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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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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은 한다'...정부 눈치 안 보는 ‘ICT업계 핵사이다’ 3인방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3.07 15:59

▲왼쪽부터 고동진 삼성전자 IM 부문장, 황창규 KT 회장, 이재웅 쏘카(SOCAR) 대표.


최근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한 논의가 정·재계 전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잦은 외풍에도 흔들림 없이 ‘할 말은 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수장들의 존재감에 눈길이 모인다. 국내 벤처기업인 1세대인 이재웅 쏘카 대표와 삼성전자 IM사업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고동진 사장,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신화를 이뤄낸 KT의 황창규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 이재웅 대표 "벤처 붐 일으키고 싶다면 규제부터 혁신해 달라"

▲지난달 21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서 이재웅 쏘카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


정부를 향한 이재웅 쏘카 대표의 쓴 소리는 주로 이 대표의 주 무대인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진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4차 산업혁명이나 벤처기업과 관련한 정부 정책이 나올 때마다 의견을 개진하는 식이다.

이 대표는 지난 6일 정부가 발표한 ‘제 2 벤처 붐 확산 전략’에 대해 "펀드, 세금 감면, 차등의결권 부여, 글로벌 스타트업 페스티벌 개최 등으로는 벤처를 활성화시킬 수 없다"라며 "정부는 규제개혁이 좀 더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규제가 풀려 사업을 마음껏 할 수 있다면 세금 혜택 없이도 투자는 전 세계에서 모을 수 있다"라며 "세금을 줄일 것이 아니라 많이 걷어 혁신으로 인해 피해보는 분들을 도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15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 "어느 시대의 부총리인지 모르겠다"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당시 홍 부총리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케이비즈(K-BIZ) CEO 혁신포럼’에서 "공유경제와 원격진료 문제는 이해관계자 대타협이 우선"이라고 언급했었다.

이 대표는 이를 보도한 기사를 태그하고는 "이해관계자들끼리 타협을 하면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하는 것은 공무원들의 편익만을 생각한 무책임한 정책 추진방식"이라며 "이해관계자 대타협이 아닌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 고동진 사장, 국감서 "아까 질문 끝나면 가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삼성전자 고동진 IM부문 사장


삼성전자 고동진 IM부문 사장의 ‘사이다’ 같은 국정감사 일화는 업계에서 유명하다. 지난 2017년 국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고 사장은 갑자기 손을 번쩍 들고는 "아까 끝난 사람들은 (집에) 가기로 하지 않았습니까"고 물었다. 형식적인 질의들로 국감이 자정을 넘기려하자 보다 못한 고 사장이 직접 나선 상황이었다.

지난해 국감 때는 한 여당 의원이 고 사장의 태도를 문제 삼기도 했다. 이날 고 사장은 단말기 완전자급제 및 분리공시제 도입에 대해 "법제화된다면 따르겠다"면서도 관련업계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완전자급제’의 성급한 도입이 기존의 단말기 유통구조를 해칠 수 있다는 점과 ‘분리공시제’ 도입은 제조사 입장에서 마케팅 비용을 공개하라는 의미로 여겨진다는 이야기였다. 이에 해당 의원은 "법제화되면 따르겠다는 말은 오만하고 불쾌한 답변"이라며 "국회가 과연 법제화 할 수 있는지 한번 보자는 것으로 들린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황창규 KT 회장, 정치권 외풍에도 ‘뚝심’… 민영기업 KT ‘새 역사’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 1월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기업이 커가는 나라, 함께 잘사는 나라’라는 슬로건으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질문하고 있다.(사진=연합)


공기업이었던 KT는 지난 2002년 민영화됐지만,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수장들이 교체되는 등 유달리 부침을 많이 겪어왔다. 노무현 정부 때 선임된 남중수 전 KT 사장은 정권교체 이후 불명예 퇴진했고, 이명박 정부의 이석채 전 KT 회장 역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임기를 끝마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정부 때 선임된 황창규 KT 회장이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 지금까지도 KT 회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눈길을 모은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사장 출신인 황 회장은 지난 2014년 1월 KT 회장에 선임됐고, 지난 2017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물론 KT를 둘러싼 정치권의 외풍이 완전히 잦아든 것은 아니다. 현재 KT는 ‘유력 정치인 자녀 특혜 채용’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 수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주어진 임기를 완주하겠다"는 황 회장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ICT를 주도하는 KT의 수장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겠다는 의미다. 황 회장은 올해 초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해 첫 번째 질의자로 나서며 ICT 기업 수장의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날 황 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에서 쌀이라고 하는데 정보보호 규제가 너무 많다”라며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야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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