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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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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정비·연료·환경설비 토론회] 공기업화가 능사?...정부 처방은 잘못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3.22 16:45

에너지경제신문 22일 상공회의소서 토론회 개최
"발전정비 직원 공기업 정규직 전환하면 민간발전업체 줄도산"

▲2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발전정비 및 연료·환경설비 운전시장의 효율적 산업구조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사진=에너지경제신문)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지난해 말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 소속 고(故) 김용균 씨 사망으로 발전소 연료 환경설비 운전 업무의 공기업화를 둘러싼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사고의 원인은 ‘위험의 외주화’에 있다며 공공기관을 설립해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연료·환경설비 운전분야 공공기관으로의 정규직 전환’을 골자로 한 후속대책을 발표했다.

또 다른 쪽에서는 "위험을 외주화해서 사고가 나는 게 아니라 위험을 관리하지 않아서 사고가 나는 것이다. 발전정비업체 직원을 공기업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민간발전업체들은 필연적으로 도산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민간발전정비 개방화 이후 불거진 문제를 분석하고 故 김용균 씨와 같은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발전정비 시장의 효율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에너지경제신문은 ‘발전정비 및 연료·환경설비 운전시장의 효율적 산업구조를 위한 토론회’를 2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했다.

우리나라 발전정비는 1990년대 초반까지 한전KPS가 100% 수행해오다가 1994년 한전KPS 총파업 이후 리스크 관리를 최소화 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민간 발전정비 시장을 키우기 시작했다. 발전소 업무중 외주화는 경상정비(발전소 시설을 고치는 것)와 연료환경설비 운전(발전기를 돌리는데 필요한 연료를 공급하고 발전 후 남은 부산물을 처리하는 것)이다.

2013년부터 발전정비경쟁도입 1단계 정책이 시행되면서 2008년까지 발전정비시장 83%를 차지했던 한전KPS의 시장점유율은 2017년 46.8%까지 감소했고, 민간업체들의 점유율은 53.2%로 증가했다.

이러한 결과는 2013∼2015년 발전공기업의 신규 비핵심 물량과 신규 핵심설비 상응물량에 대한 경쟁 도입과 2017년까지 기존 물량에도 경쟁을 도입한 결과다. 경쟁도입 이후 파업으로 인한 공백은 없어졌고, 다수의 역량 있는 민간업체의 참여로 경쟁체제를 구축했다. 민간개방 확대를 통해 국내 발전정비산업은 효율적인 경쟁시장으로 도약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발전정비 및 연료·환경설비 운전시장의 효율적 산업구조를 위한 토론회’에서 정우진 에너지경제신문 부사장,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임정효 에너지경제신문 사장겸 편집국장, 김병한 E&C KOREA 대표,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김동수 한국수력원자력 전 건설본부장,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김동준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


발전정비 시장을 뒤흔드는 일련의 사건이 발생했다. 정부는 2017년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추진계획’에 따른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는 공공부문 인력제한이라는 정부의 공공부문 규제와 충돌했고, 비용상승을 야기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10일 태안화력에서 발전연료설비 운전과정에서 김용균 씨가 사망했다. 이후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이른바 김용균법)이 개정됐다. 개정안은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한 도급 제한, 하청의 재하청 금지, 작업중지권 보장, 보호대상 확대, 산업재해 예방계획의 구체화 등이 포함됐다. 올해 2월에는 당정 협의를 통해 연료·환경설비 운전분야와 정비분야는 공공기관으로서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잘못된 개념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위험을 외주화해서 사고가 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관리하지 않아서 사고가 나는 것"이라며 "기득권을 가진 발전사 내부직원들이 하지 않으려 하거나 회피하기 때문에 외주하는 구조라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위험관리를 원청업체의 정규직이 맡는 경우 발전사 내부의 노노갈등으로 번져 합리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대의 비정규직이 정규직화하면서 최초로 한 일은 도서관의 난방을 끈 일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면서 "외주의 인력이 민노총의 지원 하에 원청 공기업의 정규직이 되는 순간 발전정비 시장이 정지되는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에너지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발전정비 및 연료·환경설비 운전시장의 효율적 산업구조를 위한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


김병한 E&C코리아 대표는 "발전정비와 연료·환경설비 분야에서 운전부분은 외주화가 어려운데 정비부분에서는 정비 부품이 수 천종에 달하기 때문에 외주화가 불가피하고 외주화하는 게 더 경제적이고 전문적"이라고 분석했다. 전문 정비업체 육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역시 "정부가 간섭하지 않는 것이 민간발전회사를 살리는 길"이라며 "발전정비업체 직원을 공기업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민간발전업체들은 필연적으로 도산할 수밖에 없고, 6개 회사 정비 분야 재직 인원 3825명 중 공기업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되는 1687명(41%) 이상이 실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9일 △공공기관에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책임을 기관장에게 묻고 △공공 입찰의 경우 사망자가 1명이라도 발생한 업체는 최장 2년 동안 입찰을 제한하고 △위험 작업장은 2인 1조 근무를 의무화하고, 신입직원의 단독 작업을 제한하는 등의 공공기관 작업장 안전강화 대책을 확정해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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