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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100% 재생에너지 미래와 바람 사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2.20 08:13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공학박사)


미래는 ‘현재 시점에서 그 이후’를 의미한다. 현재 이전을 과거라고 한다면, 시간의 흐름은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된다. 혹자는 미래를 예측하고, 누군가는 미래를 상상한다. 예측과 상상 사이에는 "원하는 대로 만들고 싶다"는 희망이 섞여 있다.

2017년 12월 20일 우리나라 재생에너지에 있어 기념비적인 정책이 발표되었다. 이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안)’인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20%를 달성하겠다"는 정책을 담고 있다. 이 계획이 발표된 이후 학계, 산업계, 시민단체 등을 각자의 입장에 따라 해석을 달리했다. 일부는 "우리나라에 맞는 않는 현실성이 없는 목표"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혹자는 "좀 더 야심차고 대담한 계획이 필요한데, 소극적이다"라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또는 정치적 역학 관계에 따라 재생에너지를 확장하겠다는 이 정책을 바라보는 데에는 확연한 시각의 차이가 있다.

1년이 조금 지난 지금 "이 정책은 계획대로 잘 되고 있을까?"는 의문이 생길 무렵인 최근 "지난해 신규 보급된 재생에너지가 3GW 규모로 당초 정부 목표 대비 172% 초과달성했다"는 담당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공식 집계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일부는 "재생에너지 미래를 위한 흐름은 피할 수 없다"며 이 소식을 반겼으나 또 다른 일부는 "태양광 설치한다며 야산을 파괴하고, 경제성 없는 자원을 지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며 부정적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이런 미묘한 긴장 관계 속에서 문득 "좀 더 과감히 재생에너지 100%를 선언한 국가 또는 지역은 없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안)’이 그리는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는 불과 10년 정도 밖에 남지 않은 미래로, 예측 가능한 전체 비용, 정부지원금, 이행 시나리오 등이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제시되는 전망(outlook)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물론 전망 역시 예측의 오류와 시간 지연, 정책의 변화 등을 겪을 수도 있다).

덴마크, 스페인은 2050년 재생에너지 100%를 위한 계획을 2012년, 2018년에 각각 발표하였다. 그리고 미국의 뉴욕, 캘리포니아, 독일 프랑크푸르트, 호주 시드니를 포함한 주요 도시 역시 향후 30년 이내 재생에너지 100%를 목표한다고 선언하였다. 이러한 선언은 계속 확장되고 있으며 이미 스코틀랜드, 호주, 덴마크 등에서는 며칠 동안이지만 거의 100%에 가까운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하기도 하였다. 미국 전체, 유럽 전체를 재생에너지 100%로 전환하기 위한 기술 및 전제 조건 등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실 100% 재생에너지의 꿈은 꽤 오래된 상상이다. 1975년 덴마크 물리학자 벤트 쇠렌센이 발표한 사이언스 논문에서 최초로 제안되었고 그 이후 지속적으로 관련한 연구와 구상이 이어져왔다. 1976년 환경운동자이자 에너지 정책가인 애머리 로빈스는 ‘연성 에너지 경로(soft energy path)’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화석연료와 핵연료를 기반으로 한 중앙 집중형 에너지 시스템을 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로 대체하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미래를 제시하였다. 그 이후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최적 조건들을 다루는 연구가 발표되었으나 정부 정책의 중심부가 아닌 주변부라 할 수 있는 환경 운동가, 시민 단체의 영역에 주로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재생에너지의 확산은 정치인과 지지자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했다. 2010∼2016년 사이 태양광 비용은 69% 하락했고, 육상 풍력 비용 역시 18% 낮아졌다. 주변부에 머물렀던 재생에너지 100% 꿈은 이제 조금씩 실현가능할지도 모르는 경로로 바뀌기 시작했다. 덴마크와 스페인의 재생에너지 100% 계획은 풍력, 수력 자원이 풍부한 환경과 기술발전이 가져다 준 현실성이 뒷받침되어 주었다.

물론 2050년은 30년 이상의 미래로 전망보다는 그렇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 가깝다. 바람을 진지하게 이야기하면 몽상가의 헛된 망상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지만 몽상가들의 여러 생각 중 하나가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실현되는 과정을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다. 그래서 이들을 몽상가보다는 선도자라고 부르고 싶다. 우리나라는 불과 1년 전 재생에너지 20%로 향하는 계획을 발표하고 이제 의미 있는 첫 걸음을 디뎠을 뿐이다. 비판과 비난의 목소리 보다는 발생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보완책과 응원과 지원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의 정책이 계획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더 나은 논의가 필요하다. 우리도 언젠가는 주변부에 머물러 있는 몽상가들의 생각이 실제 정책으로 발표되고 구체화되는 미래를 꿈꿔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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