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혼란만 가중시킨 ESS 화재 사고조사위 발표를 보고.

에너지경제 ekn@ekn.kr 2019.06.12 14: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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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대학교 박철완 자동차학과 교수
책임을 지고 싶어도 질 수 없는 배터리 제조사


2003년 경 필자는 빈발하는 휴대전화용 이차전지 사고 관련 안전인증제에 관한 내부 보고서를 낸 적이 있었다. 당시 ‘리튬금속 이차전지와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비교, 안전사고에 대한 해설’이란 제목이었다. 이게 외부로 흘러나가 어쩌다 기사화됐는데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이차전지 사용패턴이 급변하고 있어 정부의 규격화된 안전인증제는 결국 따라가지 못하며 외려 차세대 성장동력인 이차전지 산업 발전에 역행할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기술표준원(현 국가기술표준원) 광전재료과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안전인증제 도입에 따른 산업의 대외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지만 휴대폰 ‘폭발’에 따른 소비자 피해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며 덧붙이길 "내년 (2004년경)께 이차전지를 안전인증 대상품목으로 강제·비강제적으로 지정할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 사이에 어언 15년이 흘렀고 안전인증제도 이미 도입됐다. 다행히 큰 사고가 없어 무난하게 지나가나 싶었지만 2016년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2017년 ESS 화재 사고로 연이어 발발했다. 올게 왔다.

보고서를 낸 전후 즈음해, 발생한 휴대전화 화재 사고로 어느날 과천 산자부에서 정모 국장님 주재로 SDI, LG화학 등 회사 대표선수들과 함께 대책 회의를 한 적이 있었다. 이때도 LG화학의 김모 센터장과 화장실을 다녀오다 안전인증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었고 기술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부실한 관리의 안전인증은 제조사 입장에서도 추가적인 잡무가 하나 늘 뿐이란데 공감했다. 그리고 당시에 덧붙여 나눈 이야기가 인증 통과하며 혹여 큰 사고 났을 때 책임은 회사가 질 수 없고 정부 측에서 져야 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대략 15년 정도 지나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갤럭시 노트7 이상발화 사건은 삼성전자의 전량 회수라는 초강수를 통해 화재원 자체를 완전히 제거했지만, ESS는 전국 각지에 1400기 이상이 기설치된 상태로 전량 제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단순 확률로는 1% 부근의 화재발생률이지만 리튬이온 이차전지 특성상 화재가 일어나면 전소까지 가기 때문에 이번 ESS 사고조사위는 갤럭시 노트7 때와 비해 훨씬 엄중한 사안이었다.

사고조사위 발표와 기자단 질의응답 녹취록을 보면 참담한 수준이다. 먼저 배터리 제조사는 정부 안전인증을 통과했기 때문에 법적 책임은 질래야 질 수 없다. 다만 제조사별로 자구책이 현실적이다. 다만 제조사들이 사고조사위에 자구책 내용을 소명했음에도 정부 발표에는 빠져 있어서 제조사들이 언론에 재차 해명하는 황당한 상황이 재발된 거로 보아 사고조사위와 관련 산업계는 긴밀하게 작업하지 않은 거로 판단된다.

그리고 사고조사위 발표가 외려 혼란을 자초하게 된 원인은 자료와 발표 내용에서 ‘제조결함’과 ‘불량’에 대한 무분별한 혼재가 있었기 때문에 본 사고에 대해 이현령 비현령격의 보도가 난무하고 있다. 비과학적인 비약이 사고조사 부분에 가득차 있고 그에 대한 기자단의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지만 사고조사위 관계자들은 아무말 대잔치로 끝난 것으로 판단된다. 발표자료와 기자간담회 내용을 한자 한자 반박하면 수십 페이지로도 부족할 듯한 참담한 사고조사위 활동이다. 산업부와 국표원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대응을 했으며 과거에 잘못 꿰어진 첫 단추를 현직에 있는 산업부와 국표원 관계자에게 물어선 안 된다. 그래도 그냥 지나갈 수는 없어 사고조사위 자료와 기자간담회 녹취록을 읽은 후 소감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배터리 문제에 관해 결함인지 불량인지에 관해 부적절하게 표현됐다. 결함도 설계결함, 제조결함, 품질관리결함 여부와 출하때 불량률 문제여부, 생산 후 장착 전까지 셀 추락 등으로 발생하는 불량 등에 관해 전혀 검토된 기록이 없었다. 전문가가 사실상 없는 사고조사위였기에 이정도까진 바라지도 않았지만 적어도 결함과 불량은 구분했어야 혼란을 막을 수 있었다.

