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준의 눈] 일본과 경제전쟁 감정적 접근 안돼

김민준 기자 minjun21@ekn.kr 2019.08.11 10: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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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 산업부 차장

폭염을 뚫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규탄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한국YMCA, 한국진보연대 등 700여개 단체로 구성된 ‘아베 규탄 시민행동’은 최근 일본대사관 앞에서 ‘촛불 문화제’를 열고, "적반하장 경제보복, 아베 정권 규탄한다" "한일정보 군사협정 파기하라" "친일적폐 청산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 속에는 학생 등 청소년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우리 국민 가슴 한 구석에 내재돼 있는 반일감정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하지만 정부마저 이번 한일 경제분쟁을 감정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일본과의 경제 전면전을 선언하고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것은 부당하고 반드시 따져야 할 문제"라면서 "일본에 먼저 무릎을 꿇는 일은 없을 것"고 국민을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일본과 경제 전면전을 펼칠 경우 아직까지 일본에 비해 산업 전반에 경쟁력이 낮은 우리 기업이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다.

일본에서 원료를 수입해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이번 한일 경제전쟁에 따른 회사 피해가 얼마나 될지 예측할 수도 없다"고 걱정하면서 회사의 이름을 알 만한 생산부품이나 부품소재에 대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 자신들의 불만이나 문제점 지적이 거래하는 대기업의 귀에 들어가 보복이 돼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일본과의 경제전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곳은 대기업의 2차, 3차 밴더 역할을 하는 우리 중소기업이다.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일본에서 원료 수입이 막히거나, 부품을 만들어도 팔 곳이 없으면 자금이 부족한 이들은 바로 도산할 수 있다. 정부가 10조원이 넘는 R&D 지원과 35조원 이상의 세제·금융 지원으로 돕겠다고는 했지만, 이들 중소기업은 정부를 믿지 못한다. 얼마나 현실적인 지원이 이뤄질지, 기간은 얼마나 지속될지, 원자재 수입이나 판로가 막히면 자신들이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과거에도 소재·부품에 대한 국산화를 앞당기려고 정부나 금융당국에 자금 지원을 요청해봤지만 무시당한 적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우리 경제와 산업을 더 키워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다만 감정적인 접근이 아닌 실용주의적 노선을 선택해 일본과 최대한 협상해야 한다. 앞에서는 협상을 하고 뒤에서는 중소기업 지원을 통한 일본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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