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늦춘다고 참석률 높아지나요"...금융당국 '주총 내실화 방안' 실효성 논란

나유라 기자 ys106@ekn.kr 2019.04.26 08:4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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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룰 완화 등 근본적 대책 빠져...이메일보다 ‘전화번호’ 제공이 더 효과적"


여의도 증권가

▲서울 여의도 증권가.(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금융당국이 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발표한 ‘주주총회 내실화 방안’을 두고 상장사들 사이에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기주주총회를 기존 3월 말에서 5~6월로 늦춘다고 주총 참석률이 높아질지 미지수인데다 특정일에 주주총회를 개최할 수 있는 기업의 수를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상장사들의 자율성을 침해하는거라고 지적했다.

우선 상장사들이 이번 대책에서 ‘3%룰’ 완화에 대한 대책이 빠진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26일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12월 결산 코스피, 코스닥 상장사 1997곳 가운데 188곳이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감사선임 등 안건이 부결됐다. 감사선임 안건은 최대주주가 보유한 지분 중 3%만 의결권을 인정하는 ‘3%룰’ 때문에 소액주주가 많은 기업들은 정족수를 확보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것이다. 여기에 주주 의결권을 예탁결제원이 대해 행사하는 섀도보팅제가 2017년 폐지되면서 기업들은 매년 의결정족수를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업계에서는 상법상 3%룰을 완화하는 등 주총 결의 요건을 바꾸지 않으면 내년에도 주총 대란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3%룰 완화’는 상장사들이 과거부터 계속해서 요구했던 것이다. 그러나 전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주주총회 내실화 방안’에서는 3%룰 완화에 대한 내용은 빠져있다. 대신 정기 주총 시즌을 기존보다 두 달 늦어진 5~6월로 바꾸고 특정일에 주총을 열 수 있는 기업의 수를 한정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정일에 수 백개의 기업이 동시에 주총을 열다보니 주주들이 주총에 참석하는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고 지적했다. 일반 직장인들이 업무 시간에 주총에 참석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더러 주주들이 수도권에만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교통편이나 거리 등을 이유로 참석을 못하는 일도 많다는 것이다. 또 일부 상장사들은 공간 부족으로 인해 동사무소나 호텔, 강당 등을 대여해서 주총을 여는 경우도 많은데, 주주들이 생각보다 많이 오게 되면 비용적인 부담도 늘 수 밖에 없다.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만일 1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으면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때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소액주주 입장에서 굳이 근무시간 중간에 주총에 참석한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날짜를 바꾼다고 해도 올 수 있는 주주들은 오고, 오고 싶지 않은 주주들은 오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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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회사 등의 주주총회 내실화 방안.(자료=금융위)


또 하루에 주총을 열 수 있는 기업들의 숫자를 제한하게 되면 오히려 상장사들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상장사 관계자는 "기업들은 주총 날짜를 정할 때 의사회 의장 일정이나 내부 임원들, 회계 일정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 "내부적으로 특정 날짜가 좋다고 결정을 내렸는데, 선착순 때문에 주총 일자가 뒤로 밀리게 된다면 상장사들이 무척 혼란스러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결권 행사 기준일을 기존 90일에서 60일 이내로 단축하는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주주명부 폐쇄일을 주총 90일 전에서 주총 60일 전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상장사들이 주총에서 정관을 변경해야 한다. 해당 안건은 특별결의사항으로 3분의 2 이상의 주주들에게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즉 주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명부상’의 주주들과 5~6월 주총을 열어야 한다는 의미다.

주총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주주들의 ‘이메일 주소’를 제공하는 안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이메일은 휴면 계정이 많고, 바로 확인하지 않는 주주들도 있어 이메일보다는 메신저, 문자 등을 통해 일괄적으로 알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주총 활성화 방안’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등 일부 국가는 주주총회를 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감사보고서를 제출할 때 유예기간 6개월을 추가로 부여해 9월까지 제출하도록 하고, 주주총회도 4, 5월에 개최하는 것을 허용하는 등 우리나라보다 훨씬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당국이 어제 발표한 내용은 기업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다른 국가들의 사례를 잘 참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위 측은 "어제 발표한 내용들은 기업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그간 제도적으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며 ""5월에 공청회를 열고 전문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제도를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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