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 |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이하 DLF)에 이어 최근 환매 중지를 선언한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도 판매사인 금융사가 고객들에게 불완전판매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현재 금융소비자원(이하 금소원)은 금융권을 대상으로 대규모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투자자와 운용사, 판매사 간의 중재자 역할을 하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할 금융당국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불완전판매 의혹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금소원, 라임펀드 불완전 판매 정황 확인...소송 준비중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소원은 이달 15일 금감원과 라임자산운용에 라임 펀드의 판매 현황, 금액, 판매처와 관련한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했다.
이와 더불어 판매사의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정황을 확인하고, 관련 가입자들을 모아 소송을 준비 중이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판매사로부터 아무런 정보를 듣지 못하다가 언론을 통해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실을 접한 투자자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DLF 사태처럼 안전한 상품이라는 판매사들의 말만 믿고 투자했는데, 환매가 중단되면서 당혹감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 DLF에 이어 라임펀드까지..."내 돈 어쩌나" 50대 주부의 눈물
▲황소상.(사진=윤하늘 기자) |
실제 에너지경제신문과 만난 50대 투자자 A씨는 최근 B 금융사로부터 DLF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에 가입을 강요당한 후 1억원에 가까운 원금을 날리면서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피부관리실을 운영하는 A씨는 올해 3월께 자신과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온 B 금융사에 목돈을 예금했다. 그러나 이후 B금융사의 한 고위급 임원으로부터 "어차피 짧은 기간 목돈을 넣을거면 원금손실 가능성이 없으면서도 예금보다 1%대 정도 이율이 높은 한 상품에 가입하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받았다.
A씨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에 투자하면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은 3%대 였다. 안전자산 성향인 A씨는 은행 금리와 별로 차이가 없고 오랜 기간 B금융사의 고위 임원과 신뢰를 쌓아온 만큼 그 임원을 믿고 1억원의 돈을 라임 펀드에 투자했다. A씨는 최근 뉴스를 통해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실을 알게됐고, 이달 초 계좌에서 20%에 가까운 돈이 빠져나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후 고위 임원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지만 그 임원은 계속해서 "고객님이 가입한 상품은 원금 손실의 위험이 없으니 안심하고 기다려라"고 안심시키기 바빴다. A씨는 계속해서 임원에게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상품 구조, 설명서 등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오랜 기간 논쟁 끝에 A씨에게 들어온 돈은 4000만원. 수익률은 -60%였다.
뿐만 아니다. A씨는 지난 5월에도 해당 금융사의 권유로 DLF 상품에 가입했다가 40%의 손실을 입었다. A씨는 "투자하기 전 금융사에 거듭 신신당부를 했다. 다시 돌려줄 자금인 만큼 원금 손실을 보면 안된다고 여러 번 말했다"며 "만일 두 상품에 이러한 위험성이 있는 줄 알았다면 내가 왜 투자를 했겠나"고 설명했다.
A씨는 "DLF를 해지할 당시에도 금융권에서 계속 기다리라고 만류했다. 결국 8월 말에 너무 불안해서 해지했는데, 남은 투자금액 중에서 환매수수료 5%를 떼고 돌려주더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가입한 돈은 2년 뒤에 입금된다고 하는데, 이 돈이 올해 말에 다른 사람들에게 돌려줄 돈이어서 잠을 못자고 있다"며 "누구를 탓하겠나. B금융사를 너무 믿은 내 잘못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 금감원 "불완전판매보다 중요한 것은 펀드 유동성 회복"...소비자보호 외면 논란
▲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연합) |
비슷한 시기 같은 금융권 내 다른 지점에서 DLF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 C씨는 손실 규모가 더욱 컸다. C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수억원을 투자했다가 겨우 몇백만원만 수중에 넣었다"며 "믿었던 금융사에 배신을 당했다는 절망감에 어느 누구와도 만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천명하고 있는 금융당국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불완전 판매 의혹에 대해서는 강 건너 불 구경 하듯이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내부 부서원들이 운용사, 금융사, 투자자들 사이에서 또 다른 문제점은 없는지 등을 들여다보기는커녕 불완전 판매 여부보다는 라임 펀드의 유동성을 원상복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라임 펀드의 불완전 판매 의혹을 밝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모펀드의 유동성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현재까지 라임 펀드의 불완전 판매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라임자산운용 역시 다수의 투자자들이 불완전 판매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유동성 공급과 관계없이 해당 펀드에 대해 전방위적인 조사에 착수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취임 이후 금융소비자 보호를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국이 소비자 보호에 귀를 닫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DLF 사태에 이어 사모펀드 사태까지 터졌음에도 당국은 아직도 이번 사태의 본질과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유동성이 먼저냐, 불완전판매 의혹 여부가 먼저냐 등의 경중을 따지기보다는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에 또 다른 위험 요인들은 없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감시해 제 2의 피해를 막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