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사진=삼성전자)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 규제가 시작되고 3주간 한국의 반도체 관련 종목 주가는 상승세를 탄 반면 일본의 수출규제 관련 종목들은 대체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합계는 지난 19일 현재 335조2964억원으로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공식 발표하기 직전(지난달 28일)보다 4조1205억원(1.24%) 불었다.
삼성전자 주가는 반도체 생산 차질 우려에 한때 약 5% 떨어졌다가 차츰 살아났다. 이달 19일 현재 주가는 4만6800원(종가 기준)으로 수출 규제 발표 직전(6월 28일 종가 4만7000원)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특히 이 기간 SK하이닉스 주가는 10.50% 올랐다.
일본 수출 규제의 핵심 표적인 양사 주가가 상승세를 탄 것은 반도체 재고 조정과 감산 등에 대한 기대로 반도체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대표적인 D램 제품인 DDR4 8Gb D램의 현물시장 가격은 19일 현재 평균 3.736달러로 2주 전보다 23.3% 올랐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수출 규제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과잉 재고를 소진할 기회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도체 업체들이 앞으로 2개월간 신규 생산을 중단하고 기존 재고만 출하해도 시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만일 한일 무역분쟁이 3개월 이상 장기화되지 않는다면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저점을 통과하는 것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인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리지스트(PR·반도체 감광액),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 관련 국내 반도체 소재 업체들은 국산화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했다.
불화수소 관련 주요 종목인 후성은 주가가 57.58% 상승했고 역시 불화수소 관련 기업인 솔브레인(39.68%), 램테크놀러지(60.00%)와 감광액 관련주인 동진쎄미켐(57.1%) 등도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최근 1개월간 후성 주가 추이. |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일제 불매 운동이 번지면서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국내 업체들의 주가도 올랐다.
문구류 업체인 모나미는 주가가 최근 3주간 54.14% 올랐고 제조·유통일괄형(SPA) 패션 브랜드 업체인 신성통상은 27.78% 상승했다.
반면 일본 내 반도체 소재업체의 주가는 한국으로 수출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에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수출 규제 발표 이후 지난 19일까지 스텔라케미파(불화수소)는 주가가 6.23% 내렸고 감광액을 만드는 JSR코퍼레이션(-3.06%), 불화수소를 제조하는 스미토모화학(-2.60%) 등도 약세였다.
이에 따라 이들 3사의 시총 합계는 19일 현재 1조2163억엔(약 13조2866억원)으로 수출 규제 전보다 357억5000만엔(2.86%) 감소했다.
일본 반도체 전문가인 유노가미 다카시(湯之上隆) 미세가공연구소 소장은 최근 일본 전문지 EE타임즈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은 반도체 메모리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조에 필요한 소재·장치에서 가급적 빨리 일본을 배제할 것"이라며 "일본 반도체 소재·장치 제조사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과의 사업 기회를 잃어버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국내에서는 일제 불매 운동의 영향으로 롯데그룹의 주가가 뒷걸음질 쳤다.
유니클로 한국법인의 지분 49%를 가진 롯데쇼핑은 10.28% 주가가 하락했고 일본 맥주 아사히를 수입·유통하는 롯데아사히주류 지분의 절반가량을 보유한 롯데칠성도 10.50%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