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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급상황 아닌데’ 실탄 발사한 홍콩경찰…1명 위독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11.11 15:11

▲시위대를 향해 발포 준비하는 홍콩 경찰(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11일 홍콩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 현장에서 시위 참가자가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쓰러졌다. 홍콩 시위자가 경찰의 실탄에 맞은 경우는 지난 10월 1일과 4일에도 있었지만 이날 총격은 경찰이 실탄까지 발사할 긴급한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뤄진 점에서 충격을 던져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20분께 홍콩 사이완호 지역에서 ‘시위 첫 희생자’ 홍콩과기대 2학년생 차우츠록(周梓樂) 씨를 추모하는 시위가 열렸다.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된 시위 영상을 보면 이날 시위 현장에서 한 교통경찰이 도로 위에서 시위자를 검거하면서 몸싸움을 벌이다가 다른 시위자가 다가오자 그를 향해 실탄을 발사한다.

이후 총에 맞은 시위자는 도로 위에 쓰러졌으며, 이 경찰이 쓰러진 시위자 위에서 그를 제압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후 이 경찰은 다가오는 다른 시위자를 향해 실탄 2발을 더 발사해 모두 3발의 실탄을 발사했다. 다른 시위자도 총에 맞고 쓰러져 경찰에 제압당했다.

실탄에 맞은 시위자 2명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병원 관계자는 이들 가운데 1명이 위중한 상태에 있다고 전했다. 생명이 위중한 시위자는 21살 남성으로, 오른쪽 신장과 간 부근에 총알이 박힌 상태이다.

총상으로 문정맥(門靜脈)이 파열돼 병원은 긴급 수술을 했으나, 총알을 적출하지는 못했다. 수술 때 피격자의 심정지가 일어나 심폐소생술을 받기도 했다. 다른 1명의 피격자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이다.

지난달 1일과 4일 시위에서도 시위 참가자가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았으나, 당시에는 시위자가 각목 등을 휘두르거나 다수의 시위대가 경찰을 공격하는 상황이어서 ‘정당방위’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이날 총격은 시위자가 흉기를 휘두르거나 경찰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뤄졌다. 특히 총격한 경찰은 다가오는 시위자의 팔이나 다리가 아닌 가슴을 향해 정면으로 실탄을 쏘기까지 했다.

홍콩 경찰은 이러한 진압이 시위대의 폭력에 대한 불가피한 대응이라고 주장하지만, 최근 잇따라 터져 나오는 경찰의 성폭력 폭로나 응급 구조요원 방해 등에 대한 증언은 이러한 주장이 힘을 잃게 만든다.

홍콩 시위 참가자가 경찰이 발사한 실탄에 맞아 다친 것은 벌써 세 번째이다. 지난달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 국경절 시위에서는 18세 고등학생이 경찰 실탄에 맞아 중상을 입으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이 학생이 경찰의 옆에서 쇠막대기를 휘두르자 경찰은 들고 있던 권총으로 실탄을 발사했고, 총알은 심장 왼쪽 3cm 위치에 박혀 심장을 간신히 비켜 갔다.

지난달 4일 시위에서는 한 경찰관이 다수의 시위대로부터 공격받는 상황에서 실탄을 발사해 한 시위 참여자가 허벅지 쪽에 총알을 맞았다. 두 시위자 모두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홍콩 경찰의 이러한 강경 진압은 지난달 말 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결정된 중국의 대(對)홍콩 강경 정책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한 4중전회에서는 "홍콩과 마카오 특별행정구의 국가 안보를 수호하는 법률 제도를 완비하겠다"고 결정했으며, 이후 중국 정부는 홍콩에 ‘전면적 통제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홍콩 곳곳의 시위 현장에서는 경찰의 과잉진압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사틴 지역에서는 한 경찰 간부가 20여 명의 경찰에게 "어떠한 무력을 사용해도 좋다"라고 발언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콰이퐁 지역에서는 경찰이 오토바이를 몰고 시위대를 향해 마구 돌진하는 모습이 영상에 찍혔다. 쿤퉁 지역의 시위 현장에 있던 민주당 에디스 룽 의원도 체포됐다. 그는 오는 24일 구의원 선거에 출마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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