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준 에너지부 팀장. |
최근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경유세 인상 방안을 권고했다. 에너지원마다 환경오염 등 사회적 비용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가격을 조정해야 한다며 휘발유·경유의 상대가격을 조정하라고 제안했다. 가격 조정이 이뤄진다면 시장 상황과 세수 확보를 고려했을 때 휘발유에 부과되는 유류세를 인하하기 보다는 경유에 붙는 유류세를 올리는 방향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경유세를 인상하라는 것인데 2017년 기재부, 산업부, 국토부, 환경부 소속 4대 국책연구기관은 공동 연구를 통해 경유가격이 휘발유 대비 120%까지 올라가도 미세먼지 저감효과는 1.2%에 그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극단적으로 경유가격을 현행 2배까지 인상하더라도 미세먼지 배출량은 2.8%에 그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중국 등 국외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가 국내 미세먼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는 상황에서 환경을 고려해 경유세를 인상하라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경유세를 인상하면 경유차를 운행하는 수많은 영세 자영업자와 운송업자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특히 미세먼지 배출 저감장치를 부착해 유로5 기준을 충족시킨 일반 경유차량마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리는 것은 억울하다. 미세먼지 배출의 주범은 경유차량 중에서도 노후 화물차나 건설장비이기 때문이다.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책임연구위원이 올해 미세먼지 예산을 분석한 자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정부의 올해 미세먼지 대응 예산은 1조8240억원인 반면 ‘미세먼지 유발’ 관련 예산은 이보다 많은 3조4400억원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미세먼지 유발 예산은 유가보조금 2조원, 농어민 면세유 1조1000억원, 석탄 관련 보조금 3400억원 등이다. 미세먼지 대응 예산마저 전기차 보급사업에 4573억원이 편중돼 있다. 이 연구위원은 "미세먼지도 못 줄이고 화석연료 보조금에 의존하는 석탄산업 종사자, 화물차 업계와 노동자, 저소득층 모두가 정책의 피해자"라면서 "운행거리가 길고 미세먼지 저감 대체 효과가 큰 배송차나 화물차의 교체 사업을 우선시 할 것"을 강조했다.
환경에 따른 에너지 세제개편을 하려면 수송연료와 발전연료의 가격조정부터 먼저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수송연료인 휘발유와 경유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반면 발전연료인 석탄이나 우라늄에는 거의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전체 에너지 소비 중 15%도 안되는 휘발유와 경유가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세수의 88%를 부담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1차 에너지원(유류)보다 2차 에너지원(전기)이 저렴한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