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과잉입법과 부실입법

에너지경제 ekn@ekn.kr 2019.12.02 09: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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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반려견 법률상식’ 저자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2019년 11월 30일 현재 총 2만3339건이나 된다. 정부에서 제출한 법안은 1,043건이니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전체 법안의 95% 이상이 위원장의 대안을 포함하여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이다. 국회 임기별로 법안발의 건수를 보면, 15대 1,951건, 16대 2,507건, 17대 7,489건, 18대 1만3,913건, 19대 1만7,822건이고 20대 국회 들어와서는 법안발의 건수가 무려 2만 건을 넘어섰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정부에서 법안제출을 주도하고 국회는 그저 법을 통과시켜주는 역할만을 한다고 하여 ‘통법부’라 불리던 시절과 비교하자면, 국회가 활성화되어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위안을 느낄 수도 있다. 국회가 일을 하지 않는 것 보다는 일을 많이 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고, 국민들이 직접 선출한 국회의원들이 열심히 입법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국회 입법기능의 활성화는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기록을 그저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이렇게 많은 법안이 과연 필요해서 발의된 것일까 라는 의문과 이렇게 많은 법안이 과연 제대로 만들이지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자연스럽다. 즉 과잉입법과 부실입법에 대한 우려이다. 립싱크로 공연을 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법안이 발의된 적이 있고, 경조사의 하객이나 조문객에게 음식물을 대접하면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법률은 오랜 기간 시행되다가 위헌 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선생님과 교수님에게 생화 카네이션을 주는 것은 불법이고 종이 카네이션을 주는 것은 합법이라는 유권해석을 초래한 청탁금지법은 지금도 시행중이다.

경쟁이 격화되고 창의성이 강조되는 기업과 경제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가 너무나 많다는 아우성도 넘쳐난다. 워낙 발의되는 법안의 수가 많다 보니 어떠한 법안이 필요한 것인지 또는 제대로 만들어진 법안인지를 입법과정에서 검증하기가 쉽지 않다.

같은 법안이 여럿 발의되면 이러한 법안을 통합한 위원장 대안이 만들어지고, 대안에 포함된 내용의 법안은 ‘대안반영’이라고 하여 통과된 것으로 간주된다. 이렇게 대안반영된 법안을 통과된 것으로 간주하더라도, 국회의 임기 말에 폐기되는 법안의 수는 15대 480건에서 16대 882건, 17대 3,582건, 18대 7,220건, 19대 1만190건이고, 20대 국회에서 아직 처리되지 못한 법안은 1만 6000건이 넘는다. 20대 국회는 법안발의건수에서도 신기록이지만, 미처리법안의 수에 있어서도 신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왜 이렇게 많은 법안이 발의되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시민단체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를 하면서 법안발의건수를 평가요소로 하였다든가, 법안발의 건수가 정당의 공천기준으로 제시되었다든가 하는 설명을 대개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정도로 국회의원들은 법안발의 건수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과잉법안이나 부실법안이라면 국회의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되는 것이 그래도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몇 년전의 면세점 파동을 한 번 복기해보자. 2012년 말에 면세점 특허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관세법 개정안은 소관 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는 물론이고 본회의에서도 질의나 논의가 거의 없었으며, 법안이 발의된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은 2013년 1월 1일 새벽 4시경에 본회의에서 가결되었다. 법안은 당일 정부로 이송되어 법률로 공포되고 당일부터 시행되었다. 규제심사나 법안심사는 전혀 하지도 않았으며, 매우 이례적이고 신속하게 입법이 되었다. 면세점의 특허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여 대량 해고와 경제적 피해는 물론이고 사회적 갈등이 발생됨과 함께 면세사업의 국제경쟁력 약화를 초래한 관세법 개정과정에서 이러한 면세점 특허기간의 단축이 어떠한 영향을 가져올지에 대한 검토는 전혀 없었다.

결국은 탈락한 면세점을 추가로 선정하는 미봉책으로 당시 관세법 개정의 입법적 결함이 일부 시정되었다. 과잉입법이나 부실입법, 졸속입법, 묻지마 입법 등을 방지하기 위하여 의원발의 법률안에 대해서도 정부제출 법률안처럼 규제심사를 도입하고 입법영향분석제도를 신설하자는 의견이 거세지만, 국회에서는 규제심사나 입법영향분석제도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요즈음 국회의원들의 관심은 오로지 공직선거법 개정 여부에만 집중되어 있는 듯이 보인다. 어떻게 하면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공천과 재선에 관심을 두기보다 국민들의 생활과 안전에 더 관심을 두게 할 수 있을까? 국회의원은 왜 일하는 모습보다 다투는 모습을 더 많이 보이는 것일까? 국회는 왜 열리는 날보다 공전되는 날이 많은 것일까? 왜 국회가 국민들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국회를 걱정하여야 하는 것일까? 국민들이 던지는 의문이자 질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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