당 50달대 초반을 형성했다. 이에 비해 두바이유는 배럴당 50달러 후반으로 WTI 대비 배럴당 4∼5달러가 비쌌다. 중동에서 생산되는 두바이유는 영국의 북해산 브렌트유, 미국의 WTI와 함께 세계 3대 유종으로 불리는데 유황 함량이 많고 질이 떨어져 브렌트유보다 2∼3달러, WTI보다 5달러 정도 낮게 거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셰일오일 생산 증가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으로 WTI 가격이 두바이유보다 싼 ‘가격 역전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중동산 원유의 국내 수입 비중은 전체의 73%에 달해 두바이유가 상대적으로 비싸면 그만큼 국내 정유업계는 수익이 하락할 수 밖에 없다.

다행히 PX를 필두로 한 화학사업이 정유사업의 막대한 적자를 상쇄하고 있다. 2017년 평균 톤당 834달러를 기록했던 PX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톤당 1300달러 수준까지 증가하면서 연간 평균 가격이 톤당 1047달러로 집계됐다. 원유를 정제해 나온 나프타를 분해해 만들어지는 PX는 페트(PET)나 폴리에스테르 섬유의 기초 원료로 사용되는데 중국발 PX 수요 증가에 가격이 크게 뛴 것이다. 

PX 가격 상승 뿐만 아니라 스프레드도 크게 올라 정유사 실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 보통 PX 스프레드 손익분기점은 통상 톤당 250달러 내외로 알려져 있는데 지난해 4분기 PX 스프레드는 톤당 550달러 수준까지 올라갔고, 올해 2월 첫째주는 톤당 604.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정유 4사의 화학사업 영업이익은 SK이노베이션 2495억원, GS칼텍스 1181억원, 에쓰오일 1584억원을 기록했다. 정유사업에서 수천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벤젠 등 올레핀 제품 스프레드가 악화된 가운데 PX 스프레드 호조로 정유사들의 4분기 손실을 상당히 만회했고, 화학사업만 놓고 보면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봤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도 PX 시황은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중국 PX 자급률이 높아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PX 수출량의 90% 가량은 중국으로 수출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올해 시황에 영향을 미치는 증설은 아시아에서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중국 PX 공장은 2020년 초반에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올해 4분기쯤 스프레드가 소폭 조정될 수도 있지만 그전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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