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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내년 '증권사 인수' 정조준...푸르덴셜生 인수는 '글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12.03 08:16

중형급 증권사 인수시 글로벌 네트워크-IB-WM 등 시너지 극대화 기대

푸르덴셜생명 매력적인 매물이나...대내외요건 감안 증권사 인수 ‘우선’

▲우리은행, 우리금융그룹.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최근 알짜 생명보험사 중 한곳인 푸르덴셜생명이 매물로 나온 가운데 우리금융그룹이 내년 인수합병(M&A) 1순위로 보험사가 아닌 '증권사'를 정조준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우리금융그룹은 국내 금융사 가운데 가장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증권사 인수를 통해 기업금융(IB), 자산관리(WM), 해외사업 등 다양한 부문에서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증권사 인수 역시 무리해서 급하게 추진하기보다는 중형급 이상의 증권사가 매물로 나왔을때만 차분하게 검토한다는 복안이다.


◇ 글로벌 네트워크-IB 역량-복합점포 등 '시너지' 기대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손태승 회장을 비롯한 우리금융그룹 임직원들은 금융지주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보험'보다 '증권사' 인수가 최우선이라는 확고한 철칙을 갖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달 말 서울 중구에 위치한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M&A 1순위로 '증권'에 방점을 찍었다.

우리금융그룹은 자사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상품 경쟁력, IB 역량 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중형급 이상 증권사를 인수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보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이미 전 세계 26개국, 465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이는 국내 금융사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 중 싱가포르, 런던, 베트남 등 주요 국가에 IB 데스크를 설치해 글로벌 우량 IB 딜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증권사의 딜 발굴 능력이 합쳐지면 우리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은행, 증권사 등 계열사 간의 시너지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IB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를 계기로 은행권의 상품 판매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증권사의 역량이 합쳐지면 우리금융지주 입장에서는 고객 수요에 맞춘 보다 다양한 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 점도 강점이다. 이미 우리은행은 2015년부터 삼성증권과의 협업을 통해 복합점포를 운영 중인 만큼 증권사가 결합했을 때의 사업적 시너지를 어느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하나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 다른 금융지주사들은 은행과 증권을 결합한 복합점포를 확대하며 고객들을 대상으로 업권을 아우르는 ‘토털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또 IB는 물론 자산관리(WM) 등 계열사의 각 사업부문을 ‘그룹’으로 통합 운영해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마케팅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 금융지주사들 '비은행부문 경쟁력 강화' 사활...우리투자증권의 기억

▲서울 여의도 증권가.(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특히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저금리 기조로 은행들의 주요 수익원인 ‘이자이익’에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만큼 증권사 인수를 통해 비이자이익, 비은행부문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KB금융지주 등 경쟁사들이 몇 년 전부터 자사 증권사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동시에 발행어음 등 신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는 점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특히 우리금융은 이미 업계 2위인 옛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자회사로 둔 전력이 있는 만큼 은행, 증권, 자산운용사 간의 시너지를 창출하는데 있어서도 어느 누구보다도 자신감이 있다는 평가가 많다. 우리금융은 2014년 정부의 민영화 작업으로 인해 우리투자증권을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했다.

다만 우리금융그룹은 증권사 인수에 대해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금융의 DNA를 극대화할 수 있는 알짜 증권사를 인수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복안이다. 우리금융이 저축은행, 자산운용 등 다른 업권의 경우 빠른 속도로 M&A를 단행한 것과 달리 증권사 인수는 ‘내년’을 기약한 것도 우리금융의 DNA 등 모든 대내외적인 상황을 고려한 전략적인 판단이라는 평가다. 우리금융그룹은 올해 2월 지주사로 전환한 이후 국제자산신탁, 동양자산운용, ABL글로벌자산운용, 롯데카드 등 4건의 M&A를 단행했다. 내년부터는 아주캐피탈, 아주저축은행을 계열사로 편입한다. ‘중형급’ 이상의 우량 증권사만 인수하면 명실상부한 ‘금융지주’의 틀을 완성하게 된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그룹이 그간 보여준 행보를 감안하면 최근 매물로 나온 푸르덴셜생명 역시 급하게 인수를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은 최근 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푸르덴셜생명에 대해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은 올해 상반기 누적 기준 당기순이익 1050억원으로 업계 5위다. 다만 최근 보험업황이 좋지 않은데다 푸르덴셜생명 몸값 역시 최소 2조원대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금융그룹이 뛰어들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많다. 여기에 2022년 새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 17)이 시행되는 만큼 우리금융이 보험사를 인수할 경우 자본 확충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해야 한다. 국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우리금융은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증권사와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한 전례가 있는 만큼 보험사보다는 증권사를 인수 1순위로 두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며 "조만간 보험사들의 회계기준이 바뀌는데다 자본비율에 대한 부담 등을 감안하면 보험사를 인수하는 것보다 증권사를 품는 것이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훨씬 더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의 한 관계자는 "푸르덴셜생명 뿐만 아니라 모든 금융사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다만 지금 상황에서는 증권사 인수가 최우선이라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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