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철(한국공인회계사회 사회공헌·홍보팀장) |
전통적 노동시장이 깨지고 있다. 사용자와 근로자로 구분하던 시대가 저물고, 제3의 일자리를 만드는‘긱 이코노미’(Gig Economy·임시직 경제)가 출현하고 있다.
‘긱(Gig)’은 공연을 위해 일시적으로 고용되는 단기 연주자를 부르던 명칭이다. 앱 발달로 디지털 플랫폼에서 노동의 수요와 공급이 만나 일시적인 근로계약을 맺는 게 긱 이코노미다. ‘플랫폼 노동’으로도 불린다. 긱 이코노미 하면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가 먼저 떠오른다. 한국에서도 차량공유 서비스 ‘타다’, 배달대행 서비스 ‘배달의 민족’ 등이 있다. 최근 들어 이들 성장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더 이상 안정된 일자리는 없다. 이제 자신의 일자리는 스스로 만들어라!"
전문가들은 "‘긱 이코노미’는 불안정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을 헤쳐 나갈 효과적인 성공전략을 짜라"고 주장한다. 불확실하고 변화무쌍한 고용시장 속에서 흔들림 없는 삶을 지켜내는 방법. 일자리를 스스로 찾고 만들며 자기만의 길을 개척하라는 것이다. 성공을 거두려면 자기만의 방식으로 일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자기만의 꿈과 목표도 명확히 해야 한다. 성공에 대한 자기만의 비전을 그리고, 그 비전에 걸맞은 일을 찾을 때 비로소 더 많은 기회가 생긴다. 자신의 커리어 확장도 함께.
중국은 어떤가. 그동안 중국 실업자들의 든든한 안전망 역할을 하던 ‘긱 이코노미’가 포화상태라고 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실업자를 흡수하던 기술정보(IT) 서비스 기업들이 중국경기 침체와 잇다른 정부 규제강화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긱 이코노미는 지난 2016년 과도한 광산·철강 산업 감축을 위한 구조조정과 감산정책으로 급부상했다.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디디추싱’과 소셜커머스 플랫폼 ‘메이퇀뎬핑’등 IT 서비스 업체가 긱 이코노미의 간판 기업들이다. 이들은 운전과 배달 등 별도 훈련이 필요 없는 일자리를 제공, 기존 산업에서 퇴출당한 실업자 수만 명을 흡수했다. 긱 이코노미로 일자리를 얻은 중국 실업자는 2015년부터 3년간 약 3337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긱 이코노미는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뱁슨 대학교 겸임교수 다이앤 멀케이는 저서 <긱 이코노미>에서 "금융 전문가는 ‘좋은 빚’과 ‘나쁜 빚’을 구분한다. 좋은 빚은 주택담보대출과 학자금 대출이고, 나쁜 빚은 차량대출과 신용카드 빚이라고. 그렇지만 이제는 이런 식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긱 이코노미에서 위험하지 않은 빚이 없다. 수입과 일자리가 불안정하여 매달 큰 금액의 빚을 갚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는 제품을 사기 위해 주기적으로 ‘나쁜 빚’을 진다"고 말했다.
긱 이코노미의 명과 암이 뚜렷하다. 긱 노동자들은 "자유로워졌지만 불안감은 더해졌다"고 말한다. 휴식에 대한 관점도 바꿔야 한다. 유급휴가도 늘어나고 좀 더 자주 휴식을 취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 얼마나 많이 일 할지 자유롭게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플랫폼 노동 확산은 청년실업과 맞물려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고용불안 시대다. 이러한 환경에서 긱 이코노미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기회(明)가 될 수도 큰 위기(暗)가 될 수도 있다. 긱 이코노미 시대, 이렇게 준비했으면 한다. 우선 정부는 긱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사회보장권 보호를 위한 장치마련에 나서야 한다. 둘째, 긱 노동자들은 전문기술과 융합형기술로 무장해야 한다. 일에 대한 전문적인 기술습득은 물론이고 재교육도 필수다. 손재꾼으로 불리우며 융합형 인재를 지칭하는‘브리꼴레르(bricoleur)’가 되어야 한다. 셋째,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확대하라. 일 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실업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 버리게 한다. 공간이든 일자리든 소유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고 사용하는 데 초점을 맞춰라. 긱 이코노미 시대에 우리 삶에 큰 변화의 물결이 몰려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