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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30주년ㅣ특별 인터뷰] 박원순 서울시장, "시민의 삶 구석구석 파고드는 시정 펼칠것"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5.24 12:21

에너지경제신문 창간 30주년 특별 인터뷰 - 박원순 서울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0일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람특별시' 라는 기치 아래 걸어 온 지난 8년의 혁신성과를 토대로 '10년 혁명'을 완수하겠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에너지경제신문 창간 30주년을 맞아 마련한 단독 인터뷰에서 시정철학에 대한 소신을 이같이 밝혔다. 박 시장은 "지난 여름 삼양동 옥탑방에서 보낸 한 달은 시민들의 삶 한가운데서 고통의 본질을 찾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복지와 도시재생 정책에서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강조했다.  

혁명적 방향 전환이 아니고선 실패를 반복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 옥탑방에서의 고민과 구상은 ‘강북 우선투자’를 내세운 ‘강남북 균형발전 정책’으로 이어졌다. ‘청년수당’ 등을 내용으로 하는 파격적인 복지정책도 이같은 배경을 깔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민들의 관심이 큰 부동산 대책에 대해선 "시민의 주거권이 최우선 고려사항"이라고 못박았다. 유휴부지를 활용한 주택공급 정책에 반대 목소리가 있지만 밀고 나갈 것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도시재생정책은 "지우고 새로 쓰는게 아니라 고쳐서 다시 쓰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서울형 도시재생을 ‘세계적인 도시 관리 모델’로 발전시켜가겠다고 했다. 

미세먼지와 관련해서는 기존 대책을 뛰어넘는 보다 강력한 대책을 강조했다. 특히 "에너지 소비도시에서 에너지 자립도시로 바꾸는 서울의 체질 변화는 에너지 민주주의의 중요한 실천"이라며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수소경제 활성화에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 지난해 여름 무더위가 한창일 때 삼양동 옥탑방에서 지내셔서 화제가 됐다. 서민들의 어려움을 몸으로 경험하셨는데 정책에는 어떻게 반영하셨는지.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 저는 ‘현장과 유리된 모든 정책은 허구’라고까지 얘기해왔다. 시민들이 가장 힘겨워 하는 고통이 무엇인지 그 본질을 찾아 대안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 때의 고민과 구상을 담아 발표한게 ‘지역균형발전 정책구상’이다. 핵심은 ‘강북 우선투자’다.  

강남북 균형발전 문제는 수십 년에 걸쳐 누적된 서울의 고질적 현안 아닌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선 특단의 결단과 투자, 혁명적인 정책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북 한 달 생활을 통해 절감했다. 패러다임 대 전환이 필요했다. 지금 서울시는 교통부터 주거, 교육, 문화 인프라까지 당시 발표한 정책을 하나하나 충실하게 이행하는 과정 중에 있다.  

△비강남권 4개 철도노선 재정사업화 △빈집 활용 임대주택 공급 △비강남권 학교지원 강화 및 돌봄·문화시설 집중 설치 △공공기관 강북 이전 등의 주요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올 해 서울시가 ‘경제 살리기’라는 기조아래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6대 혁신성장거점’ 조성 사업 역시 ‘지역균형발전’의 큰 맥락 위에 있다. 지역 경제를 균형있고 개성있게 키워 균형발전의 촉매 역할을 하도록 할려고 한다." 


- 시정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1, 2, 3순위는 뭔가. 

"서울시정은 시민 삶의 전 분야를 아우른다. 방대한 예산과 시간이 필요한 사업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시민 한 사람을 발굴하는 일도 똑같이 중요하다. 서울시는 지난 8년간 랜드마크나 한방 보다는 시민의 삶 구석구석을 파고드는데 무게를 둬왔다. ‘사람특별시’라는 기치가 바로 그것이다. 

좋은 예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는 복지정책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며 전국으로 확산 중이다. '국공립어린이집'은 7년간 1,500개소까지 확대했다. 서울 아동 3명중 1명이 이용 중이다. 서울시가 시작한 ‘청년수당’은 전국적 정책이 됐다. '도시재생', '공공주택' 정책은 시민의 삶을 바꿔 나가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근로자 이사제 △정보소통광장 △보도블록 십계명 △서울 시민 복지 기준 △서울형 기초 보장제도 △공유도시 등은 그동안 우리가 주목하지 않았던 가치를 발굴해 성공적으로 정책화해 낸 사례들이다. 세계 도시들과도 공유하고 있다. 앞으로 제로페이 등 자영업자 살리기 대책, 돌봄 정책 등도 지속적으로 진화시켜 시민의 '먹고 사는 문제'와 '함께 사는 문제'를 해결하겠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에너지경제신문 창간 30주년을 맞아 특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강남북 균형발전, 여의도 개발 등 도시재생 사업은 목표 대비 어느 지점에 와 있나. 

