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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내다보는 눈'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이머징마켓' 선견지명 빛봤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11.07 08:39

▲미래에셋대우.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글로벌 경제의 동력이 미국, 유럽에서 이머징 마켓으로 옮겨갔다. 미래에셋그룹은 이머징 마켓에 특화한 아시아 최대 펀드 회사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2008년 8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블룸버그뉴스와 가진 인터뷰 중)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10년 전부터 공들인 베트남, 홍콩법인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베트남 법인은 설립 10여년 만에 현지 증권사와 어깨를 겨누면서 베트남 상위 증권사로 성장했다. 홍콩법인은 기업금융(IB) 부문에서 대형 딜들을 따내며 미래에셋대우의 위상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글로벌 헤드쿼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 文정부 신남방 정책, 박현주 회장 10년 전부터 예견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문재인 정부가 아세안 지역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신남방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박 회장의 선구안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박현주 회장은 지난 2008년 8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칭기즈칸의 전략을 앞세워 이머징 마켓을 집중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제의 동력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옮겨간 만큼 이곳을 집중 공략해 미래에셋그룹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당시 박 회장의 발언은 투자업계에 상당한 논란을 낳았다. 이미 칭기즈칸 경영론의 원조격인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동남아시아 등 전 세계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가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무너진 전례가 있는 만큼 박 회장 역시 해외 시장으로 무모하게 뛰어들 경우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럼에도 박 회장은 글로벌 IB들의 성공 사례를 분석하며 ‘박현주표 글로벌 투자’에 박차를 가했다. 미래에셋대우는 2007년 12월 베트남 최초 외국계 종합 증권사를 설립한 이후 2008년 베트남 국채 중개 업무 개시, 한국계 기업의 유상증자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당장 수익이 크게 나지 않더라도 베트남 시장의 ‘글로벌 투자 파트너’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공격적인 투자의 길을 수행한 것이다.


◇ '베트남법인' 현지 최대 증권사 등극...홍콩법인 'IB 딜' 잇단 성과


10년이 흐른 2019년 11월, 결국 박 회장은 미래에셋대우 베트남법인을 현지 최대 증권사로 키우는데 성공했다. 베트남법인은 최근 1조1560억 동(약 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베트남 현지 1위 증권사인 SSI(5조1010억동)를 제치고 자기자본 1위 증권사로 도약했다. 증자를 마친 미래에셋대우 베트남법인의 자기자본은 5조5460억동이다.

미래에셋대우 베트남법인의 1등 DNA는 단순 자기자본 뿐만 아니라 각 사업부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베트남 증권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베트남법인은 올해 3분기 SSI, HSC 등 현지 주요 증권사들을 제치고 주식담보대출 1위 증권사로 등극했다. 주식담보대출에서 1위를 기록했다는 것은 베트남법인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기존 브로커리지에서 벗어나 신용 비즈니스로 확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지 10월 25일 보도, 미래에셋대우, 베트남서 주식담보대출 '1위' 증권사...사업확장전략 결실) 이어 올해 베트남 껀터, 호치민에 지점을 오픈하며 베트남 전역에 총 8개의 지점을 갖추는데 성공했다. 이는 국내 증권사 가운데 최대 규모다. 실적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베트남법인 상반기 영업수익은 194억원, 순이익 81억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51%, 76% 급증했다.

아울러 미래에셋그룹 해외 현지법인의 헤드쿼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홍콩법인도 박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글로벌 IB 부문에서 잇따라 굵직한 성과를 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홍콩법인은 최근 해외 IB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유럽 최대 바이오테크 업체인 바이오엔텍, 아시아 최대 물류 플랫폼 업체인 ESR의 해외 IPO 주관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바이오엔텍은 공모 규모만 약 1억5000만 달러(약 1750억원)로 국내 증권사 가운데 미국 나스닥 상장에 공동 주관사로 참여한 것은 미래에셋대우가 처음이다. 이달 1일 홍콩증권거래소에서 거래를 개시한 ESR은 확정 공모 규모만 16억 달러(약 1.87조원)으로 올해 홍콩 증시 IPO 가운데 두 번째로 큰 규모를 기록했다.

▲미래에셋대우 해외진출 현황.(자료=미래에셋)


박 회장은 이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증권사 최초로 원 아시아 에쿼티 세일즈 조직을 신설했다. 해당 조직은 기존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해외투자자 대상 브로커리지 서비스를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각 지역으로 확대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홍콩현지법인장, 국제영업본부장을 역임한 김신 본부장이 아시아 에쿼티 세일즈 조직을 맡는다. 미래에셋대우 측은 "2003년부터 금융수출을 강조하면서 해외 법인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단행한 것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며 "앞으로도 각 계열사간 협업을 통해 해외 시장에서 미래에셋그룹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 대한민국 자본시장 위상, 미래에셋대우 '국내 신규사업'에 달렸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자기자본 1위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가 발행어음 등 신규 사업을 영위한다면 글로벌 뿐만 아니라 국내 자본시장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증권사 최초로 자기자본 9조원을 돌파하며 발행어음은 물론 종합금융투자계좌(IMA)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물적’ 요건을 갖췄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계열사 지원 의혹 등에 대한 조사가 장기화되면서 신규 사업 심사가 무기한 중단된 상태다. 공정위는 지난 2017년 12월부터 금융당국의 요청으로 미래에셋그룹의 계열사 지원 의혹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조사했으며, 이달 중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미래에셋대우가 발행어음 사업에 ‘첫 발’도 떼지 못하는 사이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자기자본 4조원이 넘는 증권사들은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하며 수익원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달 중 심사보고서 작성을 완료하고 전원회의에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라며 "전원회의가 끝나면 늦어도 이달 중에는 미래에셋대우에 대한 심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투자를 단행하며 성과를 내고 있는 점은 경쟁사들 입장에서도 상당히 부러운 부분이다"며 "금융당국이 미래에셋대우에 신규 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을 빨리 열어줘야 대한민국 자본시장도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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