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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
답정너. 이미 마음속으로는 하나의 답을 정해놓은 채 어떠한 일을 진행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과정이 어떻게 됐던 결과는 정해져 있다는 의미다. 제3 인터넷전문은행을 향한 금융당국의 모습을 보니 ‘답정너’라는 단어가 이토록 잘 어울릴 수가 없다.
지난달 말,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던 제3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 결과 신청한 두 곳의 은행 모두 탈락했다. 최소 1곳의 인터넷전문은행은 인가 심사에 성공할 것이라는 일각의 기대와 달리 다소 김 빠지는 결과물이었다.
당국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 같은 심사 결과를 발표하며 "상당히 당혹스러웠다"고 표현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당국은 곧바로 올 3분기 중 탈락한 업체들까지 포함해 다시 한 번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음 예비인가 진행 전 이번 심사에서 고배를 마신 토스뱅크와 키움뱅크와의 접촉을 늘리고, 예비인가 조건 충족을 위한 컨설팅을 제공한다고 하니 사실상 다음 예비인가 결과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기존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성장 발목을 잡고 있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의 문제와 관련해 당국이 과도한 규제를 이어 가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하기 전부터 과도한 규제의 잣대를 들이미는 것보다는, 사후규제가 더 중요하지 않겠냐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번 신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와 관련한 모습은 ‘사전규제 완화’ 보다는 ‘과도한 혜택’ 쪽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은행업의 기준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 한해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의견이었지, 기본조차 되지 않은 기업에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여 주라는 의미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당국의 모습을 보는 금융업계의 시각 역시 탐탁찮다. 당국이 ‘혁신금융’을 강조했던 만큼 기어코 대표 혁신금융 모델인 인터넷전문은행을 흥행시키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는 이유에서다. 신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 통과를 위해 노력하는 당국의 치맛바람이 신규 은행의 출범부터 고객 확보, 흥행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유민 기자 yumin@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