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근 태국에서 중국으로 떠나려던 비행기가 이륙하지 못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알고보니 쇼핑하는 딸이 늦는다면서 중국인 어머니가 비행기 문 앞에서 비행기를 지연시킨 것이었다. 다시 한 번 중국의 이미지는 여지없이 추락하고 말았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추태로 인해 이미 세계 모든 관광지에서 중국여행객은 ‘진상여행객’으로 낙인찍히고 있다.
해외여행객의 몰지각한 행동들은 단지 중국만의 고민거리는 아닌 것 같다. 세계적 호텔 예약업체인 ‘호텔스닷컴’이 지난 해 설문조사를 통해 최악의 해외관광객 국가와 이유를 발표한 적이 있다. 6위 러시아는 안 웃는다, 5위 이스라엘은 무례하고 시끄럽다, 4위 미국은 물질만능주의와 공중도덕이 없다, 3위 독일은 물건 값 등을 너무 따진다, 2위 영국은 술에 취해 추태를 부린다는 불만이었다. 불명예 1위는 당연 중국이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너무 많아 열거가 불가능하단다. 한국은 다행히도 불명예 랭킹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과연 한국 해외여행객의 모습은 바람직한지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우리국민들의 해외여행이 본격화되기 시작된 것은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작되면서다. 서울올림픽이 개최된 1988년 해외여행자가 72만 명에 불과했으나, 1989년에는 67.3% 증가한 121만 명이었다. 이후 해외 여행자수는 해마다 10~20%대의 급속한 증가세를 보이며 30년이 지난 올해는 3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해 마스터카드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여행객의 해외여행 지출규모도 전세계에서 여섯번째로 크다. 세계 여행시장에서 한국여행객의 중요성이 갈수록 증대됨으로써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나, 부끄러운 사실도 있다. 지난 2013년 동남아시아 성매매 관광객 수 1위국의 불명예를 얻으며 어글리코리안이라 불리기도 했다. 최근에도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일본 쓰시마 내 식당 여러 곳에는 ‘NO KOREAN(한국인 출입금지)’이라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다는 방송을 접한 적이 있다. 2017년 한국관광공사가 해외여행을 다녀온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한국 해외여행객의 예의 수준은 5점 만점에 평균 2.75점으로 ‘보통 이하’ 수준이었다. 이처럼 우리 스스로도 해외여행객의 예절과 시민의식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해외 각국에서는 국가이미지 훼손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해외여행객들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해외여행에서의 문제행동들을 정부와 시민단체가 협조해 바로잡기위한 다양한 노력을 벌이고 있다. 중국도 지난 2015년 4월 유커들의 행동과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추태 관광행위 기록 관리법을 제정하고 추태 관광객들의 실명을 공개하는 등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국도 과거에 여행객 추태에 대한 대책들이 논의 된 적이 있었으나 지속적으로 실행되지는 못했다.
해외여행자유화 이후 30년이 흐른 지금이 해외여행문화의 성숙함을 한층 높여야 할 적기라고 할 수 있다. 해외여행객과 여행사는 물론 정부와 관련기관, 시민단체 등 모두가 나서서 머리를 맞대고 국가이미지를 훼손하는 해외여행객 행위에 대한 방지책을 수립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법으로 강제한다고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보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와 관련기관은 성숙된 해외여행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유도하고, 건전한 해외여행의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시민단체와 함께 지속적인 교육과 캠페인을 펼쳐야 한다. 여행사는 남녀노소가 쉽게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동영상을 비롯하여 다양한 형태의 해외여행 에티켓 안내서를 제작해 여행 전에 여행객들에게 제공하고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담당가이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여행객들에게 여행 예절에 대해 철저한 주의와 실천을 당부해야 할 것이다. 해외여행객은 개인이 한국을 대표하는 민간외교관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현지문화와 예의에 대한 충분한 숙지를 통해 상식적으로 행동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모두의 노력이 결집됨으로써 보다 성숙된 해외여행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