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 완전 국산화는 불가능…글로벌 무역·협업 중요"

김민준 기자 minjun21@ekn.kr 2019.08.12 15:5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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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소재부품 경쟁력 강화방안’ 세미나
"소재부품 탈일본 전략은 위험…국내 인프라 확대 절실"
"韓 화평·화관법 규제 세계서 가장 높아…日수준 낮춰야"

▲12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소재·부품산업, 한일 격차의 원인과 경쟁력 강화방안 세미나’에서 발제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곽노성 한양대 교수, 이덕환 서강대 교수, 배상근 한경연 전무, 이홍배 동의대 교수.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절대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글로벌 분업과 협업을 통해 반도체 등 소재부품산업에서 빠른 속도의 성장을 이뤄왔고, 앞으로도 협업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 탈일본을 통한 국산화 전략은 과학기술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위험한 발상이다. 예를 들어 불화수소의 탈일본화는 저질의 중국산 불화수소나 황산 수입을 늘리는 방법 밖에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2일 소재부품산업 각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마련한 ‘소재·부품산업, 한일 격차의 원인과 경쟁력 강화방안’ 세미나에서 이 같은 주장이 나왔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소재부품 산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대책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가장 근본적 해결책은 기업환경 개선을 통한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고 강조하면서 "R&D 관련 세제 지원 확대 등 혁신역량을 강화하는 정책을 수립하는 동시에 과학기술 및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연구계 주 52시간 적용 △전문연구요원제 감축 △화학물질 규제 등을 재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소재부품 경쟁력 강화 논의는 글로벌 무역구조와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작되어야 한다"면서 "한국의 반도체와 일본의 소재 산업은 글로벌 분업과 협업의 대표적 성공사례다. 일부에서 제기한 한국 반도체의 일본 소재산업 종속론, 과학기술계의 소재부품산업 외면론, 대기업의 중소기업 육성 회피론 등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한국 소재 부품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지만 자원 부족국가로서 필요 소재를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완벽한 국산화는 불가능하다"면서 "소재의 수입은 거부하면서 완제품은 수출하겠다는 발상은 자유무역 원칙에도 어긋난다. 한국은 국가간 분업과 협업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무역 체계 선도국가로서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 수출규제의 대상인 고순도 불화수소의 탈일본화는 중국산 저순도 불화수소 또는 형석과 황산 수입의 증가를 의미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또 "화학 산업을 비롯한 현대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도 문제"라면서 "환경부 인력이 3년 사이에 25% 증원되는 등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되는데다 최근 주민 반대로 용인의 데이터 센터 건립이 무산되는 등 과학기술계와 산업계가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우리 사회의 현대과학기술에 대한 수용능력 증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

▲12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소재·부품산업, 한일 격차의 원인과 경쟁력 강화방안 세미나’에서 이덕환 서강대 교수가 ‘한국 소재·부품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기술투자 민관 협력·공동법인 설립 필요


이홍배 동의대 무역학부 교수는 "한일 소재부품산업은 자유무역을 통한 무역증대 효과가 한국과 일본에 각각 368억 달러, 331억 달러로 총 698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면서 "다만 대(對)세계 100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나타낸 한국 소재부품산업은 여전히 생산기술의 차이로 일본에는 큰 폭의 적자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일 소재부품 적자는 2000년 103억 달러에서 2010년 242억 달러로 최고치를 경신했다가 지난해 151억 달러로 감소했다. 이는 기술격차 감소와 쌍방향 분업구조 정착으로 인한 글로벌 가치사슬의 심화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하지만 일본 소재부품산업이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비해 우리나라의 소재부품산업은 중기술 개발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하면서 "10년 안에 한국의 기술 수준이 일본의 99.5%까지 높아져도 남은 0.5%의 차이가 일본의 핵심 경쟁력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기술 품목 중심의 생산협력과 함께 기술투자 민관 협력, 공동 법인 설립 등을 제시했다.

곽노성 한양대 과학정책학과 특임교수는 한일 소재부품산업 격차의 원인으로 화학물질 평가와 관리 규제의 차이를 거론했다. 그는 "화학물질 평가 규제 강도가 일본, 미국, EU, 한국 순으로 일본과 한국이 극명히 대비된다"고 지적하면서 "현재 일본과 미국은 신규물질만 신고하지만 한국 화평법은 신규 및 기존 물질을 모두 신고하게 돼 있다. 기존물질 신고제를 운영하는 EU와 비교해서도 전문 인력의 질적 역량은 물론 수적 현격한 차이로 인해 EU방식은 한국에서 혼란만 초래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이어 "비공개로 진행되는 한국과 달리 EU는 평가과정을 전면 공개하고 민간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화학물질 관리 관련 법률 측면에서도 일본 화관법은 562종을 관리하지만 한국 화관법은 1940종 이상을 관리하는 등 관리대상이 약 3.5배 차이가 난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유해성(독성)만 평가하는 우리와 달리 일본은 노출량을 고려한 평가를 통해 위해성 높은 물질 관리에 집중해 실효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또 "한국은 규제의 주무부처가 환경부인데 비해 일본은 경제산업성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도 제도 개선을 목적으로 약 1만40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규제 설계와 집행에 있어 기업의 필요와 애로사항을 반영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한국은 기업에게 평가 책임을 부과해 비슷한 평가만을 반복하게 하고 있고, 민간은 지적재산권 문제로 EU의 평가결과를 활용할 수 없어 국력이 낭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한국의 화학물질 안전규제는 화평법, 화관법 외에도 산안법에서 관리되고 있는데 물질 등록은 법률마다 별도로, 관리체계는 중복돼 있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곽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법률의 전면 재정비와 화학물질 규제를 일본 수준으로의 완화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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