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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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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출규제,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전략' 발목 잡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7.11 11:26

▲삼성전자.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전략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미 규제가 확정된 극자외선(EUV)용 포토리지스트는 일본 외에 대체 가능한 업체가 없고, 추가 규제 가능성이 제기된 블랭크 마스크 또한 EUV용 제품을 일본 업체가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집적회로(IC), 전력반도체(PMIC), 리소그래피 장비, 이온주입기, 웨이퍼, 블랭크 마스크 등 반도체 관련 품목을 일본이 추가로 규제할 가능성이 높다. 모두 일본 수출 규제의 주요 근거로 작용하고 있는 ‘수출무역관리령’의 통제 대상 품목 1∼15항에 포함된 제품이다.

특히 이 가운데 블랭크 마스크는 일본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매우 높은데, 이 품목은 반도체 노광 공정에 사용되는 포토마스크의 원재료로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하며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주력하고 있는 EUV 기술 역시 미세 공정에 적합한 차세대 기술로 국내에서 생산하는 블랭크 마스크로는 일본 제품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포토리지스트도 공정 중 종류별로 여러 층이 도포되는데, 핵심 층에 사용되는 제품은 역시 기술적으로 앞서있는 일본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4월 시스템 반도체 강화를 위해 시스템 반도체 비전을 선포하며 그 일환으로 EUV 라인의 생산 확대를 발표한 바 있다. 이미 7나노 EUV 양산에 성공해 소규모 시범 생산라인을 가동중이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의 극자외선(EUV) 전용 생산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소재 공급이 끊기더라도 당장은 시범 생산라인에만 영향을 미치는 셈이지만, 문제는 내년 1월 본격 가동될 예정인 화성의 EUV 전용 생산라인이다. 또 EUV 기술은 삼성전자 외에 중국 TSMC, 미국 인텔도 바짝 뒤쫓는 중이다. 상황이 악화할 경우 업계 선두 자리를 경쟁업체에 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이 수출 규제 품목을 추가로 지정할 경우 기존 3가지 품목과 마찬가지로 개별 허가를 거쳐야 해 통상 90일 정도의 심사 기간이 소요된다. 

이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1위를 하겠다는 삼성전자의 목표 달성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앞서 지난 4월 정부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133조 원을 투자하고 1만 5000명의 고용 창출을 통해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바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반도체 강화 방안의 핵심 축인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 확대 일환으로 EUV기술을 도입하고 파운드리 1위 사업자 TSMC를 추격 중이었으나 EUV용 포토레지스트 수급 우려로 사업 확대가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일 오후 급하게 일본으로 간 것도 반도체 소재 수급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일본 아사히뉴스네트워크(ANN) 방송은 이 부회장이 11일까지 일본에 머물며 반도체 소재 수급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방송에 의하면 이 부회장은 일본 대형 은행, 반도체 업체 관계자들과 만나 반도체 소재 공급이 막힐 경우에 대비한 협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일본 재계 인맥을 통해 현지 원로와 기업인 등을 만나 최근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면서 대책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일 서울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19 코리아’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정은승 사장은 "삼성전자는 반도체 불모지에서 사업을 시작해 역경을 딛고 업계 1위에 오른 경험이 있다"며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최고를 향한 여정이 쉽지 않겠지만 난관을 헤치고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게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오는 2021년 이후 EUV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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