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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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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에 묶인 신라젠 등 바이오주…이달 들어 주가도 ‘뚝뚝’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11.11 08:28

신라젠, 1100억 규모 CB 조기 상환…리스크 부담 커져
바이오주 전체 자금난으로 이어질 가능성 높아
내년 주가 반등 가능성도 존재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최근 코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 ‘신라젠’이 이자율 6%까지 뛴 1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이하 CB)에 대한 조기상환을 결정했다. 이에 수익은 차치하더라도 원금보장 받기도 힘든 바이오 투자에 대한 현실성과 관련된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급등세를 보였던 주요 바이오주 이달 들어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바이오주가 자금난에 시달릴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바이오 상장사 올해만 3103억원어치 CB발행…투자자들 ‘불안’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초부터 10월31일까지 코스닥에 상장된 주요 바이오 상장사들의 CB 발행 규모는 약 3103억원을 기록했다. 발행량에선 신라젠이 1100억원 규모로 가장 많았고,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이 600억원 가량을 발행에 뒤를 이었다. CB는 채권처럼 정해진 이자를 받을 수 있고 일정 기간이 지나 주가가 수준 이상으로 오르면, 채권 보유자의 청구가 있을 때 미리 결정된 조건대로 발행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특약 사채다.

이처럼 CB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왔던 바이오 상장사들의 주가가 이 달 들어 큰폭으로 하락하면서 조기상환 리스크가 상당해졌다. 실제로 신라젠은 지난 8일 1만7550원에 거래를 마쳐 지난 10월 31일 보다 8.83% 하락했다. 또 같은 기간 에이치엘비는 12.02%, 셀트리온헬스케어 5.98%,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1.97% 떨어졌다.


◇ 신라젠, CB 조기상환에 바이오주 타격 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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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 최근 1년 주가 추이.(사진=구글화면 캡처)


신라젠은 지난 10월31일 키움증권 등을 통해 발행한 CB를 약 7개월여만에 조기상환 한다고 공시했다. 발행 당시 신라젠은 임상과 추가 후보물질을 도입하고, 회사 운영비 등을 마련할 목적으로 CB를 발행했다. 당시 CB 전환가액은 7만111원이었다.

신라젠은 ‘펙사벡’의 간암 치료 임상 실패를 겪었고 이후 주가가가 급락세를 탔다. 당초 신라젠의 CB 연 이자율은 3%였지만, 임상 중단 또는 실패시 두배인 6%로 올라가는 조건이 붙어있어 신라젠으로선 이자 부담이 상당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신라젠에 대해 DMC(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가 핵심 파이프라인인 펙사벡의 간암 대상 임상3상 중단권고를 내렸고, 2차례에 걸쳐 조정한도인 4만 9078원을 밑돌았다. 또 9월 말에는 3회차 CB 전환가액을 1만772원에서 8652원으로 조정됐다.

현재 기준 신라젠 주가가 1만7550원 정도로 CB 투자자가 주식으로 전환해 차익을 얻을 수 없는 상황에서 신라젠은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조기상환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신라젠 관계자는 "현재 간암 대상 임상이 중단된 상태라 일부 자금은 확보가 가능해졌다"며 "현재로선 연구개발이나 임상 등을 위한 외부 자금은 필요없는 상태다"고 말했다.


◇ 바이오 종목, 투심 불안작용…내년 회복세 전환 가능성도

전문가들은 신라젠처럼 바이오주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CB 조기 상환 등 대규모 자금을 일시에 상환할 경우 꾸준히 연구개발(R&D)을 진행해야 하는 바이오 종목에서 연구개발 투자 자금이 부족해 실적 부진이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세중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바이오 종목의 임상단계 진입으로 매출액 증가보다 연구개발비 증가가 클 예정으로 큰 폭의 이익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면서 "다만, 아직 치료제가 개발되지 못한 분야가 많아 미 충족 수요가 다수 존재하는 만큼 바이오 종목의 신약에 대한 갈망은 항상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B와 같은 메자닌 채권의 경우 원금 풋옵션 요청이 발생하거나 만기가 가까웠을 때 다른 투자자들을 물색해 차환 발행을 지속해왔다. 최근 바이오주 주가가 계속해서 하락해 조기상환 요청이 급 발생할 경우 다른 투자자들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제약·바이오업체 관계자는 "대형 제약·바이오 회사가 아닌 코스닥 바이오 기업들의 특성을 봤을 때, 이 같은 주가하락과 CB 조기 상환 등이 계속된다면 투자자들의 심리도 불안하게 작용할 것"이라면서 "현재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바이오 종목 전체의 투심 침체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제약·바이오주가 악재가 해소되면서 내년부터 회복세를 맞을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제약·바이오 종목의 성장세가 회복 중이며 신약개발 성공을 보여줄 바이오 기업 사장을 포함한 기업공개(IPO)를 기반으로 다시 도약될 것"이라면서 "고성장 산업군인 바이오시밀러와 톡신 관련 기업들이 각각 신제품 출시와 중국시장진출 등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성장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그는 "글로벌 제약사로 기술이전 된 물질들의 임상들이 다수 진행될 것"이라면서 "마일스톤 수취 등으로 실적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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