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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권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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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국제 셰일가스 세미나] "에너지, 이제 '돈' 버는 분야로 눈 돌릴 때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6.21 14:35

한국자원경제학회 주최, 에너지경제신문 주관
'미국 셰일가스의 영향과 에너지 전략의 재편'
"셰일가스, 천연가스시대 부활 예고"
미국 전문가들과의 대담 지상중계 - 下

▲한국자원경제학회 국제세미나 본 세션에 앞서 전문가들과의 대담이 오전 10시 30분부터 1시간 30분동안 진행됐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


한국자원경제학회가 주최하고 에너지경제신문이 주관한 2019 한국자원경제학회 국제세미나가 ‘미국 셰일가스의 영향과 에너지 전략의 재편’ 이란 주제아래 20일 서울힐튼호텔에서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는 총 두 세션으로 나눠 진행됐다. 첫 번째 순서로 ‘미국 셰일가스 수출 및 국제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에 대한 토론이 있었고, 두 번째는 ‘동북아시아에 대한 미국 셰일가스 수출의 영향과 에너지 전략에 대한 시사점’을 주제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에너지경제’는 본 세션에 앞서 셰일가스의 세계적인 권위자로서 이번 세미나에 공식 초정된 피터 하틀리 미국 라이스대 에너지학과 교수와 로널드 디 리플 툴사대 에너지경제학과 교수와 함께 미국 셰일가스 시장 전반과 한국의 에너지 정책 전환에 대한 대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허은녕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과, 박희천 인하대 명예교수(자원경제학회 전임 회장),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가 대담자로 같이 참여해 에너지 전반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을 벌였다. 한국 교수진들과 에너지경제 기자 2명이 주로 현안에 대해 질문하고 에너지 선진국인 미국의 전문가들이 답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미국 셰일시장의 현재 상황과 한국의 에너지 정책 전환, 에너지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 등의 다양한 주제들이 논의됐다. [편집자주]

▲허은녕 한국자원경제학회장(왼쪽)과 박희천 인하대 명예교수(전임 학회장)이 진지하게 미국 교수진의 의견을 듣고 있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


Q. 허은녕 한국 자원경제학 회장(이하 허): 최근 정부는 '3차 에너지 기본계획 (2018 ~ 2040)'를 발표했다. 정부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30년 20%, 2040년 최대 3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탈원전 기조를 더욱 분명히 한 셈이다. 이런 에너지 정책 전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피터 하틀리 미국 라이스대 에너지학과 교수(이하 피):한국 정부가 원자력을 줄이는 것은 실수라고 생각한다. 남들은 갖고 싶어하는 것을 한국은 이미 갖고 있다. 원자력은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아주 좋은 수단이다.

로널드 디 리플 툴사대 에너지경제학과 교수(이하 로):원전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포기하지 마라. 양수발전이 가장 저장성이 높아 할 수 있다면 했으면 좋겠다. 두번째로 좋은 것은 천연가스다.


Q. 성기노 기자(이하 성):한국 정부나 국민들은 원전사고가 났을 때의 심각성을 우려하는 것 같다. 국토 면적이 좁아 그 파괴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그런 사태를 사전에 막으려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피:24시간 1년 내내 가동하는 발전 장치중에 원자력만큼 안정적인 것은 없다. 안전 얘기를 하면 새로 짓는 게 옛날 것보다 훨씬 더 낫다. 후쿠시마 사고원전은 40년 전 옛날 것이다. 그 형태의 모델은 한국에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라 그런 사고가 한국에서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구형 발전소 사고 하나 때문에 새 발전소를 못 짓게 하는 것은 이해가 좀 안 된다. 특히 재생에너지는 햇볕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등의 변수가 있고 그런 문제를 어차피 해결할 방법이 없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두 개가 대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원자력 빼고 재생에너지로만 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두 개가 발전방식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원자력을 일부러 줄이거나 할 필요는 없고 오래 된 구형 발전소를 폐쇄하는 건 괜찮은 것 같다. 안전을 업그레이드 시켜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 모델을 계속 바꾸는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피터 하틀리 미국 라이스대 에너지학과 교수. (사진=에너지경제신문)


박희천 인하대 명예교수:노후원전은 큰 이슈다. 후쿠시마 사례를 보면. 6개 중 3개가 문제였는데 이것들이 다 노후 원전이었다. 노후된 것은 셧다운 해야 맞다. 또한 새로 짓는 것은 후쿠시마에서 경험한 것과 다른 설비를 갖고 있다. 후쿠시마에서 문제가 된 3개는 그때 가동되지 말았어야 할 정도로 노후된 것들이었다. 지금은 그런 원전을 짓는 곳은 아무 데도 없다. 기저발전과 피크타임 발전은 태양광과 풍력이 충족시킬 수 없다. 변동성이 심하기 때문이다.


