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평택LNG기지에 입항한 LNG 수송선.
[에너지경제신문 김연숙 기자] 액화천연가스(LNG) 거래에서 하역지를 제한하는 이른바 ‘목적지 조항’ 철폐 움직임 가시화 되고 있어 주목된다. 구매자에게 유리한 글로벌 시장 환경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이 같은 노력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인 일본 제라(JERA)는 최근 목적지 조항 철폐를 위한 계약 재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LNG 단기계약 및 스팟 구매 증가에 따라 LNG 구매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제라는 도쿄전력과 주부전력의 합작 투자회사다.
앞서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LNG 카고 재판매를 금지하는 목적지 조항은 공정경쟁에 위배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신규 매매계약이나 연장계약 체결 시 동 조항을 포함하지 않도록 권고 중이다.
이에 따라 최근 제라는 판매자에게 현재 계약에서 목적지 조항을 폐기하도록 요청, 그 중 일부가 받아들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제라측은 호주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공급 증가가 수요를 초과함에 따라 구매자들이 우위를 점했으며, 5~6년 전에 비해 수요와 공급 균형이 완화돼 구매자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로 보고 있다.
공정위 판결 이후 일본 LNG 수입사업자는 목적지 조항이 없는 신규계약 체결에는 성공했지만, LNG 구매자가 기존 계약에서 관련 조항을 제거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도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가스공사 중심으로 동 조항의 위법성 여부를 검토 중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공사는 주요 LNG 구매국 간 공조방안 협의 및 신규 매매계약 체결 시 목적지 조항 완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가스공사는 2017년 JERA, CNOOC 등 세계 최대 빅 바이어인 한·중·일 간 LNG 공동구매 등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고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EU위원회의 ‘EU 기능에 관한 조약 제101조’에 따라 하역지 제한규정을 역내 에너지 시장의 건전한 형성을 저해하는 행위로 간주, 규정의 위법성을 인정하고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 단기·스팟 거래 증가, 잉여물량 처분 통한 수익극대화 요구 높아져
목적지 조항은 LNG 장기계약에 있어서 전속된 선박(Dedicated Ship)이 판매자와 구매자 간 지정된 항구만을 운항하도록 하역지를 제한하는 규정이다. LNG 구매자의 재판매 또는 카고 이전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이 조항은 일방적으로 LNG 판매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LNG 선박의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운영을 통해 ‘판매의 확실성’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판매자의 시장 장악을 통한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데도 유용하다. 지역적으로 분리된 시장의 LNG 가격을 서로 다르게 적용하는 소위 ‘시장의 원칙(Market principle)’에 기반한 가격공식을 보호하는 데에도 유용하다는 평가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일본, 한국 등 세계 최대 LNG 구매국은 판매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목적지 조항을 악법 조항으로 규정하고 철폐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목적지 조항 철폐 움직임은 최근 글로벌 시장 환경의 변화에 기인한다.
기존 장기계약에 대한 의존을 벗어나 최근에는 현물, 단기 거래가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잉여물량이 발생하게 되고, 이에 대한 처분을 통한 이윤극대화 추구가 가능해지고 있다. LNG 재판매, 카고 이전 등이 가능하도록 계약조건 완화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LNG 시장의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의존할 필요가 없는 공급물량 또한 증가하고 있다.
가스의 가격경쟁력, 기상환경, 경제변동 등 수요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도 구매자들의 목적지 조항 완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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