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만들어진 해상 원자력발전소 |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중국이 올해 안에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부유식 해상 원자력발전소를 착공키로 했다. 중국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들어 최신형 원전을 잇달아 가동하는데 이어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해상 원전에도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과거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원전 건설을 일시 중단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13차 5개년 계획(2016∼2020)을 통해 원전 건설을 오히려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재차 ‘원전 굴기’에 나섰다.
◇ 중국, 2030년 원전 100기 돌파 전망...해상 원전 까지 착공
중국은 기후변화대응을 위해 2020년부터 2030년까지 화석연료에 의한 1차 에너지 소비량을 20%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수준 대비 2배 가량 감축 시킬 계획이다. 이에 중국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2030년까지 해상 원전을 포함해 전체 원전 발전 용량을 현재 대비 4배로 늘릴 방침이다. 세계원자력협회(World Nuclear Association)에 따르면 현재 중국은 45기의 원전을 가동 중인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2020년까지 58 GWe(기가와트일렉트릭·1GWe는 원전 1기 설비용량) 규모의 원전을 가동목표로 설정하고 그 이후로 30 GWe 규모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원전 규모가 2030년에는 100기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자력 관련학과 교수는 "실제로 다양한 최신형 원전을 가동시켜 나가는 중국의 원전굴기는 무섭다"며 "중국에서 7기의 신규 원전이 가동됐는데 4기가 미국의 최신기술인 AP1000, 1기는 프랑스의 최신기술인 EPR(170만kW 짜리 대형), 1기는 러시아 기술인 VVER-428M, 나머지 1기는 자국기술인 ACPR가 적용됐다"고 밝혔다.
▲중국 주요 원전 가동현황(자료:세계원자력협회(WNA)) |
이러한 ‘원전 굴기’ 정책의 일환으로 중국은 해상원전 건설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1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국유기업인 중국핵공업집단(CNNC)의 자회사인 핵동력연구설계원(NPI)은 "중국이 최초의 해상 원전 건설에 나선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완공 시기나 투자 규모 등은 밝히지 않았다.
뤄치 NPI 원장은 "해상 원전은 작은 규모의 원자로를 갖춘 해상 플랫폼으로, 공간을 적게 차지하고 지진 등 (자연재해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대기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등 장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최초의 해상 원전은 산둥(山東)성 해안에 건설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당초 2018년 내에 1호기를 완공해 2019년 가동을 목표로 했지만, 기술 난이도가 높아 올해 착공하는 것으로 시기가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산둥성 연안은 우리나라 서해에 해당되는 지역이다.
구쥔 CNNC 사장은 지난해 6월 "산둥성 연안에 떠있는 해상 원전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산둥성 현지 매체인 치루완바오는 이 사업의 총 투자비용을 140억위안(약 2조3610억원)으로 추산하고, 해상 원전이 2021년 가동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CNNC와 중국광핵집단 등은 2020년대에 북부 보하이(渤海)와 남중국해 등에 해상 원전 20기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앞으로 사고로 전원이 끊길 때 원자로를 자동 정지할 수 있는 최신형 원자력발전소를 줄줄이 건설 및 가동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세계 최초의 해상 원전은 러시아에서 건설 중이다. 러시아 국영 원자력기업인 로사톰은 지난해 4월부터 해상 부유식 원전 ‘아카데미크로모노소프’를 짓고 있다. 이 원전은 올해 여름부터 가동돼 북극해 연안 도시 페베크에 10만여 명이 쓸 전력을 공급할 예정이다.
개발사 측은 "이 원전이 모든 종류의 자연적, 기술적 피해를 막을 안전장치가 돼 있다면서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발틱조선소에서 건조된 아카데믹 로모노소프는 지난해 5척의 예인선에 의해 원자력 원료를 공급받기 위해 북극권 항구인 무르만스크로 이동을 시작했다. 당초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원자력 원료를 공급받을 예정이던 로모노소프는 노르웨이, 스웨덴 등 인근 북유럽국가의 항의로 발틱해를 통과해 무르만스크에서 첫 원자력 원료를 공급받는다.
로모노소프가 올해 페베크 마을에 도착해 전력을 공급하게 되면 세계 최북단에 위치한 원자력 발전소가 된다. 이를 통해 10만 인구가 사는 마을에 전력을 댈 수 있게 됐다.
로모노소프는 바닷물을 담수로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된 원자로 2기를 탑재한 2만1500톤급의 무동력선이다. 20만명 가량의 도시가 하루 사용할 수 전력 70MW와 열에너지 300MW를 공급할 수 있다.
또 로모노소프는 올해부터 페베크 등에서 전력을 공급한 후 극동지역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바다 위 원자력 발전소가 예정대로 작동하면 로사톰은 인도네시아, 알제리 등에 발전소를 수출할 계획이다.
로사톰 산하 원전 기업인 로세네르고아톰의 비탈리트루네프 대표는 "이 떠다니는 에너지 시설은 전통적 원전이 가진 최고의 특성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어떤 형태의 자연·기술적 피해로부터도 안전하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해상 원전은 미리 조립한 발전설비를 부양 바지에 실은 뒤 해상 적당한 장소에 만들어진 인공 방파제에 계류시키는 것으로, 냉각수는 직접 바닷물에서 취한다. 보통 해상 원전 용량은 10만㎾ 규모로 통상 원전의 10% 정도의 출력이다. 해상 원전은 또한 위치를 자유롭게 옮길 수 있어 주로 오지나 해상 석유 시추 시설 등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용도로 개발되고 있다.
◇ ‘떠다니는 체르노빌’ 해상원전...안전성 확보해야
그러나 해상 원전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아 국제 환경단체들은 이를 ‘핵 타이타닉’ 또는 ‘떠다니는 체르노빌’이라고 부르며 반대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해상 원전의 경우 북극해의 높은 파도와 강풍에 노출되는 게 원전에 가장 큰 위험이 된다는 주장이다. 국제 환경보호 단체 그린피스의 원자력 전문가 얀 하버캄프는 "일이 잘못 됐을 때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수천가지나 되는 지상 원전과 달리 로모노소프 같은 움직이는 원전은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제한적"이라며 "지상 원전 사고에서 얻은 경험을 해상 원전에 대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해상원전에 대한 완전한 안정성 검증이 필요한 상황에 중국이 건설키로 한 예정지인 산둥성 해상은 한국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 만약 사고가 날 경우, 한국도 안전지대는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환경단체들이 표현하는 ‘떠다니는 체르노빌’에서 체르노빌은 구 소련(현재 우크라이나) 중북부에 위치한 도시로 이 지역에서 가동했던 원전이 과거 1986년에 폭발하면서 인류 최악·최대의 원전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한 피폭(被曝)과 방사능 휴유증 등으로 수십 만 명의 사상자가 나타났으나 사실상 피해 집계가 불가능할 만큼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재앙으로 기록되고 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에 이어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따른 방사선 노출 문제 등으로 원전 사고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중국 등에서 추진하고 있는 해상 원전 또한 사고의 위험성 우려로 국제환경단체들은 반발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