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순의 눈] ‘최초’도 이만하면 병이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2019.03.14 10: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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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이동통신사 기자간담회 현장에서는 때 아닌 ‘최초’ 논쟁이 붙었다. 이날 LG유플러스가 한양대 자동차전자제어 연구실 에이스 랩과 함께 5G 자율주행차 공개 시연을 가지고는 이를 ‘세계 최초’라고 소개해서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갸우뚱’했다. 그간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 자율주행차 시연 성공담은 숱하게 많았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업계에만 국한한다 하더라도, KT는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일부 구간에서 자율주행버스를 운행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 경기도 화성 자율주행 실증도시 케이시티(K-city)와 일반도로에서 시연 행사를 치르기도 했다. 기자들이 ‘최초’라는 의미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구하자, 이날 LG유플러스와 한양대 에이스 랩 측은 "5G 기술을 기반으로 통제되지 않은 일반도로에서 자율주행차 시연을 하는 것은 최초가 맞다"고 답했다. 해석하면, 이번 시연이 앞서 공개된 자율주행 시연에 비해 훨씬 진화했다는 의미다. 

‘최초 개발’ ‘최초 성공’ ‘최초 상용화’…. 요즘 ICT 업계를 떠올려 보면 5G 단어 앞에 ‘최초’라는 말이 붙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ICT 업계 안팎에선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최초 병’"이라는 농담도 흘러나온다. 

‘최초 마케팅’은 정부도 마찬가지다. 당초 ‘2019년 3월,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목표로 관련 기업에 연신 드라이브를 걸었던 정부는 최근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5G 전용 단말이 3월 중 출시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초’라는 타이틀에 금이 갈 일은 없을 거라 설명했지만, 그럼에도 한껏 달아오르던 분위기는 한풀 꺾인 모양새다. 

생각해보면 참 아이러니다. 5G의 본격적인 상용화를 앞두고 모두 ‘최초’라는 말에 골몰하는 이때에 정작 고객들은 5G가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초’라며 호들갑을 떨기보다 5G가 당신의 일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친절하게 설명하는 게 낫지 않을까. 원래 꽉 찬 수레는 요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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