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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조양호·삼양식품 전인장·무학 최재호 ‘운명의 3월’...행동주의·2대 주주 등과 한판승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2.18 07:16

HDC현대산업 "삼양식품 오너리스크 못참겠다" 주총 정관변경 제안
‘GS홈쇼핑 압박 실패’ SC펀더멘털, 무학에 감사선임-배당확대 요구
강성부 펀드, 한진그룹 ‘중장기 계획’ 검토 후 18일 입장 목표 주목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 최재호 무학그룹 회장이 ‘운명의 3월’을 맞고 있다. 세 사람은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2대 주주 등과 한판 승부를 벌인다. 

한진그룹은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KCGI(일명 강성부 펀드)와 경영권을 사수하기 위한 정면 대결을 앞두고 있고, 삼양식품은 오랫동안 끈끈한 우애를 다져온 HDC현대산업개발과 표 싸움을 벌인다. 좋은데이로 잘 알려진 무학은 미국계 헤지펀드인 SC펀더멘털의 감사 추가 선임 등의 주주제안을 놓고 여러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 HDC현대산업개발, 삼양식품 오너일가 정조준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월 상장사 주주총회에서 한진에 이어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곳은 HDC현대산업개발과 삼양식품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삼양식품과 별개 기업임에도 지분 16.99%를 보유한 2대 주주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과 고 전종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의 친분을 계기로 2005년 경영난을 겪던 삼양식품의 백기사(우호 주주)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삼양식품이 잇단 ‘오너리스크’로 몸살을 앓으면서 HDC현대산업개발과 삼양식품 간의 관계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인장 회장과 그의 아내인 김정수 사장은 지난달 2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각각 징역 3년에 법정구속,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전 회장 부부는 2008년부터 2017년 9월까지 삼양식품이 계열사로부터 납품받은 포장 박스와 식품 재료 가운데 일부를 자신들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로부터 납품받은 것처럼 꾸며 총 5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렇듯 오너일가의 일탈 행위가 삼양식품의 기업 가치 및 경영 투명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은 오랜 공조 관계를 깨고 지난 13일 열린 이사회에서 삼양식품에 ‘배임이나 횡령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이사를 결원으로 처리하자’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을 올리자고 제안했다.

만일 다음달 22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될 경우 전 회장과 김 사장은 이사진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투자자 입장에서 기업의 경영 투명성에 저해되는 요인이 발생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해당 안건을 제안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양식품 측은 "3월 정기주총에서 결정될 사안이다"라며 말을 아꼈다.


◇ GS홈쇼핑으로 자존심 구긴 SC펀더멘탈, 무학으로 회복할까

미국계 헤지펀드인 SC펀더멘털은 ‘좋은데이’ 소주로 잘 알려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무학을 정조준했다. SC펀더멘털은 무학 측에 감사 추가 선임과 배당 확대 등을 요구했다. 무학은 SC펀더멘털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해 실적 부진에도 주당 350원의 배당금을 유지했다. 

▲최재호 무학그룹 회장.(사진=연합)


다만 감사 선임의 경우 최재호 회장의 경영권 등 다양한 사안과 연관됐다는 점에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감사 선임의 경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기 때문에 SC펀더멘털은 적은 지분으로도 최 회장과의 표 대결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작년 9월 말 기준 최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51.9%이고, SC펀더멘털의 무학 지분율은 5% 미만이다. SC펀더멘털은 표 대결에서 승리해 자신에게 유리한 인사를 감사로 선임하면 자연스럽게 이사회에 진입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이미 SC펀더멘털은 GS홈쇼핑을 대상으로 경영권을 압박했다가 실패한 전례가 있는 만큼 무학을 통해 자존심 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SC펀더멘털은 지난 2016년과 2017년 GS홈쇼핑을 대상으로 배당 확대와 사외이사 추천 등을 요구했지만 주주제안의 형식적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주주제안을 철회한 바 있다. 무학 측은 "감사 선임 제안은 내부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지 계속해서 검토하고 있다"며 "무학의 경영진도 주주가치 제고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시장에서 알아줬음 좋겠다"고 말했다.


◇ ‘1보 후퇴’에도 실리 챙긴 한진그룹...KCGI, 18일 입장발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연합)


그럼에도 3월 정기주총의 백미는 단연 조양호 한진그룹 일가와 강성부 펀드의 정면 대결이다. KCGI는 지난해 한진칼 지분 11.81%와 한진 지분 8.03%를 보유해 2대 주주가 됐다. 이후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공개 제안서를 발표하고 석태수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하는 등 계속해서 조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했다.

이에 한진그룹은 지난 13일 배당 성향 확대와 감사위원회 설치, 7인 이사회 체제 운영 등을 골자로 하는 자구책을 내놓으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그러나 해당 안건에는 지배구조위원회 설치, 전자투표제 도입 등 조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중요한 안건들이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KCGI는 한진그룹의 중장기 발전 방안을 면밀히 검토해 18일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KCGI의 경우 국내 증시에 ‘한국형 주주행동주의’가 확대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올해 3월 조 회장 일가와의 표 대결에서 실패하더라도 당장 잃을 것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한진칼의 사내이사인 조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이석우 사외이사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되기 때문에 본격적인 경영권 장악은 내년 3월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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