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사옥. (사진=가스공사) |
[에너지경제신문 송재석 기자]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러시아 북극 액화천연가스(LNG)-2 개발에 참여하지 않을 전망이다. 현지 민영 가스기업 노바텍과 협상이 중단돼서다. 아람코의 지분 인수가 불투명해지면서 북극 LNG-2에 관심을 보여온 한국가스공사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람코는 노바텍과 최근 협상을 중단했다. 아람코는 그동안 노바텍 지분 매입에 관심을 표명해왔다. 지난 3월에는 레오니드 미켈슨(Leonid Mikhelson) 노바텍 사장이 "아람코와 논의 중이며 조만간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혀 아람코의 인수가 거의 확실시 됐다.
하지만 두 달 만에 분위기는 바뀌었다. 아람코는 협상을 중단한 배경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노바텍이 제안하는 조건에 만족하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미국과의 동맹 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 작년 11월 미국 상원에선 사우디아라비아를 대상으로 제재 법안이 발의됐었다. 법안에는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무기를 팔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의 제재가 두려워 러시아와 손을 잡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를 보여주듯 아람코는 최근 미국산 LNG를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셈프라 에너지의 자회사 셈프라LNG와 액화천연가스(LNG)를 연간 500만t씩 20년간 수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셈프라 에너지가 미국 텍사스 주에서 개발 중인 LNG 생산·수출 기반 시설인 '포트 아서 LNG' 1단계 사업의 지분 25%를 사들이는 논의도 진행 중이다.
아람코가 지분 매입을 포기하면서 가스공사의 행보에도 이목이 쏠린다. 노바텍은 북극 LNG-2 프로젝트 지분의 40% 이상을 해외 기업에 넘기려 하고 있다.
우선 프랑스 토탈사가 최소 10%의 지분을 매입했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와 중국석유천연가스탐사개발회사(CNODC)도 각각 지분 10%, 총 20% 매입 계약을 맺어 남은 지분은 10% 안팎이다. 가스공사와 계약이 성사되면 노바텍의 매각 계획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나 그렇지 못할 경우 또 다른 협상자를 찾아야 한다.
노바텍은 작년부터 가스공사의 참여를 주문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신북방 정책의 일환으로 가스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조해왔다.
가스공사와 노바텍은 지난해 한·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극 LNG 협력 MOU에 서명했다. 양측은 북극 LNG2 사업 참여, 장단기 LNG 구매, 새로운 가스 시장 개척 등에 관해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긍정적인 기류는 형성됐지만 매입을 속단하기엔 이르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정부가 부실 해외자원개발을 정리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공공기관들이 해외 투자를 망설이고 있어서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노바텍과 논의 중이나 구체화된 바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북극 LNG2 프로젝트는 노바텍이 북극권 기단 반도에 트레인 3기의 연간 생산용량 1830만t 규모 액화플랜트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투자 비용은 255억 달러(약 28조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