국표원 이승우 원장님 요청으로 이귀현 과장과 모처에서 만나 4월 초에 자문해준 적이 있었다. 내가 만일 사고조사위에 있었다면 모 제조사의 특정 공장, 기간 사이에 생산된 단위전지의 품질 관리 문제로 ‘불량’ 셀이 출하됐다 하고 ‘결함’이란 말은 쓰지 않았을 것이다. 불량 문제는 전수 재조사 후 불량 부분만 교체하거나 제조사 도의적 책임으로 보상까지 더하면 말끔한 대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콜과 직결되는 ‘결함’이란 말을 쓴 건 무리수였다. 그리고 모사 불량셀 실험은 무의미했다. 셀 기반 원인 분석에 실패하다 보니 무리하게 ‘셀 결함’이란 무리한 말을 써버렸고 ‘셀 결함은 있지만 그게 화재와는 관계가 없다’는 식이었다. ‘술을 마시고 운전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는 모 연예인의 명언이 문득 떠올랐다.

소방방제 대책과 안전 설비 강화는 과하다 할 정도지만 방향성이 맞을지 의문이다. 원인 분석이 안 되는 상황에서 주어진 시간 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평할 수 있다. 다만 이 부분은 업계의 비용증대와 직결될 수 있어서 시작은 강하게 하지만 정밀하게 업데이트해 필요없는 부분을 제거해 슬림화하는 후속조처가 필요하다(외려, ‘리튬이온 이차전지는 어떻게 하면 불이 날 수 있나’며 화재를 내는데 고생했다는 후일담은 전해들었다).

안전인증 강화는 애초에 잘못 끼운 첫 단추이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 강화로 가야 할 상황 뿐이다. 앞선 이귀현 과장과의 만남 때 문제가 있음을 파악했고 악용되고 있음도 확인했다. 법이 그렇기 때문에 배터리 제조사에게 책임지라 할 수도 없다. 제조사에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최선을 다해 수습해 달라 할 뿐이다. 법적 문제가 없는 제조사에게 면죄부를 준 건 지나간 정권이다. 법이 바뀌지 않는 한 방법이 없다. 덧붙여 배터리 제조사 홍보팀도 앞으로는 ‘설계, 제조 결함’과 ‘단순 불량’ 등 용어를 깔끔하게 구사해 기자단과 국민들에게 혼선이 없도록 해주길 바란다.

5개월에 걸쳐 ESS 화재 사건을 맡아 수습한다 고생한 국표원 이승우 원장님, 이귀현 과장 등 실무진들은 전대미문의 사태를 맞아 크게 고생하셨다. 이들에겐 5년과도 같은 시간이었을게다. 주어진 시간 내에 큰 과오 없이 능력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현 수준에선 이들이 더 할 수 있는 건 없다. 우리 배터리 사람과 산업 문제였기에 따로 할 말이 없다. 단 생태계 강화 방안은 전면 백지화하고 후임자에게 넘겨줬으면 싶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기자간담회 때 사고조사위 관계자가 한 전력 산업 관련 년간 사고 희생자 수는 틀렸다. ‘통산 누적 500위’이다. ‘매해 500명’이 죽는다는 건 가짜 뉴스급이다. 여하간에 더이상 추가적인 ESS 화재가 나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고 다음 사고 때엔 제대로 된 배터리 및 관련 전문가들을 모셔다가 사고조사와 안전대책을 세우길 기대한다.

- (God) bless Batteri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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