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보복 정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여야의 내로라하는 정치인이 아니다. 조국 전 민정 수석이 가장 핫하다. 조 수석은 선명한 피아 구분, 식민지 후손의 울분을 다독이는 감성적인 접근으로 여권 지지층의 호감과 지지를 단박에 이끌어냈다. 야당이 주먹을 쥐고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도 일본 경제보복 정국의 주도권이 한국당이 아닌 청와대 전 민정수석에게로 향하는 것 자체를 참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조국은 세간의 평으로 놓고 볼 때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다’. 일단 그는 ‘얼굴패권’이라는 훈훈한 별명을 네티즌들로부터 득했다. 서울대 입학 후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화장실에 갔다 오면, 자신의 자리가 여학생들의 많은 고백쪽지와 캔커피 같은 작은 선물들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의 아내를 만난 건, 그런 쪽지를 보낸 여학생들과 달리 아내는 직접 다가와서 "커피 한 잔 하자"고 한 것이 인연이 되어 교제가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성격은? 서울대 82학번 동기인 진중권은 그를 "짜증나는 놈"이라고 농담을 했다. 친구인 조국이 공부도 잘하고 키도 큰데, 그럴 경우 성격이라도 나빠야 신은 공평한 것이지만, 너무 착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인성도 합격이다.
재산도 많다. 올해 3월 공개된 재산내역을 보면 조 전 수석은 주현 중소기업벤처비서관의 150억에 이어 54억7645만원의 재산으로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에 비해 1억4801만원 가량 늘었다고 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채권을 제외한 조 수석의 배우자 예금이 20억이 넘었다고 한다. 돈도 많다.
이렇게 잘 생기고 돈 많고 공부도 잘 하고 ‘운동권’이었던 그는 겸손하기까지 하다. 청와대를 떠나는 조국 전 수석은 "저를 향하여 격렬한 비난과 신랄한 야유를 보내온 일부 야당과 언론에 존중의 의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의례적인 인사로 들리지만 이를 접한 한국당 의원들의 반응은 또 부글부글이다. 청와대를 떠나면서 기자들에게 과일을 선물하고, 야당의 비판을 ‘비난’과 ‘야유’로 눙쳐서 넘어갈 만큼 그는 일본 경제보복 정국에서 자신이 얻은 스포트라이트에 한껏 만족하는 모습이다. 야당은 이런 그의 행보에 ‘러시아 영공 침범과 북한 미사일 발사, 일본 경제보복의 3중고 국가 위기에 청와대 수석이 자화자찬 하는 모습이 너무도 오만하게 비친다’고 비판한다.
그럼에도 조국 전 수석은 일본 경제보복 정국의 최대 수혜자다. 노회한 정치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최근 조국 전 수석에 대해 "지금 일본 문제에 대해서 이렇게 강하게 이야기를 함으로써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인지도가 가장 높아졌다. 이런 식으로 나가면 대통령 후보도 가능하다"고 최고의 찬사를 날렸다. 이렇게 주가를 끌어올린 조 전 수석이 떠나면서 "비난과 야유를 보낸 야당과 언론을 존중한다"는 겸사(謙辭)까지 날렸으니 한국당이 보기에 그가 더 얄미워 보일 수도 있겠다. 김학용 의원의 언사가 한국당 의원들의 뒤틀린 심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조국 전 수석에 대해 "지가 무슨 시민단체 대표냐", "조국이가"라며 막말을 했다. 김 의원은 많은 시민들이 듣는 라디오 생방송 인터뷰임에도 계속 조 전 수석의 직책을 빼고 "조국"이라고 호칭했다.
지금 한국당은 조국 전 수석을 여권의 확실한 대권주자로 떠밀어 올리고 있다. 여권이 힘겹게 끌어올리지 않아도 상대에 의해 지금 조국은 급부상중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슬며시 미소를 흘리고 있을 것이다. 한국당이 조 전 수석에 반감과 증오를 드러내면 낼수록 그들은 더 깊은 조국의 수렁에 빠질 것이다. 상대가 1등을 한다고 아무리 비난을 해봐야 말짱 도루묵이다. 자신들이 어떻게 하면 1등을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1등을 하는 방법은? 한국당의 스탠스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론의 추이에 정밀하게 반응하고 조각난 여론을 한 데 모으는 것이 야당의 역할임을 깨달아야 한다. 한국당이 조국 언행에 사사건건 ‘악플’을 달 때마다 그는 점점 더 위로 올라갈 것이다. 왜 남의 시험지에 답을 써주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