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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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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View] "공급과잉·전기차 보조금 중단까지"…리튬가격, 더 떨어진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9.09 09:53

中 전기차 보조금 중단 후 내리막…리튬값 2017년 대비 3분의1 수준

호주·美 등 거래 생산량 줄이기로

4분기부턴 전기차 판매 늘겠지만 공급과잉은 지속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리튬 가격의 하락세로 인해 관련 생산업체들이 울상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힘입어 그간 리튬 관련 업체들은 리튬 생산량을 대폭 늘려왔다. 리튬이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만큼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로 인해 리튬 생산업체들은 호황을 누려왔지만, 이것이 오히려 ‘공급 과잉’으로 돌아오면서 이들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9일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리튬가격은 kg당 50.0위안을 기록했다. 리튬가격은 연초 대비 27% 떨어졌으며 과거 kg당 155위안을 기록했던 2017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지난 3년간 리튬가격 추이(자료:한국광물자원공사)


이에 따라 글로벌 리튬 생산업체들의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세계 2위 생산업체인 칠레의 SQM은 리튬 가격 하락으로 인해 2분기 수익이 7020만달러(852억원)로 거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최대 리튬생산 기업 톈치리튬도 올해 상반기 순익이 작년보다 85% 하락했고 또 다른 기업인 간펑 리튬도 순익이 59% 급감했다. 이들은 리튬가격이 앞으로 더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중국에서는 4개월치 재고를 쌓아두고 있는데, 이는 평소보다 두 배 많은 양이다.

세계 리튬 공급량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호주도 예외가 아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필바라 미네럴스는 최근 3분기 수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으며 갤럭시리소스는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났다. 갤럭시미네랄스의 올해 상반기 리튬 공급량은 4만 4630톤으로, 지난해 상반기 9만톤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수출가격도 지난해 940달러에서 올해 540달러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리튬 생산업체들의 주가는 연초 이후 최소 15%에서 최대 68% 폭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금속광물 시장조사업체 로스킬은 "호주를 중심으로 이뤄진 리튬의 과다생산으로 인해 공급이 수요를 웃도는 현상이 꾸준히 이어졌다"며 "이로 인해리튬가격이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로스킬은 이어 "업체들은 앞으로 수요 둔화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사업 계획을 바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필바라 미네럴스는 리튬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로 했고, 신규 개발 프로젝트를 축소하는 등 자본지출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호주의 또 다른 생산업체 알투라 마이닝은 일시적으로 거래를 중단했다. 미국의 리튬생산업체 알버말의 루크 키쌈 최고경영자(CEO)도 "특정 리튬생산설비 확장 프로젝트를 무기한으로 연기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투자은행 카나코드는 2025년까지 리튬의 연간 생산량이 30%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카나코드는 "공급이 과잉된 상황에서 대다수의 업체들이 리튬생산 계획을 재점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리튬산업의 부진…中 전기차 보조금 중단이 직격탄

이처럼 리튬산업이 부진에 빠진 것은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삭감하면서 전기차 수요가 둔화됐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6월 26일부터 1회 충전 주행거리 250km 이상에 대한 전기차 지원금을 반으로 줄였다. 또 주행거리가 250km 미만이면 보조금을 받을 수 없도록 보조금 지원정책을 변경했다. 이로 인해 중국의 전기차 수요는 위축됐고, 7월 전기차 판매량도 곤두박질쳤다.

인사이드이브이스 등의 외신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 7월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7% 하락한 7만대를 기록했다. 지난 6월 중국에서 약 15만대가 팔린 점을 감안하면 불과 한 달 만에 판매량이 절반 이상 급감한 것이다.

중국의 수요둔화로 인해 지난 7월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 역시 12만8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다. 중국과 북아메리카 지역은 전기차 판매량이 감소한 반면 유럽은 오히려 판매량이 증가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 경기가 위축된 점도 전기차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지난 2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6.2%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는 관련 집계를 시작한 199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심지어 전문가들은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6%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는 올해 4분기부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5.7%로 둔화되고, 내년에도 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올해는 6%, 내년에는 5.6%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UBS도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5.7%, 5.5%로 하향 조정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중국 전기차 시장은 보조금 지원 중단에 이어 소비자들의 심리위축으로 인해 앞으로 더욱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홍콩 소재 아르고나 증권의 헬란 라우 애널리스트는 "무역전쟁으로 인해 시장 분위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중국 자동차 시장의 회복세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다만 올해 4분기부터 전기차 성장률이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면서 4분기부터 판매량이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중국의 경우 4분기 회복세에 힘입어 올해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6% 증가한 150만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투자자문회사 샌포드 번스타인도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를 밝히면서 올해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38% 증가한 29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나아가 IHS마킷은 2025년까지 글로벌 전체 자동차 판매량 가운데 전기차 비중이 7.6%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는 "보조금 중단으로 인해 지난 7월 판매량이 급감한 것은 놀랍지도 않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기차의 회복세가 리튬산업을 다시 견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칠레 등을 비롯한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생산되는 리튬가격이 2025년까지 30% 추가 하락할 것으로 과거에 전망했다.

호주 정부도 최근 ‘분기별 자원·에너지 통계 보고서’를 통해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되고 재고가 계속 증가하면서 올해 리튬가격은 15%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3년부터는 수요가 공급을 상회할 가능성도 있지만, 당분간 공급과잉 현상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에 대한 수요둔화가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리튬 시장에 계속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칠레의 SQM은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중단은 전기차 수요에 대한 소비자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꿨다"며 "이로 인해 리튬 수요도 큰 영향을 받게 됐다"고 진단했다.

S&P 글로벌 플래츠의 마셀 골든버그 애널리스트는 "2020년대 초반에는 전기차 시장 성장률이 리튬 공급량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해당 시기가 오기 전까지는 리튬 가격은 계속 떨어져 글로벌 생산 업체들의 수익성도 부진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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