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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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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에너지] "위험 부담 줄여라"…전통 석유 탐사 사업규모 70년만에 최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10.07 12:58

▲해상 유전 시추(좌)와 셰일층 시추(우)



지난 3년간 전통 석유 탐사에 대한 규모가 70년 만에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 탐사는 관련 업체들이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나서는 근본적인 수단으로, 석유가 매장된 곳을 알아내는 과정을 일컫는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석유 업체들이 저유가와 비용, 소요 기간 등을 이유로 전통적인 석유탐사보다는 셰일산업 등 다른 영역으로 눈길을 돌릴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업계의 탐사 사업은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부터 위축되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2014년부터 국제유가가 폭락하자 업체들이 석유 탐사에서 줄줄이 손을 떼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 시추시장 조사기관 리그로직스(Riglogix)에 따르면 글로벌 원유시추선(드릴십) 가동률이 올해 초 70%에서 8월 말 기준 50% 후반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글로벌 에너지컨설팅 업체 우드매켄지는 과거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석유 탐사 사업이 2017년부터 회복해 올해까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IHS마킷은 글로벌 탐사 사업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을 제시하면서 우드매켄지와 상반된 전망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2014년 국제유가 폭락은 미국의 ‘셰일 붐’에서 비롯됐다. 2010년 이후 미국이 셰일오일을 기하급수적으로 생산하자 글로벌 시장점유율에 대한 위기를 의식한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석유 생산량을 늘려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에 따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2016년 2월 배럴당 26.21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OPEC이 러시아 등의 기타 산유국들과 ‘OPEC+’를 결성해 감산에 나서면서 2017년부터 국제유가는 조금씩 기지개를 켰다.

▲지난 10년간 WTI 가격 추이


하지만 저유가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자 신규 석유탐사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으로 변했다. 석유개발 사업은 광권 확보에서부터 탐사, 개발, 생산 등 수익과 연결되는 성과를 내기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되고 성공률 또한 크지 않다. 그러나 성공할 경우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이른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사업이다. 저유가 시대인 만큼 이에 따른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업계가 신규 탐사에 대한 투자를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문제는 석유업체들이 전통적인 탐사 사업을 회피하면서도 셰일 산업에 눈길을 돌렸다는 것이다. 셰일오일은 미국 텍사스, 뉴멕시코, 노스다코타 등지에 위치한 셰일층(유기물 암석층)에 저장된 원유를 수압파쇄법(프래킹)을 통해 추출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이 과정은 전통적인 탐사를 통한 석유 개발에 비해 소요 기간이 훨씬 적다. 이에 따라 석유업계와 투자자들은 빠른 기간 내 셰일오일이 추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셰일 산업에 대한 리스크가 석유탐사에 비해 적다고 보고, 셰일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셰브론, 엑손모빌 등의 거대 메이저 기업들도 셰일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최대 셰일 유전인 퍼미안 분지 내 석유생산량을 보면 올해 2분기 기준 셰브론과 엑손모빌이 각각 2위, 5위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 로이터는 "셰브론과 엑손모빌이 조만간 셰일 생산량 1,2위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셰일오일의 생산량 증가로 전통적인 시추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시추사업에서 손을 떼는 메이저 기업들도 있다. 지난 8월 말 보도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의 대형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이 같은 이유로 60년 만에 알래스카 사업을 철수하면서 관련 자산을 56억달러(약 6조 7060억원)에 매각했다. BP는 과거 1959년 얼음으로 뒤덮인 알래스카에서 거대 유전을 발견해 대량으로 석유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보고서의 저자이자 IHS마킷의 키스 킹 수석 고문관은 "국제적인 영역으로 뻗어나가는 탐사 사업에서 새로운 기회로 평가받는 셰일로 전환하려는 석유업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셰일 산업은 유가 하락 등과 같은 악재가 발생해도 원유 추출이나 신규 시추작업을 쉽게 중단시킬 수 있어 시황에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나아가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향후에도 계속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탐사 사업에 대한 매력도를 낮추는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가 올해 발표한 ‘2019 연간 에너지 전망’에 따르면 미국은 최소 2022년까지 석유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 위협받는 전통 석유탐사 사업…반등 기회 오나

저유가, 셰일 산업 뿐만 아니라 석유업체들이 연안 지역, 육상 시추 등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도 석유탐사 사업 위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IHS마킷은 "전통적인 탐사 사업을 꾸준히 진행 중인 업계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위험부담이 큰 깊은 바다나 한번도 시추해보지 않은 지역에 대한 탐사 규모도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발견되지 않는 유전에 대한 시추 건수가 과거 2014년 161회에서 지난해 68회로 줄었다.

이는 석유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연안 지역이나 육상 시추로 눈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연안이나 육상 시추는 인프라가 어느 정도 구축됐기 때문에 보다 빠른 시간 안에 성과를 낼 수 있지만, 그만큼 뽑아낼 수 있는 석유량은 적다.

킹 수석 고문관은 "탐사 관련 업계는 앞으로도 비용이나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적은 육상·연안 지역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다만 수심이 깊은 지역에는 활동량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의 닉 커닝엄 연구원도 "일부 메이저 업체들은 탐사지역을 꾸준히 넓히는 보이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탐사에 대한 비용지출과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점은 사실이다"고 밝혔다.

다만 전통 탐사 사업이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보고서는 "과거 대비 유가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만큼 셰일 산업에 대한 수익성도 크지 않기 때문에 일부 업계에서는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해상 시추에 눈길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셰일 업체들이 이익을 내려면 유가가 최소 50달러를 유지해야 한다고 보고있다. WTI는 지난해 4분기 전까지 배럴당 60달러를 웃돌았지만 현재는 52달러 선에 머물고 있다.

킹 수석 고문관은 "해상 시추 탐사 사업을 펼치는 업체들은 수심이 깊은 지역을 개발하는데 요구되는 건설비용과 운용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며 "이러한 부분은 사업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어 전통적인 석유 탐사에 대한 관심이 언젠가는 다시 커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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