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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의 공포] 美백악관도, 국내 증권가도 "경기침체 우려 과도" 한목소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8.21 08:29

‘경기호황 최대 치적’ 트럼프, 금리인하 압박...침체우려 진화
국내 증권가 "연준 통화정책-미중무역분쟁 추이 관건...지속 모니터링"

▲서울 여의도 증권가.(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최근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가 한때 역전되면서 ‘R(Recession)의 공포’가 엄습한 가운데 국내외에서는 이같은 경기침체 우려가 과도하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에도 장단기 금리차 역전은 수차례 발생했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힘입어 순환적 경기 사이클이 지속된 경험이 있는 만큼 결국 연준의 결정과 미중 무역분쟁 추이 등이 향후 경기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연합)

◇ 트럼프 "재선에 걸림돌 될라" 기준금리 인하 연일 압박

지난주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된 이후 가장 크게 동요하는 것은 단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일축하며 연준을 향해 연일 금리를 인하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간 경제 호황을 자신의 최대 치적 중 하나로 꼽아온 만큼 경기 침체가 올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도 큰 장애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트윗을 통해 "아마 일부 양적완화와 함께 기준금리가 꽤 단기간에 최소한 1%포인트 인하돼야 한다"면서 "그것이 일어나면 우리 경제는 더 좋아질 것이고 세계 경제도 현저하고 빨리 개선될 것이다. 모두에게 좋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연준 의장)과 연준의 끔찍한 비전 부족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는 매우 강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언론에서 경기침체 경고 목소리가 급속도로 나온 것은 지난 14일 뉴욕 금융시장에서 장단기 미국 국채 금리의 역전 현상이 벌어진 게 결정적 계기였다. 미중 무역분쟁의 장기화로 가뜩이나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피로감이 커진 상황에서 금리 역전 현상은 경기침체의 신호로 받아들여지며 당일 다우지수가 올해 들어 최대 낙폭을 기록할 정도로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전날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과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잇따라 방송에 출연한 데 이어 이날 역시 트럼프 행정부 관료와 참모들이 연이어 경기침체 여론 확산 진정에 나섰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방송에 나와 "궁극적으로 경기침체는 있을 것이다"라면서도 "이번 금리 역전은 내 견해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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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표 오른쪽 경기침체 항목 괄호 안의 숫자는 금리 역전 이후 경기 침체까지 개월 수),(자료=유안타증권)


◇ 증권가 "30년-2년 금리역전 주시해야...우려 과도"

국내 증권가도 최근의 경기 침체 우려는 과도하다고 분석했다. 과거에 10년물과 2년물의 역전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실제로 경기 침체 상황에 직면했던 사례가 있었던 만큼 주의가 필요한 건 맞지만 과도한 우려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장단기 금리차 역전은 과거에도 수 차례 등장했지만, 과거 사례들과 현재 사례 간에는 눈에 띄는 차이점이 있다"며 "과거에는 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과정에서 단기 금리의 급등이 장기 금리를 앞지르면서 발생했다면, 지금은 금리가 하락하는 과정에서 장기 금리의 하락 속도가 더 빠르게 나타나며 역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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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AP/연합)

다만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기 위해서는 연준의 통화정책과 미중 무역분쟁 추이가 더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조 연구원은 "과거에도 장단기 금리차 역전에 준하는 상황이 발생했지만, 경기 침체까지는 진행되지 않았고 순환적 경기 사이클이 지속된 경험들을 갖고 있다"며 "바로 90년대 중반의 상황인데, 그 당시 경기 사이클 하방이 지지됐던 이유는 연준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견조한 소비, 투자 사이클의 회복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10년물과 1년물이 역전될 당시 1998년 가을, 2006년 초 등 경기 침체를 피한 사례가 있다. 이에 10년물과 2년물보다는 30년물과 2년물의 금리 역전이 더욱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미국 국채 10년물과 2년물 금리 역전은 경험적으로 경기 침체에 중요한 선행지표 역할을 했지만 더 중요했던 것은 30년물과 2년물의 금리 역전이다"며 "30년물과 2년물 역전이 2주 이상 지속됐을 때 경기침체를 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미국 국채 30년 금리도 빠르게 하락해 안도할 수 없지만 현재 30년물과 2년물 금리 차는 40bp(1bp=0.01%) 이상이라 조금 여유가 있다"며 "30년물과 2년물 금리 역전부터 경기 침체까지 1년 반 남짓 시차가 있었고, 주가가 하락한 것은 경기 침체 시작 대비 약 6개월 선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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