Q. 성:미국 입장에서 셰일가스 수출을 한국에 더 많이 하려면 원자력 비중을 낮추고 천연가스를 더 많이 도입하라고 우리에게 조언해야 하는 것 아닌가.


로:천연가스 복합화력발전소는 굉장히 효율이 높다. 복합화력 발전소는 전기를 두 번에 걸쳐서 만들 수 있어서다. 가스터빈과 스팀터빈을 동시에 돌려 효율이 아주 좋다. 전기를 두 번 만드는 것이다. 복합발전소가 24시간 가동되면 가장 효율적이지만 한국에는 복합발전소가 많이 있지만 24시간 돌리지는 않는다. 많이 있지 않고, 수요에 따라 껐다 켰다 하고 있다. 석탄을 대신하기에는 괜찮겠지만 원자력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천연가스도 원자력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존의 효율성 좋은 에너지 발전장치를 왜 없애려는지 모르겠다.


Q. 허:한국 정부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적극 활용하려고 한다. 의견은?


피:전세계에서 재생에너지를 많이 쓰는 나라는 백업 시스템을 수력 아니면 가스 발전기로 쓰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는 그 옵션으로 안 본다. 한국은 ESS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배터리는 현재 전기를 오랫동안 많이 저장할 수 있지 않다. 테슬라 전기차를 밤에 세워놓으면 10% 에너지가 그냥 소모(방전)된다. 시간이 지나면 배터리 성능도 안 좋아진다. 또한 원재료가 희토류 등이어서 중국과의 관계에 따라 자원 확보 변동성도 크다. 배터리를 잘 못 확대했다가 전체시스템을 바꿀 수 없는 힘든 상태가 될 수도 있다.


Q. 강:한국은 호주 고르곤 등에서도 가스를 수입해서 쓰고 있다. 미국 셰일가스의 가격경쟁력은 어떤가?

피:호주는 기본적으로 추출 인프라 기반이 약하고 채굴 장비도 수입해야 하는 것이 있다. 미국은 가스를 수입하던 시설을 그대로 수출용으로 쓰고 있어 추가적인 장비를 거의 짓지 않아도 된다. 기본적으로 땅에서 캐내는 비용에서부터 한국으로 파는 비용까지 다 절대적으로 유리해서,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호주가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가 자신 있다.


Q. 성:남북관계에 진전이 있어서 한국이 러시아로부터 직접 파이프라인으로 가스를 공급받는다면 미국산보다 훨씬 싼 가격에 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로:몇 년 전 ‘피스 파이프’라는 기사를 신문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북한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오는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경제적으로는 확실히 말이 된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 관계를 미국과 캐나다 관계에 대입시켜 보기 바란다. 러시아 시베리아에 어마어마한 천연가스가 있지만 그것이 중국으로 공급되지 않는다. 양국 간 관계가 에너지를 전적으로 의존할 정도로 긴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자신들의 전원을 러시아 손에 쥐기를 원치 않는다.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는 관계가 친밀하기 때문에 양국 간 에너지 교류가 활발한 편이다. 중국은 러시아에서 가스와 전기를 미국이 캐나다로부터 하는 것처럼 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결국 정치적인 변수다. 경제적으로 아무리 이점이 있어도 국가 간 에너지 교류가 활발하지 않은 것은 각 나라간 정치적 신뢰가 쌓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과 러시아도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만큼 친하다면 모르지만… 정치적 이유 때문에 그것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로널드 디 리플 툴사대 에너지경제학과 교수. (사진=에너지경제신문)


피:차라리 파이프라인를 놓으면 평화가 더 빨리 올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서로 서로 연결돼 있다 보니 장난을 칠 수가 없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셧다운 하기 어려운 때는 링크가 여러 개 맞물려 있을 경우다. 유럽이나 미국은 다 그게 돼 있다 보니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못 잠근다. 그래서 오히려 평화가 오래 갈 수도 있다. 러시아-북한-한국 파이프라인은 좋은 아이디어인데 그게 과연 빠른 시일 내에 될까.


