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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의 컨테이너선. (사진=현대상선) |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내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를 두고 해운업계 이른바 '기름 전쟁'이 시작됐다. 적합유를 확보하기 위해 연료유 공급사와 해운선사 간 신경전이 팽팽하다.
덩치가 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유럽 해운사들이 상대적으로 영세한 아시아 선사들보다 기름 전쟁에서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 벙커(선박용 연료유) 공급사와 해운사 사이에 황산화물(SOx) 함유량 0.5% 이하의 규제 적합유 조달 협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IMO는 내년 1월 1일부터 세계 모든 선박이 사용하는 연료유의 황 함유량 상한선 기준을 현행 3.5%에서 0.5% 이하로 대폭 강화하는 규제를 시행한다.
이에 따라 선박회사들은 △저유황유 사용 △탈황장치(스크러버) 설치 △액화천연가스(LNG)선으로의 전환 등으로 대처해야 한다. 경제성을 고려해 '저유황유 사용'을 선택하는 선박회사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저유황유가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해운선사의 저유황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싱가포르 선박용 연료유 제조업체들에 따르면 2020년 발효되는 SOx 규제에 대응하는 저유황유 공급량이 오는 2020년에 총 수요 절반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만약 저유황유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일부 해운선사는 비싼 마린 가스 오일(marine gas oil·MGO)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현재 선박유 가격을 살펴보면 지난달 29일 싱가포르항의 황산화물 0.5% 함유 선박용 연료유의 거래 가격은 t당 550~570 달러인 반면 이보다 비싼 마린 가스 오일은 t당 600~610 달러로 약 40~60달러의 가격 차이를 보인다.
이에 세계 주요 컨테이너 선사들은 저유황유 조기 확보를 위해 일찌감치 2020년분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석유업계 관계자는 "기존 선박벙커유인 고유황 중유는 석유 정제시 발생하는 부산물인데 반면 저황유는 제조과정이 복합해 보다 높은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고 제품의 중요도가 현격히 높아진다"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석유 메이저 제조업체들이 대형 컨테이너 선사 등 대형선사와 우선 협의를 진행해 중소형 선사인 아시아 선사들은 연료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공급량도 문제다. 저황유 공급이 수요의 절반 밖에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초과 수요가 예상되자 안전 운항을 만전으로 하기 연료 조기 확보에 나서는 선사들이 늘고 있다.
실제 5월 이후 싱가포르에서 조달 교섭이 급속히 진전되는 양상이다. 가격협상은 저황유 시세가 아직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MGO 마이너스 알파, C중유 플러스 알파 등 기존 지표에 연동되는 가격 결정이 이루어진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저유황유 확보에 적극적이었던 일본 선사와 달리 한국·중국 선사는 저유황유 확보를 시작하지 않은 상태라 이들의 저황유 공급 협상에 따라 시장 양상이 바뀔 전망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