"서울시의 '고쳐서 다시 쓰는 도시재생'은 지우고 새로 쓰는 전면철거형 재개발에 대한 성찰과 반성에서 시작됐다. 도시재생은 도시의 생명이 이어지는 한 계속되는 진행형 사업이다. 지난 8년간 서울 전역으로, 도심의 실핏줄인 골목길 구석구석으로 확대해 왔다. 도시의 보행, 관광, 경제 지도를 지속가능한 형태로 바꿔가고 있다.  

낡은 주거환경은 편리하게 만들고, 역사문화자산은 서울의 새 명소로 만들고 있다. 쓸모가 다한 ‘과거유산’은 새로운 가치를 갖는 ‘미래 자산’으로 바꿔가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도시행정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수상했는데 다 이런 노력과 결실이 밑바탕이 된 것 아니겠나.   

현재 진행 중인 154개 도시재생 사업 역시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려 나가려 한다. 이제 서울형 도시재생은 ‘도시재생뉴딜’이란 이름으로 대한민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도시 관리 모델'로 발전시켜가겠다." 


- 유휴부지 주택공급 정책은 좋은 점도 있지만 과밀에다 숨 쉴 공간이 부족해진다는 지적도 있다. 계속 추진하실 것인지. 

"도심 속 ‘비움의 공간’이 필요한 것도 맞지만 쓸모를 찾지 못하고 있는 공간을 제대로 활용할 필요도 있다. 이 균형과 조화의 지점을 찾는 것이 바로 서울시의 역할이다.  

서울시의 주택정책은 시민의 기본적 권리인 ‘주거권’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주택시장과 삶의 질, 도시의 미래경쟁력까지 종합적 고민을 거쳐 완성된다. 유휴 부지를 활용한 주택공급 전략 역시 동일한 고민의 과정을 거쳤다.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 도심 주택 공급은 시급한 상황이다.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공간을 활용해 부족한 주택 물량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 다만 주민편의시설, 청년창업시설, 공원과 같은 쉼표의 공간을 함께 공급해서 삶의 질과 미래 경쟁력을 담보하려고 한다. 

이렇게 하면 불평등 및 고비용 구조인 주택시장도 안정되고 도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삶의 질도 한 차원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놓고 시민들 사이에 많은 얘기가 오간다. 보유세는 왕창 올랐고 시장은 마비됐다. 

"부동산 정책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 불균형, 불공정 화두와 맞물려 있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는 차원을 넘어서 서울시민의 삶과 서울의 미래를 고려한 ‘시민의 주거권’이란 측면에서 정책, 제도의 종합적인 재고가 필요했다. 보유세 강화나 개발이익에 대한 철저한 환수는 토지공개념 강화를 전제로 한 ‘부동산 불로소득 철저 환수’ 차원에서도 필요한 조치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공시가격 현실화는 조세정의나 실질과세 원칙을 지키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단, 정부는 공시가격이 오르더라도 재산세의 경우 공시가격 3억원 이하 주택은 5%, 3억~6억원 이하 주택은 10%, 6억원 초과 주택은 30%까지 세 부담 상한을 둬 시민 부담이 지나치게 가중되지 않도록 조절했다." 


- 미세먼지가 서울시민 관심도 1위다. 그만큼 시민들의 스트레스가 크다. 서울시도 미세먼지재난대책본부가 만들어졌고 본부장이 시장님이다. 

"서울시는 2017년에 미세먼지 문제를 국내 최초로 '재난'으로 규정했다. 그만큼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 미세먼지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그래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배출원별 종합대책을 펼쳐 왔다.  

△노후경유차 저공해화 사업 △가정용 보일러 친환경 보급 △시내버스 CNG 전환 △3천그루 나무 심기 추진 △전기차 보급 확대 등을 공격적으로 전개해온 게 그 예다. 중국 등 동북아 도시들과의 외교적 연대와 협력도 지속적으로 강화해왔다. 이렇게 노력해 왔지만 시민들은 체감할 수 있는 보다 더 근본적인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미세먼지에 대한 중대한 조치를 추진 중이다. 

우선 녹색교통진흥지역의 차량진입 제한을 강화하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에 착수했다. 오는 7월부터는 직장인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엔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은 진입이 일절 제한된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겨울-봄철엔 예방책으로 ‘미세먼지 시즌제’ 도입도 추진한다. 생활 속 미세먼지 대책도 보다 촘촘해진다. 앞으로는 배달용 오토바이, 마을버스와 같이 관리 사각지대를 파고들 거다." 


- 서울시는 민간차량 강제 2부제도 대책으로 내놨다. 시민들의 불편이 뻔하다. 2부제를 강제하지 않으면 안 되나. 

"얼마 전 런던을 방문했을 때 강력한 교통수요정책이 도시 대기질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 직접 체감했다. 런던은 1952년 그레이트 스모그(Great Smog)라는 악몽을 겪은 도시다. 그러나 2003년 혼잡통행료를 부과한 데 이어 2008년에는 LEZ(저배출구역), 올해 ULEZ(초저배출구역)을 시행하는 등 강력한 교통수요정책을 통해 대기질의 획기적 변화를 만들었다.  