Q. 성:마무리 발언을 해 달라.


허:에너지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고 배웠다. 하나는 유틸리티 또 하나는 인더스트리 산업 개념이다. 한국은 유틸리티밖에 없다. 그냥 에너지를 소비할 뿐이다. 사용하는 측면만 있었다. 에너지에 산업이라는 개념은 거의 없었다. 한국은 지금까지 에너지로부터 돈을 벌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때 해외자원개발 한다고 했지만 실패를 한 것도 준비가 너무나 부족했기 때문이다. 미국 셰일가스는 한국에 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 제조업이 모두 수출해서 돈을 버는데, 왜 에너지만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가?

피:한국은 반도체, 조선 등이 돈을 많이 버는 산업이 됐지만 에너지는 안 됐다. 그때 실패했던 이유가 한국은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어려울 것이다.

로:중국은 업스트림(석유산업의 사업활동 중 원유의 생산 부문) 회사에 투자를 많이 했다. 수입해본 경험이 많으니 장사까지 할 수 잇는 것이다. 그것 외의 영역에서는 한국이 에너지 산업을 확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수송에 포커스를 맞추는 게 낫다. 또한 고급인력도 적극 유치해야 한다. 석유공사나 가스공사가 자원개발 할 때 외국인을 고용한 사례가 있는지 모르겠다. 에너지로 돈 벌 생각이 있으면 해외의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해외 에너지 회사의 지분도 투자해서 그 노하우를 익혀야 한다. 하지만 아직은 시장에 뛰어들 준비가 안 돼 있는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한국가스공사는 전 세계에서도 최상위급의 메이저 수입처다. 그들은 스스로 에너지 산업을 발전시켜 나갈 인프라가 있다. 이제 그 소프트웨어를 적극 개발해야 한다.


Q. 성:한국과 미국은 동맹관계다. 미국 셰일가스는 이런 차원에서 한국이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

피: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다. 미국은 높은 가격으로 더 많은 천연가스를 해외에 수출하려고 한다. 한국도 그 파트너의 하나일 뿐이다. 손쉽게 미국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미국 셰일가스라는 새로운 수입처가 생겼으니 더 꼼꼼하게 가격을 따져보고 수입 루트를 다변화해야 한다. 또한 그 차원도 넘어서야 한다. 외국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과정을 거쳐 에너지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수입하면 자신감 얼마나 많이 드는지 알기 때문에 수입 경험이 풍부하면 에너지 산업하는 데 좋은 여건이 된다. 그래서 작은 프로젝트라도 참여해 더 많은 노하우와 정보를 얻어야 한다. 셰일가스의 최대 이슈는 돈 놓고 돈 먹는 비즈니스 그 자체다. 그런데 우리 기업이나 정부가 그런 매커니즘을 이해하고 돈 벌 준비가 돼 있는지 모르겠다. 에너지 산업에 대한 한국 정부와 업계 관계자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Q. 성:에너지란 무엇인가?

피: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에너지는 인류 진보의 역사다. 인류 진보역사를 보면 더 다양한 에너지원을 쓰고 있다. 인간의 근육에서부터 불, 가축…. 인류 진보의 역사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은 에너지를 쓰는 과정과 같다. 현대 경제는 더 많은 에너지를 쓰는 과정이다. 경제를 운용할 때 에너지가 필요하고 세상에서 가장 큰 산업이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또 사용돼야 한다. 현대경제는 에너지가 없으면 설명이 더 이상 안 되는 것이다. 

로:동의한다. 천연가스, 우라늄, 태양광 등등의 에너지원을 잘 저장해서 우리 문명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자원이 에너지를 함유하고 있다. 이를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해 그것에 적합한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천연가스 원자력 석탄 모두 에너지를 생산하는 주요한 소스다. 각각에 맞는 기술을 써서 인류에게 유용하게 써야 한다. 

▲대담이 끝난 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왼쪽부터 허은녕 한국자원경제학회장, 박희천 인하대 명예교수, 피터 하틀리 미국 라이스대 교수, 로날드 디 리플 툴사대 교수,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사진=에너지경제신문)


대담을 마치면서 로널드 디 리플 툴사대 에너지경제학과 교수는 한 가지를 꼭 한국인에게 당부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LNG가 천연가스를 대표하는 말처럼 쓰이는 게 의아하다고 한다. LNG(liquefied natural gas 액화천연가스)는 가스전에서 채취한 천연가스를 정제하여 얻은 메탄을 냉각해 액화시킨 것을 말한다. 액화시키면 훨씬 수송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LNG는 연료가 아니고 천연가스의 수송저장수단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인은 천연가스라고 부르지 않고 LNG라고 부른다. LNG는 천연가스를 이동시키는 하나의 수단에 대한 이름일 뿐이다. 개념이 명확하지 않으면 시장에서도 그 의미가 왜곡될 수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성기노·권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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