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7월 18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 기자실에서 진행한 일본 수출규제 관련 금융분야 영향 브리핑에서 사의를 표명했다.(사진=연합) |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사의 표명에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업계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혁신을 위한 규제 완화를 주장하며 이들 업계에 ‘든든한 아군’을 자처했던 최 위원장의 사임이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 혁신금융 대표선수 인터넷전문은행 ‘난감’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8일 오후 금융위원회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마친 후 "상당 폭의 내각 개편을 앞둔 가운데 인사권자의 선택 폭을 넓혀주고자 사의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2017년 7월 19일 문재인 정부 초대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한 지 꼬박 2년 만이다.
내년 총선 날짜가 가까워지면서 최 위원장의 강원도 지역 출마설이 흘러나왔던 상황이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어느 정도 예상하던 결과’라는 반응이 대다수다.
다만 ‘혁신금융’의 대표선수로 꼽히는 인터넷전문은행 업계의 경영 전략에는 브레이크가 걸렸다. 최 위원장은 2년간의 임기 내내 지속해서 혁신금융을 강조해왔다. 인터넷 은행 규제 완화 및 활성화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낸 덕분에 인터넷전문은행 업계는 기존 시중은행과 비교했을 때 규제의 견고한 벽을 점차 깨뜨려 나가는 분위기였다.
특히 최 위원장은 최근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정무위원들과 함께 규제 완화를 논의하는 등 인터넷전문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당정은 현행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나와 있는 ‘대주주가 되려면 5년 이내 금융 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은 사실이 없을 것’이라는 조항의 내용을 5년 이내에서 3년 이내로 줄이는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위원장의 노력 끝에 지난 5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석 의원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 완화 내용을 담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아직 법안 처리는 지연되고 있다. 해당 법안과 관련해 정무위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상이한 만큼 법안을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키 맨’ 이 필요한 시점에서 최 위원장의 공백은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 ‘혁신금융 파트너’ 최종구 위원장 잃은 김태훈·이승건 대표 "나 어떡해"
▲(왼쪽부터)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사진=각 사) |
바늘 가는 데 실이 가듯 최 위원장과 혁신금융 부문에서 부쩍 호흡을 맞춰온 인물들이 있다. 바로 뱅크샐러드를 운영하는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와 토스를 운영하는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다.
올 상반기부터 대표적인 핀테크 성공사례로 꼽히는 두 대표와 최 위원장의 만남 횟수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올 1월 김태훈 대표와 이승건 대표 등 핀테크 업계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했던 금융위의 핀테크 현장 간담회에서 최 위원장은 깜짝 후드티 패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자유와 혁신이라는 키워드로 대표되는 핀테크 업계와 적극적인 소통 의지를 온몸으로 표현한 셈이다.
이어 금융위원회의 주재로 올해 5월 진행했던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19’에서도 기조연설에 나선 최 금융위원장에 이어 김 대표와 이 대표는 국내 핀테크 성공사례로 꼽혀 노하우를 발표했다. 최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하던 당일 역시 이들 3인은 같은 자리에서 핀테크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경제 관련 법안 통과를 위해 한목소리를 냈다.
김 대표는 최 위원장의 사의 표명을 두고 아쉬운 기색을 역력히 드러냈다. 김 대표는 에너지경제신문과의 통화를 통해 "최 위원장은 ‘혁신’쪽에 힘을 많이 실어주셨던 분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사의 표명을 하신 것에 대해)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 경영에 있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완화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 개정안’의 통과가 시급하듯, 뱅크샐러드와 토스를 포함한 핀테크 기업 역시 ‘신용정보법 개정안’의 통과만을 바라보고 있다. 한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신용정보법 개정안 논의가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에서 핀테크 기업들과 함께 논의 촉구 목소리를 내던 최 위원장은 ‘믿을 만한 구석’이었을 것이다"라며 "금융위원회와 접촉이 잦았던 인터넷전문은행, 핀테크 기업의 경우 차기 위원장 선출과 동시에 ‘코드 맞추기’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다만, 차기 위원장에 어떤 인물이 추천될지라도 혁신이라는 큰 틀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게 금융업계의 중론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혁신금융에서 혁신은 문재인 정부 출범부터 시작된 기조다"라며 "결국 차기 금융위원장이 선출돼도 혁신이라는 틀 안에서 규제 완화를 하자는 주장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에너지경제신문=이유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