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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조원태 '3세 경영' 본격화...남은 과제 '산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4.25 15:03

지분 상속·KCGI와 경영권 다툼 ...갑질 논란 악화된 여론수습 산적
故 조양호 리더십 공백 등...체제 안착 위해 능력 보여줘야

▲조원태 신임 한진그룹 회장.(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고(故)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 이후 리더십 공백을 맞았던 한진그룹이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하면서 본격적인 ‘3세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형제간 다툼 등 우려했던 상황은 피하며 내부 결속을 다졌지만 지분 상속 문제, 행동주의 펀드 KCGI와 경영권 다툼, 갑질 논란으로 악화된 여론 수습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조원태 체제’ 안착을 위해서는 조 신임 회장이 스스로 경영 능력을 입증하며 과제들을 풀어가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지난 24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사내이사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을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 선친 별세 이후 16일만이다.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하는 한편 안정적인 그룹 경영을 지속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게 한진칼 측의 설명이다. 앞서 조양호 회장은 창업주 조중훈 회장이 별세하고 4개월여 뒤에 회장직을 승계한 바 있다.

조 신임 회장은 이에 따라 향후 그룹 전반의 경영활동을 직접 챙기게 된다. 다만 당장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한 상태다. 가장 먼저 KCGI(일명 강성부 펀드)와 경영권 분쟁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KCGI는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늘리며 그룹 경영권을 넘보고 있다.

지난달 15일 12.8%였던 이 회사의 한진칼 지분율은 이달 현재 14.98%로 뛰었다. 고 조양호 회장(17.84%)과의 지분율 격차가 2.8% 포인트에 불과할 정도다. 오너일가와 특수관계인은 한진칼 지분 28.95%를 들고 있다. KCGI의 무게감이 아직까지는 위협적이지 않지만 지분 추가 매입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점이 조 신임 회장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시장에서는 조 신임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백기사’를 찾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앞서 고 조양호 회장의 동생인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은 한진그룹을 지원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은 상황이다.

이 와중에 국민연금은 공시 의무 대상 기업에서 벗어날 정도로 한진칼 지분을 팔아 치웠다. 지난 2월 6.7%였던 한진칼 지분율을 4.11%까지 낮춘 것이다. 국내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조 신임 회장 입장에서는 백기사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물밑 접촉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조 신임 회장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고민도 안고 있다. KCGI와 경영권을 다투는 것과 같은 맥락이기도 하다. 당장 고 조양호 회장이 들고 있는 17.84%의 한진칼 지분을 성공적으로 승계해야 한다. 상속세 납부 방안에 대한 결정은 올 6월 8일까지 내려야 한다. 50%의 상속세율과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하면 한진칼 지분을 상속받는 데 내야하는 세금 규모는 2000억~2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장기적으로는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의 이미지를 제고해야 한다는 짐도 조 신임 회장이 지게 되는 모양새다. 한진그룹 총수일가는 그간 땅콩회항, 물컵갑질 등 다양한 논란에 휘말리며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조 신임 회장이 국내 최고의 국적사를 이끌고 있는 수장인 만큼 진정성 있는 소통을 통해 악화된 여론을 직접 수습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그룹이 ‘조원태 체제’를 안착시키고 3세 경영을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결국 조 신임 회장이 자신의 능력을 직접 보여줘야 한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당장 올 6월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는 그 첫 관문이다. IATA 연차총회는 120개국 287개 항공사의 최고경영자 등이 집결하는 글로벌 행사다. 조 신임 회장은 대한항공과 한국 항공 업계를 대표해 이 행사의 의장 역할을 맡게 된다.

한편 조 신임 회장은 지난 2003년 8월 한진그룹 IT 계열사인 한진정보통신의 영업기획담당으로 입사하며 본격적으로 경영 수업을 받았다. 이듬해인 2004년 10월 대한항공으로 자리를 옮겨 경영기획팀, 자재부, 여객사업본부, 경영전략본부, 화물사업본부 등 주요 분야를 두루 거쳤다.

2017년 대한항공 사장에 취임한 이후 델타항공과의 태평양노선 조인트벤처 출범, 아시아태평양항공사협회(AAPA) 사장단회의 성공 개최 등을 진두지휘했다. 또 사내 소통의 보폭을 넓히며 조직문화 개선에 앞장서는 한편 발전적 노사관계 정립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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