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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KCGI ‘한진칼 주식 추가매입’ 윤곽 드러났다...5호펀드로 베티홀딩스 설립해 조원태 압박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5.27 08:31

이달 15일 ‘강성부의 오른팔’ 김남규 명의로 유한회사 신규설립

내년 3월 주총대결 대비해 ‘지분 15% 이상 지속적 매입’ 가능성

▲서울 중구 한진빌딩.(사진=연합)


국내 행동주의 PEF(사모펀드)인 KCGI(일명 강성부 펀드)가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베티홀딩스’라는 유한회사를 신규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법원 등기국에 등기를 완료한 ‘케이씨지아이제1호의5사모투자’는 새롭게 등장한 ‘베티홀딩스’에 자금을 출자해 한진칼 주식을 추가로 매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5월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등기국에 베티홀딩스라는 유한회사가 등록됐다.(자료=법원 홈페이지)


◇ 이달 15일 유한회사 ‘베티홀딩스’ 설립 등기 완료...KCGI 특별관계자 가능성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GI는 이달 15일자로 서울중앙지방법원 등기국에 유한회사 베티홀딩스 설립 등기를 완료했다.

베티홀딩스는 한진칼 지분을 14.98%로 늘린 2대 주주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의 새로운 특별관계자로 추정된다. 그레이스홀딩스는 KCGI가 만든 케이씨지아이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가 최대주주인 투자목적 회사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베티홀딩스의 주소는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10, 28층으로 그레이홀딩스의 특별관계자 주소와 일치한다. 베티홀딩스 이사로 이름을 올린 김남규는 KCGI 부대표를 맡고 있다.(자료=법원 홈페이지)

▲그레이스홀딩스의 6번째 특별관계자인 디니즈홀딩스의 주소와 이사명이 베티홀딩스 주소, 이사명과 동일하다. 이를 종합하면 KCGI는 같은 날 등기 등록을 완료한 케이씨지아이제1호의5 사모투자의 자금을 베티홀딩스에 출자해 한진칼의 지분을 매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자료=법원 홈페이지)


베티홀딩스가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KCGI가 설립한 특별관계자라는 증거는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베티홀딩스는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10, 28층(여의도동, 국제금융센터 원아이에프씨)’에 본점을 두고 있다. 임원에 관한 사항에는 ‘김남규’라는 이름이 올라와 있다. 이 주소와 ‘김남규’라는 이름은 지난달 24일 그레이스홀딩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한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서도 볼 수 있다. 그레이스홀딩스는 보고서에서 △ 케이씨지아이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 △ 주식회사 케이씨지아이 △ 케이씨지아이제1호의2 사모투자합자회사 △ 유한회사 엠마홀딩스 △ 케이씨지아이제1호의3 사모투자합자회사 △ 유한회사 디니즈홀딩스 △ 케이씨지아이제1호의4 사모투자합자회사 △ 유한회사 캐롤라인홀딩스 등 총 8곳을 특별관계자로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계열사 8곳의 주소는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10’으로 앞서 밝힌 베티홀딩스의 주소와도 명확히 일치한다. 

▲4월 24일 그레이스홀딩스의 한진칼 주식 등의 대량소유상황 보고서를 보면 베티홀딩스 주소와 8곳의 특별관계자 주소가 모두 일치한다.(자료=금융감독원)


또 베티홀딩스의 임원으로 등록된 ‘김남규’라는 인물은 유한회사 엠마홀딩스와 디니즈홀딩스, 캐롤라인홀딩스의 대표자이기도 하다. 강성부 대표는 케이씨지아이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 1호의2, 1호의3, 1호의4 펀드의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나머지 유한회사에는 김남규 KCGI 부대표를 대표자로 등록했다. 김남규 부대표는 현재 KCGI 최고전략책임자(CSO)와 준법책임자를 맡고 있다. 사실상 강성부 대표의 ‘오른팔’인 셈이다.

