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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전문가 제언] 기본도 없는 기본계획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5.02 14:43

박상덕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수석연구위원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8차 전력수급계획의 연장일 뿐이다. 우리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8차 전력수급계획은 일련의 과정이 졸속으로 진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발표되자마자 실적치가 예측치를 크게 벗어났었다. 세계 10위권이라는 정부의 계획이 한마디로 국민들의 웃음거리가 되었었다. 하기야 산업통상자원부조차도 구속력 없는 행정계획이라고 했으니 그 수준에 맞게 만들어졌으리라.

3차 에기본에는 그냥 탈원전을 어떻게 수용하고 재생에너지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만 담겨있고 에너지 철학이나 다가올 미래에 대한 문제점과 대책은 없다. 이전 2차 계획에 담겨있던 원자력발전을 비롯한 다른 발전원의 비중조차 사라졌다. 삶의 터전을 황폐화시키는 온실가스 감축이나 국민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미세먼지처럼 떠오르는 이슈에 대한 언급도 물론 찾을 수 없다. 원자력발전에 비해 발전단가가 3배나 되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릴 경우 필요한 보조금과 이로 인해 인상되는 전기요금 문제도 다루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깊은 고찰도 없이 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만들었으니 과연 기본이 되었다고 말 할 수 있는가.

에너지기본계획은 글자 그대로 에너지산업이 다루어야 하는 기본을 제시해야 한다. 그 기본에는 안보성, 환경성, 경제성이 필히 포함되어야 하는 것을 에너지산업에 종사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전력망이 고립되어 외국으로부터 즉각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나라에게는 에너지 안보가 제일 중요하다. 우리와 같이 고립된 환경인 일본은 에너지기본계획에 2030년 에너지 믹스 목표를 원자력 20~22%, 재생에너지 22~24%, 화력 50%로 삼았다. 일본의 에너지 전문가가 바보들이라 후쿠시마 사고의 상처를 가지고 있음에도 원자력을 20% 이상으로 잡았을까.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도 강조하듯이 40년간 사고 없이 원자력발전을 안전하게 운영해온 나라인데 에너지안보의 중심에 있는 원자력을 없애려고 하는가.

재생에너지가 보급되어야 한다는 명제에는 동의하지만 우리보다 앞서가고 있는 나라들로부터 배운 것이 전혀 없다는 것에서 안타까움이 생긴다. 외국을 벤치마킹해 과학과 기술을 개발해 온 우리가 언제부터 그런 태도를 포기하게 되었을까. 우리보다 재생에너지 보급이 앞서 있는 나라들이 간헐성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데 왜 애써 그것을 무시하고 그들이 걸어간 가시밭길을 반복해서 걸으려 하는가. 독일만 해도 간헐적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2017년에 이미 20%를 넘었지만 온실가스 배출은 줄이지 못해 독일 스스로 세워놓은 2020목표의 달성이 불가능한 현실이다. 더구나 태양광 생태계는 외국에 의존하고 있고 바람 좋고 햇빛 좋은 날에는 전력을 덤핑으로 수출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기에 전기요금도 유럽에서 가장 비싸다. 이웃에 있는 프랑스는 원자력발전의 기여로 전력요금이 독일의 1/2이고 온실가스 배출도 1/10이다.

정부는 60년 동안 서서히 원자력을 줄인다고 주장하지만 탈원전으로 인한 인프라는 이미 무너지고 있다. 우리보다 원자력 선진국이었던 영국과 미국이 원자력발전소를 지금도 가동은 하고 있지만 새로운 원전의 건설이 없었기에 인프라가 무너졌다. 그 결과 영국은 원전을 수입하는 나라가 되었고 미국은 자국 내에 건설하는 원전의 건설기간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세계 최고의 원자력 밸류체인을 지킬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탈원전을 주장하는 문재인 정부는 즉각 반성하고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신한울 3,4호기 건설에 대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 신한울3,4호기 건설은 이미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반영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전기요금을 낮추고 온실가스를 줄이며 미세먼지를 최소화 하는 동시에 에너지안보를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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