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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3기 신도시, 헌법이 보장한 ‘정당한 보상’ 실현돼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10.03 10:10

박상현 행정사 겸 감정평가사


정부는 지난해 12월 수도권 3기 신도시 후보지 4곳을 발표했다. 경기 남양주 왕숙에 6만 6000가구, 하남 교산에 3만 2000가구, 과천에 7000가구 그리고 인천 계양 1만 7000가구 등 모두 12만 2000가구 규모다. 추가 지정된 경기도 고양시 창릉 3만 8000가구, 부천 대장 2만 가구를 합하면 전체 공급물량은 18만 가구에 이른다.

정부는 이들 3기 신도시 후보지를 이달 중 택지지구로 공식지정한다는 방침이다.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구 지정이 이뤄지면 내년 상반기 지구단위계획 수립과 함께 보상이 시작된다. 지금까지 3기 신도시 후보지 지정 자체에 관련된 반발이 주된 관심사였다면 앞으로는 보상금 적정성 여부가 주요 이슈로 부상하는 셈이다.

정부와 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내년도 보상금이 4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이들 보상금이 시중에 유동성으로 공급될 경우 주변 땅값을 폭등시킬 수 있는 뇌관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유동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원주민에게 현금 대신 땅으로 돌려주는 ‘대토 보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대토 보상은 대토 받는 땅의 가격이 수용을 당하는 시점에서 한참 뒤에 확정되는 구조인 탓에 토지 매각 시점에 대토 가격이 폭등할 경우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면적 역시 1000㎡로 한정돼 있어 보상금 규모가 큰 피수용자가 선뜻 대토 보상을 선택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이 LH는 대토권을 담보로 한 대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만약 3기 신도시에서 대토권 담보 대출이 금지되면 대토를 희망하는 토지주들이 대토 받은 땅을 개발하는 사업비용을 자비로 충당해야 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이 경우 결국 남은 선택지는 LH에서 주도하는 대토 리츠(RRITs·부동산투자회사)라는 간접 투자 상품을 선택하거나 현금 보상을 선택하는 방법만 남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3기 신도시도 결국 현금 보상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금 보상이 늘어날 경우 결국 헌법에 보장된 ‘정당한 보상’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에 대한 해묵은 논쟁에 다시 직면하게 될 것이다.

신도시 보상 평가를 담당하게 될 감정평가사의 한 사람으로서 감정평가에서 항상 고민하는 문제가 바로 정당한 보상이 어느 수준인지에 관한 문제다. 물론 현행 보상 관련 법제에서 개발 이익을 철저히 배제한 정당한 보상금 산정에 관한 규정을 충분히 두고 있다. 하지만 간발의 차이로 수용 대상 지역에서 벗어난 토지주는 엄청난 불로소득을 챙기는 반면 역시 간발의 차이로 수용 대상 지역에 포함된 토지주의 상대적 박탈감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감정평가업계 역시 피수용자의 이러한 현실적인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감정평가는 관련 법령에 근거해 철저하게 법적 테두리 안에서 행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개발이익 배제’ 장치를 이중, 삼중으로 두고 있어 이러한 보상법제 하에 산출되는 감정가격은 피수용자의 감정과는 동떨어진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개발 이익을 배제하는 이유는 개발 이익이 피수용자의 노력과 상관없이 공익 사업으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공공의 것으로 귀속돼야 한다는 논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개발 이익을 바라보는 이러한 시각에 동의할 수 없다. 피수용자가 느끼는 박탈감 역시 공익 사업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임을 인정해야 한다. 또 이를 치유하기 위해 개발 이익의 일정 부분을 피수용자와 공유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사회간접자본 확충 과정에서 공익과 사익이 충돌할 때 너무 쉽게 공익의 손을 들어준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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