서울 역시 미세먼지의 37%는 경유차 등 수송부문에서 발생한다. 대기질을 개선하려면 차량 2부제와 같은 교통수요정책이 요구된다. 다만, 시민들이 큰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시민여론 수렴, 전문가 자문 등 충분한 검토과정이 필요하다. 시행하게 되면 수도권 3개 시·도와 공동시행을 협의할 예정이다." 


- 서울시가 전력자립률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꼭 필요한 건가. 

"서울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대부분은 다른 도시에서 생산된 것이다. 에너지 소비도시에서 에너지 자립도시로의 체질 변화는 에너지 민주주의의 중요한 실천과제다. 서울시는 '원전하나줄이기', '태양의 도시'와 같은 공격적 목표를 제시하고 도시의 에너지 체질을 바꾸기 위한 시도를 시작했다.  

'태양의 도시' 정책은 태양광주택 1백만 가구 보급과 태양광 발전시설 총 1GW 보급이 골자다. 그 결과 원전 2개분(518만Toe)의 에너지 절약 및 생산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서울의 전력 자립률도 2011년 취임 당시 2.95%에 불과했지만 4.4%까지 높아졌다. 이는 '에너지 자립도시'로서 서울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서울시는 에너지 절약의 차원을 넘어 에너지경제생태계를 갖춘 '에너지자립마을 2.0 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다. '태양의 도시, 서울' 5개년 프로젝트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 서울시 태양광 사업에 친 정권 인사들이 줄줄이 포진됐다는 논란도 있는데 

"서울시는 매년 공고를 통해 태양광 미니발전소 보급사업 참여 업체를 모집하고 있다. 참여기준을 충족하는 업체는 모두 보급 업체로 지정하고 있다. 업체를 최종 선정하는 건 서울시가 하지 않고 태양광 미니발전소 설치를 희망하는 시민이 한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선택을 돕기 위해 업체별 제품가격과 사양 등의 다양한 정보를 서울시 햇빛지도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태양광 미니발전소 보급사업을 지원하는 방식도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해 서울시가 보조금을 보급업체에 직접 지급하진 않는다.  

대신 미니태양광 설치 시민에게 제품가격의 일부를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오히려 서울시는 업체 간 공정경쟁을 통해 제품의 성능향상 및 단가인하를 유도하고 있고 보조금은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중이다." 


- 신재생 에너지 비중이 커지면 전력요금이 상당 폭 올라갈 수밖에 없다. 시민들의 반발이 뻔한데. 

"전력 요금에 대한 우려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해소될 것이다. 최근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가 2020년엔 태양광 등 주요 신재생에너지의 균등화 발전단가(LCOE)가 화석연료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기술혁신이 가속화되면서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늦어도 2030년 이전에 기존 화석에너지 발전단가와 같아지는 지점인 그리드패리티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재생에너지는 거스를 수 없는 미래 에너지의 대세다.  

현재 독일,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는 것을 넘어, 산업 전체의 프레임을 저탄소 구조로 바꾸고 있다. 2040~2050년이면 주요 국가들의 재생에너지 전력비중이 70~10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적 글로벌 기업들도 앞 다투어 재생에너지 100%(RE100)를 선언하고 있다.  

산업 경쟁력 확보와 대기질 문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할 때라고 본다." 


-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많은 지자체들이 '수소 중심지'
를 자처하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기피하는 목소리가 크다. 서울시는 어떤가. 

"서울시는 2022년까지 3,000대의 수소차를 보급해 서울을 수소 차 선도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작년에 발표했다. 이미 국내 최초 수소버스 1대를 405번 노선에 투입해 운행 중이다. 연차별로 시내버스 대·폐차 물량에 맞춰 수소버스 보급을 확대하려고 한다. 수소충전소도 서울시는 좀 다르다. 서울시는 매립가스를 직접 분해해서 수소를 만들어내는 ‘제조식’ 수소스테이션을 상암동에 설치해 운영 중이다. 전국 최초다. 다른 곳의 수소충전소는 대부분 공장에서 만들어진 수소를 탱크에 저장했다가 충전하는 ‘저장식’이다. 저장식보다 제조식이 보다 친환경적이다. 

다만 수소충전소 부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시민들의 불안감이 크고 민원과 규제도 애로사항들이다. 그래서 수소에너지에 대한 인식개선 사업에 신경을 쓰고 있다. 우선 현재 국회 안에 수소충전소를 설치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국회에다 설치하는 건 세계 최초다.또 차량제작사와 협력해 시민접근성이 높은 한강공원 등에 ‘수소하우스’를 설치해 운영하려고 한다. 수소차 체험 사업도 하고 수소차 동호회와 함께하는 공동캠페인도 전개할 계획이다."


[대담=에너지경제신문 배병만 국장 / 정리=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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