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치닫는 르노삼성...노사갈등 '악화일로'

여헌우 기자 yes@ekn.kr 2019.05.15 15:4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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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이 상태로 가면 그야말로 ‘파국’입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이미 생산 효율성이 떨어져 있어요. 파업이 계속되면 앞날을 장담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

SM6, QM6 등 신차를 성공시키며 승승장구하던 르노삼성자동차의 앞날에 먹구름이 잔뜩 몰려오고 있다.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이 수개월째 공회전을 계속하며 노사간 갈등의 골이 크게 깊어졌기 때문이다. 노조는 사측이 양보하지 않는다면 전면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초강수까지 꺼내든 상황이다. 내부에서는 이미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르노삼성 노사는 14일 제28차 교섭에 이어 15일에도 임단협 관련 논의를 거듭하며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다만 접점을 찾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임금 인상 폭 등 핵심 내용 뿐 아니라 작업 전환배치 같은 예민한 안건에서 양측이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협상을 오래 끌면서 노사간 감정이 크게 상해있다는 점이다. 노조는 사측의 전향적인 교섭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무기한 투쟁에 들어가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17일부터 노조위원장이 단식농성에 들어가는 한편, 21일부터는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게 골자다.

사측이 무성의한 태도로 교섭에 응하고 있다는 게 노조 측의 입장이다. 이들은 "회사는 2018년 임단협 제시안을 7개월간 미루다 올해 1월 10일 첫 제시안을 냈다"며 "하지만 이 제시안에는 노조 요구사항을 반영하지 않았고, 이후 지금까지 추가 제시안조차 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지금까지 임단협 교섭 자리에 사장은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으며, 회사 쪽 교섭 대표도 두 차례나 경질하는 등 시간만 끌고 있다"며 "이는 회사가 교섭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사측이 ‘무조건 양보’를 하기도 힘들어 보인다. 임금 인상 등 고정비 부담이 올라갈 경우 글로벌 시장 내 경쟁력이 크게 약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부산공장의 가동률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르노삼성의 올해 1~4월 판매 실적은 5만 2930대로 전년 동기(8만 7996대) 대비 39.8% 급감했다. 지난달의 경우 판매(3만 118대)가 작년 4월(6만 1538대) 보다 50% 이상 빠지기도 했다. 노사 분규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이유에서 본사에서는 전략 차종 ‘닛산 로그’ 생산량을 지난해 10만대에서 올해 6만대로 낮췄다.

프랑스 르노 본사의 참을성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본사가 르노삼성 노사 타협을 요구하며 못박은 ‘마지노선’은 지난 3월 8일이었다. 당시 르노삼성은 "(파업이 계속되면) 신차 물량을 배정하기 힘들다"는 경고를 들어야 했다.

업계에서는 파업으로 인한 손실이 누적되고 생산량이 계속 감소하면 회사 내 구조조정 열풍이 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해부터 이달까지 62차례에 걸쳐 250시간의 부분파업을 벌였다. 누적 손실액은 30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르노삼성은 지난 2012년께 희망퇴직을 통해 전직원의 15%에 달하는 800여명을 회사에서 떠나보낸 바 있다.

본사에서 개입해 얽힌 실타래를 풀지도 모른다는 희망은 남아 있다. 르노삼성이 속한 ‘아프리카-중동-인도-태평양‘(AMI태평양) 패브리스 캄볼리브 회장은 본부 개편 이후 첫 행선지로 한국을 향했다. 르노삼성이 본사 차원에서도 핵심 경쟁력을 지닌 곳으로 분류되는 만큼 전향적인 양보안이 나올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은 이날 ‘랩 스페셜 익스피리언스’ 행사에서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중앙연구소)는 지역본부 개편을 통해 더 큰 역할을 할 예정"이라며 "한국시장 내수 모델 뿐 아니라 해외시장까지 염두에 둔 그룹 내 미래 모델 프로젝트도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본사 내 르노삼성의 위상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로 읽힌다. 다만 시장에서는 임금 인상 등 노조의 요구안이 수용되면 회사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미 닛산 규슈공장 등과의 효율성 경쟁에서 뒤쳐진 와중에, 고정비가 올라가면 안 된다는 논리다.

업계 한 관계자는 "르노삼성은 그간 노사 협상 ‘모범생’으로 불렸지만 지난해 말 노조에 강성 성향의 집행부가 들어선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며 "노사간 상생할 때는 성공가도를 달리던 회사가 갈등 분위기가 조성되며 존페기로에 섰다"고 짚었다.

한편 르노 본사는 그룹 차원의 글로벌 전략 차종 XM3의 물량 배정을 상반기 중에 완료할 계획이다. 부산공장이 XM3 생산 물량을 따내지 못할 경우 공장 가동률은 급감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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