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
오는 14일 취임 1주년을 앞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회사 내실을 탄탄하게 다지며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외부인재를 대거 수혈하는가 하면 직원들과 소통 방식까지 손보며 조직문화를 완전히 바꿔놨다. 정 수석부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현대차그룹이 ‘미래차 경쟁’을 위한 기초체력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경쟁사에서 디자인 분야 ‘거물’들을 연이어 데려오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알파로메오, 람보르기니 등에서 디자인 개발을 주도해 온 필리포 페리니(Filippo Perini) 디자이너를 유럽제네시스 선행디자인스튜디오 총책임자 상무로 영입했다. 오는 16일 제네시스 브랜드에 합류하게 될 펠리니 상무는 한국의 제네시스디자인실과 협업해 미래 고급차 디자인 트렌드를 주도할 제네시스 선행 디자인 개발을 책임지게 된다.
페리니 상무는 고급차 및 고성능 스포츠카 디자인 분야에서 확실한 입지를 쌓아온 세계적 디자이너로 꼽힌다. 아우디의 A5 쿠페, TT 콘셉트카 등 디자인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람보르기니에서는 디자인 총책임자를 지내며 레벤톤, 무르시엘라고, 우라칸 등을 세상에 선보였다.
정 수석부회장은 또 기아차 브랜드의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일본 닛산의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 수석 디자인 총괄인 카림 하비브(Karim Habib)를 기아디자인센터장 전무로 데려왔다. 다음달 합류하는 카림 하비브 전무는 현대자동차그룹 루크 동커볼케 디자인담당 부사장과 함께 브랜드의 디자인 전략과 방향성을 수립하는 동시에 기아차에서 개발하는 모든 차의 내·외장 디자인, 컬러, 소재 등 전 영역에 걸쳐 디자인 혁신을 주도할 계획이다.
순혈주의 타파를 위한 정 수석부회장은 시도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경쟁사인 포스코 출신 안동일 전 포항제철소장을 현대제철 생산기술 담당 사장으로 영입했다. 그룹 내 외부 출신 사장이 5명으로 늘었는데, 이 중 3명은 외국인이다.
조직은 더욱 젊어졌다. 지난해 12월 정 수석부회장이 내놓은 ‘쇄신 인사’의 영향이다. 당시 그는 그룹 내 전문경영인 부회장 5명 중 4명을 내보내거나 계열사로 이동시켰다. 대신 젊은 사장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그룹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정 수석부회장은 외부 인재를 수혈하는 동시에 내부 분위기도 다잡았다. 최근 직급체계를 바꾸기로 결정한 게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 5단계 직급 체계를 ‘매니저’와 ‘책임매니저’ 2단계로 단순화했다. 이에 앞서 이사대우-이사-상무-전무로 이어지던 임원 직급체계도 ‘상무-전무’로 줄인 바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그룹 경쟁력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사드 보복 이후 판매 부진이 심각해진 중국 시장에서 과감하게 구조조정 결단을 내리며 몸집을 가볍게 했다. 대신 중국을 대신할 캐시카우로 인도, 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자체 개발한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북미 상업용 태양광발전소에 연계해 실증사업을 시작함과 동시에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분산발전 사업모델 발굴을 시작했다. 이번 사업을 위한 파트너사는 OCI로 정했다. OCI는 2012년 한국기업 최초로 미국에서 대규모 태양광발전소 프로젝트를 수주한 에너지 솔루션 기업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또 전기차 경쟁력의 핵심으로 꼽히는 충전속도 우위 확보를 위한 발 빠른 행보에 나서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9일 유럽의 전기차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 전문 업체 ‘아이오니티(IONITY)’에 전략 투자를 단행하고 유럽 내 전기차 판매 확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현대·기아차가 지향하는 ‘클린 모빌리티(Clean Mobility)’로의 전환을 더욱 가속화하는 동시에 고객에게 보다 풍요로운 이동의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차원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주목하고 있는 점은 미국-중국간 무역갈등, 일본과 경제보복 등 글로벌 시장 내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 트렌드가 공유경제,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등 ‘기존에 없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도 고민거리다.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