KCGI가 한진칼 지분 매입을 위해 설립한 또 다른 특별관계자라는 증거는 하나 더 있다. 베티홀딩스를 설립한 지난 15일은 KCGI가 ‘케이씨지아이제1호의5 사모투자’ 설립 등기를 완료한 날과 같다. 이날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을 대신해 조원태 한진칼 회장을 동일인으로 직권 지정한 날이기도 하다. KCGI는 1~4호 펀드를 등록하고 그 아래 유한회사를 세우는 식으로 한진칼 지분을 작년 11월 9%에서 이달 현재 14.98%로 확대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KCGI는 그간 1~4호 펀드로 직접 지분을 매입하기보다는 그 아래 또 다른 계열사를 세우고, 자금을 출자해 한진칼 지분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했다는 것이다. 일례로 한진칼 특별관계자인 디니즈홀딩스는 3월 26일부터 4월 19일까지 총 148억9642만원을 투자해 한진칼 지분 54만9810주를 매입했고, 캐롤라인홀딩스는 지난달 18일과 19일에 걸쳐 총 81억9766만원을 투입해 21만6107주를 사들였다. 이 두 회사는 케이씨지아이제1호의3 사모투자합자회사, 케이씨지아이제1호의4 사모투자합자회사의 출자금을 통해 지분 매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했다. 

▲강성부 대표는 케이씨지아이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 1호의2, 1호의 3, 1호의 4 펀드의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나머지 유한회사에는 김남규 KCGI 부대표를 대표자로 등록했다. 김남규 부대표는 현재 KCGI 최고전략책임자(CSO)와 준법책임자를 맡고 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KCGI는 최근 법원 등기국에 설립을 완료한 ‘케이씨지아이제1호의5사모투자’가 새롭게 등장한 ‘베티홀딩스’에 자금을 출자해 한진칼 주식을 추가로 매입할 것으로 관측된다.(자료=금융감독원)


◇ 5호 펀드, ‘베티홀딩스’ 출자 통해 한진칼 지분매입 시나리오 유력

이러한 정황들을 종합해보면 KCGI가 이달 15일 등록한 케이씨지아이제1호의5 사모투자합자회사는 베티홀딩스에 자금을 출자해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두 곳은 캐롤라인홀딩스에 이은 KCGI의 9번째, 10번째 특별관계자일 가능성이 크다. 케이씨지아이제1호의5 사모투자합자회사와 베티홀딩스는 한진칼 2대 주주인 ‘그레이스홀딩스’의 9번째, 10번째 특별관계자이고, 대표자는 그간 행보대로 강성부 대표와 김남규 부대표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KCGI가 얼마를 투입해 한진칼 지분을 어디까지 늘릴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또 베티홀딩스와 5호펀드가 한진칼 지분 매입용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한진칼 지분을 15%대까지 늘릴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심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KCGI의 자금 출처가 드러날 수 있다는 점은 강 대표 입장에서 다소 부담이기 때문이다. 또 베티홀딩스가  KCGI가 한진칼 지분을 늘리기 위해 어디서 자금을 모집했는지 한진그룹 일가에 패를 다 보여주게 되면 내년 3월 한진칼 정기주총에서 있을 ‘표 대결’에서 조원태 회장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한진칼은 고 조양호 회장이 지분 17.84%를 보유하고 있고 조원태 회장의 지분율은 2.34%에 불과하다. 이들을 포함한 한진칼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8.95%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변수는 일단 제쳐두더라도 KCGI가 5호 펀드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며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조원태 회장 등 오너일가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조원태 회장은 내년 3월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된다. 아직까지 한진그룹 오너일가에 우호지분이 어느 정도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년 주총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는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평가다. 5호 펀드와 베티홀딩스 역시 앞서 투자한 1~4호 펀드와 같이 정확히 한진그룹 오너일가를 정조준하고 있는 것도 내년 3월 주총을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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